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그녀가 왔었습니다

작성자
Lv.31 회색물감
작성
09.09.04 12:38
조회
742

어느날 먼치킨 물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냥 강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오셨다.

"누구세요?"

"난 운명의 여신, 네메시스다. 그대가 쓰고 있는 소설속 등장인물이지."

은빛 머리카락에 초롱초롱한 붉은 눈동자를 가진 귀여운 꼬마아이였다. 이 꼬마아이는 머리에 프릴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고, 앙증맞은 에이프릴밑에 메이드복을 바쳐입고 있었다.

"아, 네. 그렇군요."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내가 반쯤 미쳤다고 생각했다.

내가 헛것을 보고 있음이 틀림없으리라. 은발에 붉은 눈이라니.

"그대가 쓰고 있는 소설에 불만이 생겼다."

"뭔데요?"

"상식적으로 말해봐라. 고딩이 이계가서 왕되기 쉬울 것 같은가?"

"그러니까 판타지죠"

내 말에 자칭 운명의 여신 네메시스는 발끈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조그마한 주먹을 쥐고 흔들어댔다.

"크흑! 난 불만이란 말이다, 불만! 난 좀 주인공을 괴롭히고 싶은데! 아니 수련을 시키고 싶은데 그대가 막고 있단 말이닷!

주인공은 마구 굴려야...아니 혹독한 수련을 거쳐야 한단 말이다. 수련! 수련이 필요하다! 우선 이 구절부터 고쳐라! '리안 드 일레드 황태자로 태어나다.'를 '리안 일레드, 구질구질한 파산가정에서 눈을 뜨다'로 고쳐라!"

"아, 네."

"그리고 리안이 눈을 뜨자마자 만나는 여성 사제가 마음에 안든다! 왜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서 애인이 되는 거냐! 이게 말이 되냐? 상큼발랄한 처녀신의 여사제를 당장 '모닝스타를 휘두르는 근육녀'로 고쳐라!"

"네,네."

"그리고 마법의 탑에서 만나는 붉은 머리카락의 여자 마법사도 마음에 안들어! 왜이렇게 착한 거냐! 고쳐라. 히스테리 스토커로."

"네,네,네."

"그리고 이 쓸데없이 상콤한 여자 엘프는 뭐냐?"

"그것도 마음에 안들면 근육녀로 바꿀까요?"

"잠깐만. 흐음."

네메시스는 뭔가 생각하는 표정으로 턱을 짚고 있었다.

"그것보다는 좀더 싼티나는 엘프 없겠느냐?"

"다크엘프와 비련의 사랑을 나누게 할까요?"

뭐 될대로 되라니. 나는 열심히 네메시스가 부르는 대로 키보드를 치고 있었다.

"아니, 그것보다 뭔가 더 아스트랄한 것...."

"아아, 그럼 남자엘프로 해버릴까요 요새 걔네 되게 싸게 노임을 판다더군요. 여자엘프는 워낙 가격이 올라서 말이죠."

"좋아!"

자칭 여신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해하신다.

"그리고 소설속에서 등장하는 대륙최고의 미녀 말인데.나 걔 싫어."

"왜요?"

"하여간 싫어! 그러니까 바꿔라. 대륙최고의 추녀로."

"그건 좀...주인공이 불쌍하잖아요? 그냥 드워프 최고의 미녀로 바꿀게요."

나는 내가 나름대로 주인공을 배려했다고 생각했다. 드워프라도 미인이면 되었지, 뭐. 여신님이 첨부하신다.

"드워프의 미적 기준으로 미녀로 해라."

"네에이...."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여신님은 보이지 않는다. 깜빡 졸았나보다.

나는 고개를 들어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소설의 초반이 시작되고 있었다.

==================

(전략)

................

"어이, 애새끼 하나 기절했다고 호들갑을 떨 거야?"

어디선가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아니 여자가 모닝스타(Morning star)를 한손으로 휘두르고 있었다. 히익. 저거 온라인 게임에서 보던 놈 아냐. 저걸 여기서 보다니. 실제로 보니 무섭네.

아 놔. 그런데 저 여자. 상반신은 내놓고 바지만 입고 있는데, 저기 가슴에 한 브래지어만 아니었으면 남자로 착각할 뻔했다. 이 두박 삼 두박...하여간 그녀의 매끈한 상반신은 근육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저 브래지어를 풀어도 그곳마저도 근육이 울끈 불끈 솟아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뒤로 마찬가지로 험악한 표정의 남자 셋이 늘어서 있었다.

"저..죄송하지만 누구세요?"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잘못하면 맞아죽을 것 같아서였다.

"앙? 누구세요? 이 도련님이 내 모닝스타에 한번 맞고는 기억까지 날려버리셨나."

여자는 휘두르던 모닝스타를 돌려 보이면서 말했다. 모닝스타의 날카로운 이빨에 묻어있는 피가 보였다. 나는 얼른 내 뒷머리를 만져보았다. 피가 묻어나왔지만 뼈가 부서지진 않은 모양이었다 나, 나 지금 살아있는 거 맞아? 저런 것에 맞았으면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

"훌쩍. 리안아. 저 분들은 아테나님의 사제들이란다."

--------------------------"먼치킨 죽이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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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먼치킨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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