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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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다크 타운에 있는 어느 집.
똑똑.
나는 그 집의 현관문에 노크를 한다.
잠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곧 문이 조금 열리고,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이는 대략 10살 정도, 적안에 금발인 예쁜 소녀이다.
"누구시죠?"
역시 처음 보는 나를 경계한다.
"안녕하세요~, '레나엘 아샤' 양? 전 아델로프 스라임 신문국에 베스 기자라고 해요~."
"네…."
"다름이 아니라, 용사이자 『광속의 기사』였던(지금은 시간제) '레브시엘 아샤' 씨… 참 멋지죠?"
그렇게 말하자 레나엘 양의 표정이 순식간에 환희에 휩싸였다.
"물론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분이에요."
"그렇죠, 그런 멋진 레브시엘 씨께…………"
"…아빠라면 주무시고 계시는 데요?"
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가 볼 일이 있는 건 레브시엘 씨가 아니라 레나엘 양이에요~."
"무슨 일로…?"
"다름이 아니라, 그런 레브시엘 씨께 어떤 사람이 가장 어울리는 지에 대해 따님이신 레나엘 양에게 물어보려는 것 뿐이랍니다~."
"…하아?"
순간 놀란 듯한, 또는 어이없는 듯한 표정을 짓는 레나엘 양.
난 이 때를 노려 공격한다!
"일단 어디 보자, 1번은, 무려 마족 12군단 중 제5부대 지휘자이자 요정과 서큐버스의 혼혈인데다 1412명에게 프로포즈를 받고, 인간 631명이 자발작으로 여왕님으로 떠받들며 미스 마족 콘테스트 3년 연속 수상자이자 공식 마족 서열 9위, 아, 길군요. 어쨌든 매혹의 '체리세이나' 씨군요."
"……."
"일단 경력은 저렇게 화려하고 외모도 자줏빛 머리카락에 연보랏빛 눈을 가진데다 몸매까지 끝내주는 화려한 스펙의 소유자군요. 거기다 이웃집! 이야, 마족의 장군이라서 바쁘긴 해도 자주 만날 수 있겠네요. 뭐, 비록 애정 플래그 같은 건 없지만요."
"……."
"그 다음 2번은, 중년의 매력을 가진 '베로이드 도이만' 씨네요. 레브시엘 씨의 스승이자 양부이신 분의 친우이며 레브시엘 씨의 후견인이시자 역시 용사 중 한 명이고 『폭풍』의 이명을 가지고 계시네요. 어쨌든 5년 만에 만난 레브시엘 씨에게 첫 번째 아르바이트에 대한 추억을 만들어주시고 급료도 잘 지급해주시고 레브시엘 씨 모르게 보호도 해주시고 챙겨주시고 약도 챙겨주시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네요."
"……."
"그 다음 3번은… 카리스마하면 카리스마. 무력하면 무력. 지력하면 지력. 재력하면 재력. 외모하면 외모 등등, 완벽한 스펙을 가지신 중후한 유부남의 매력을 자랑하시는 마왕이군요."
"……."
"일단 외모는 전에 레브시엘 씨께서도 감탄하실 정도고, 무력은 5년 전의 전쟁 때 피터지게 싸운 적이 있는데다 역대 마왕 중 특히 강하다는 평에다, 설령 뜨개질을 하고 있어도 사라지지않는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우아함과 고귀함이 압도적인 기세로 둘러쌓인 매력, 아, 이것도 레브시엘 씨께서 하셨던 말씀입니다. 뭐, 어쨌든 돈을 빌려달라는 레브시엘 씨께 뒤에 0을 하나 더 붙이는 통 큰 모습까지… 이야, 이거 유부남인 것만 빼면 완벽하군요."
"……."
"이제 반 왔군요. 4번은 역시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마황자입니다. 물론 마왕의 아들이고요."
"……"
"이쪽은 많이 안 나왔지만… 어디보자, 비교사항으론, 츤츤. 하지만 조교…… 가 아니라, 죄송해요, 제가 레나엘 양 앞에서 잘못된 말을 쓰려고 했네요. 사과할게요. 배우면 안 된답니다. …어쨌든 까칠하지만 얼마든지 설득의 여지가 남아있군요.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그 처음과 끝의 갭이 과연 어떨지…."
"……."
"자, 자, 벌써 5번이네요. 5번은 레나엘 양의 동급생인 '위제니스 라 체이스' 양이군요. 푸른 눈동자에 역시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얼음 속성 마법사 지망생… 이라고 해봐야 레나엘 양은 이미 아시겠네요. 어쨌든 그렇게 쿨해보이지만 전혀 쿨하지 않는 위제니스 양… 이라고 해봐야 역시 아시려나요? 어쨌든 저쨌든 중요 사항으론 후보 중에 유일하게 애정 플래그가 있다는 거군요. 위제니스 양의 일방적인 플래그지만요. 아. 듣기론 레나엘 양이 벌써 경고를 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거 진짜……"
"…………."
"…가 아니든 말든 상관 없겠지요. 빨리 빨리 마지막 후보인 6번을 발표하도록 하죠. 6번은, 역시 용사이자 『창천의 기사』 '클라우스 카비에르' 씨입니다. 굉장히 차가워보이고 실제로도 차갑지만 레브시엘 씨의 의형제이자 같은 스승을 둔 사제지간… 그리고 레브시엘 씨의 공식 보모+브라콤…… 뭐랄까, '난 차가운 도시 남자. 하지만 내 형제에겐 따뜻하겠지?'군요. 레브시엘 씨를 피하려고 도망쳤지만 레브시엘 씨가 아픈 척을 하자 바로 돌아올 정도라네요. 또 객관적으로 봤을 때 후보들 중 레브시엘 씨의 애정도 1위군요."
"……."
"해서! 레나엘 아샤 양. 이 후보들 중 아버지신 레브시엘 아샤 씨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
레나엘 양이 입을 열려고 할 때, 집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난 귀가 좋은 편이라 잘 들을 수 있었다.
"하~암. 잘 잤다. …?! 레나! 어딨니!?"
이 목소리를 봐선… 레브시엘 씨 본인이다!
"아빠! 곧 갈게요!"
레나엘 양은 다시 아까의 환희로 가득 찬 표정으로 돌아가서, 그 표정 그대로 나를 보았다.
"제 대답은요."
"네!"
과연, 딸이 봤을 때 아버지께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누구일까?!
"다 필요 없어요."
"…네?"
그리고 레나엘 양이 문을 닫아버려 난 더 이상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나저나. 레나엘 양의 필요 없다는 말…………… 파더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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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동인남(!?)의 폭주로 인해 조금 많이 왜곡되었음을 뒤늦게 알려드립니다.
[용사와 딸]은 딱히 아빠의 플래그 물이 아닙니다. 물론 딸에게도 포함해서… 일텐데?!
시간제무쌍 전(前)용사 + '딸내미바보' 아빠와, 귀엽지만 때때로 아빠에 대한 사랑이 조금(?) 과한 '파더콤' 딸의 훈훈하고(?) 웃음짓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족을 더하자면 오늘 하룻밤 내내 읽고 추천글 적는다고 지금까지 깨어있어서 오늘 학교에서 조는 거 확정입니다.
그치만 도중에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아, 제길. 5시 반에 일어나야하는데 지금 4시 40분이군요;;
포탈
PS. 2차 창작에 여러 사견이 들어간 터라, 작가 분의 말씀이 있으시면 이 글은 언제든지 삭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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