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에서 최강의 힘을 가진 키워드를 꼽자면 뭐니뭐니해도 필력입니다. 그저 '중요한건 필력이죠' 한 마디면 모두가 동의하는 마법의 언어죠. 비비디 바비디 부~
문제는 필력이란게 함부로 언급하기엔 끔찍할 정도로 무책임한 단어란 사실입니다. 필력은 글을 쓰는데 관한 모든 능력을 총칭하는 단어니까요.
극단적인 예로... 창의성은 바닥인데 문장의 논리정연함은 거의 기계로 재단한 수준으로 딱딱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필력은 결코 낮은게 아니에요. 다만 그 사람의 글은 정말 읽기 고통스럽겠죠.
또 아무리 글의 치밀한 전개, 스토리 전개의 능란함, 단어 선정과 문장 배열의 유려함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가가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의 성향이 저와 맞지 않으면 그 작가의 글은 제겐 재미없는 글이에요. 그 작가의 필력은 엄청나게 높음에도 말이죠.
무엇보다도...
필력이 작품의 기준이 되는 것은...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미스터 키튼이 학생들에게 찢어버리라고 말한 페이지의 내용과 같아요. 그 페이지에서는 바이런과 셰익스피어... 라고 기억하는데.. 어쨌건 두 시인의 작품을 좌표로 표시해요. 그래서 셰익스피어가 보다 넓은 영역을 차지하기 때문에 바이런의 시보다 셰익스피어의 시가 월등하다고 하죠. 이게 필력으로 작품의 가치를 정의하는 태도에요.
하지만 문학이란 이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문학이란 느낌으로 설명할 수 있을 뿐, 누구 필력이 누구 필력보다 좋으니까 이 작품은 우월하고 이 작품은 열등하다... 이렇게 평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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