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1인칭이라 하면 무개념작들이 생각나서 주저하게 되시는 분 많을 거라고 사료됩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글을 쓰지 않겠습니다.
어머니를 살리고자 시작한 여행. 그 험난한 여정은 한 마을에 아무것도 모르고 살던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놓은 병에 의해 시작됩니다.
<흑사병. 온 몸이 따가워지는 것이 처음 증상이며 다음에는 열이 나기시작하고 마지막에는 살이 썩어들어가서 5일내로 숨지는 질병. 그 당시 마을의 의학을 보건데 그것은 불치병이었다. >
마을 사람들 중 생존자를 전무하게 만든 병. 그리고 그 치료마법을 찾으러 가는 소년. 그 주변을 지켜주는 무거운 분위기의 대단한 마법사 라울. 그러나 라울은 소년에게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험을 떠난 동안 얻은 제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 그 모험이 여러분의 눈 앞에 펼쳐집니다.
마법이라고는 1서클도 사용하지 못하는 페르. 그리고 또한 검도 못쓰는 페르. 그 소년이 어머니를 위한 모험을 떠난다.
-본문 발췌-
"마법사님. 이것 좀 보세요."
나는 라울을 보며 말했다. 내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곳에는 아주 작은 무당벌레가 풀위에서 기어다니고 있었는데 붉은 색과 검은색, 그릭고 초록색이 만나니 정말 아기자기해 보였다. 나무에는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물들어서 경관을 아름답게 했으며 낙엽이 떨어져서 길을 비추고 있었다. 나의 말에 라울은 간단히 나를 보며 웃어주었다.
"마법사님이라고 하면 너무 호칭이 불편하다고 생각되지 않나? 자네는 나를 라울이라고 불러주게나."
그는 무당벌레가 아닌 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는 친절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와서 나의 손을 잡았다.
"자네, 나와 함께 마법을 연구해보지 않겠나?"
그는 나의 눈동자를 보며 이야기했다. 마법을 같이 연구하자는 말은... 즉 제자가 되라는 소리가 아니던가? 나는 그를 보았다.
"풀을 걷는 무당벌레도 언젠가는 날아올라요. 그 때 라울은 저를 보내주실건가요?"
나는 나의 말을 기다리고 있던 라울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안색을 어둡게 하며 말했다.
"자고로, 마법이라는 것을 배운 자는 스승을 떠날 수 없는 거라네."
그는 어둡게 말하고 무당벌레에게 다가갔다. 무당벌레는 아무것도 모른채 긴 풀잎위를 조금씩 기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떠난다면 자네는...."
그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리고 무당벌레가 있던 풀잎을 마법으로 사라지게 해 버렸다. 그러자 무당벌레는 바닥으로 추락해버렸고 그대로 흙에 거꾸로 쳐박혔다. 손을 바둥바둥 거렸으나 한낱 쓸모없는 행동이었다. 자신의 힘으로는 일어날 수 없었고 그렇다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그가 말을 이었다.
"내가 없다면 자네는 자칫 이렇게 될 수도 있다네. 그리하여 내가 남아있는 것이지. 자네는 13세에 어울리지 않게 끝없는 동심과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네. 내 제자로 들어온다면 날개를 달아 언젠가는 구경하지 못한 더 큰 세상속으로 나갈 수 있을거네."
라울은 의미있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지만 나는 크게 그의 말을 잘 알아듣지는 못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조차 헷갈렸고 나는 그 불쌍한 무당벌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멀리서 잠자리 때가 날라왔다. 잠자리들의 비행은 마치 천사들의 비행을 연상케했으며 가을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잠자리들은 여기 저기 날라다니더니 무당벌레가 떨어진 곳의 바로 옆의 잎쪽에 앉았다.
"자네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내가 필요할 것이네."
그는 나를 보며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나는 그대로 쭈그려서 앉은채로 잠자리와 무당벌레를 보았다. 무당벌레는 여전히 손과 발을 바둥바둥거리고 있었고 혼자 일으킬 수 없을 것 같았다. 보다못한 내가 나서서 무당벌레를 일으켜주기로 했다. 나는 그대로 손을 뻗었다.
사르륵. 휘익!
순간 바람이 내 손끝을 건드리고 지나갔다. 라울은 그 장면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으며 나는 그대로 내 손가락 끝을 보았다. 무당벌레를 향해 다가가던 그 손이 가리키는 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옆의 풀잎에 앉아있던 잠자리도 사라져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방금 날아오른 잠자리를 보았다. 무당벌레를 씹으며 유유히 가을하늘을 날라갔다. 동료들의 무리에 합류하여...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치 당연한 일을 했다는 양... 그 불쌍한 무당벌레를 죽여놓고 죄책감은 느끼지도 않는 것 같았다. 순간 나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았다. 라울이 씁쓸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자네는 이제야 알겠나? 세상이란 건 만만한게 아니라네. 순간 목숨을 잃어도 상관하는 사람없이 지나가 버린다네. 무당벌레는 곧 자네와 나의 기억에서 잊혀질 것이고 잠자리는 우리 사람처럼 아침에 먹었던 돼지고기 따윈 잊어버린다네. 곧 모든 이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사라진다네. 그 위험한 세상에서 내가 자네를 지켜주려고 하건만, 자네는 왜 거부하는 것인가?"
그는 침착한 목소리로 꽤 길게 말했다. 세상은.... 나는 빈 무당벌레의 자리를 보았다. 이제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그저 빈 공간이었다. 과연 내가 이걸 기억할까? 내가 죽으면 무당벌레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겠지.. 나는 제법 아쉬운 표정으로 라울을 보았다. 그는 세월의 노고가 싸인 듯한 주름살을 가지고 있었으며 흰 로브와 제법 긴 나무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는 책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마법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름살 잡힌 얼굴의 입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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