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무림에서는 전대미문의 정사대전(正邪大戰)이 발발했다. 무림인이라면 누구든 정파양도의 어느 한쪽에 속하여 맞서 싸웠던, 원시무림 이래 최대 규모의 혈전이었다.
정파무림을 이끈 세력은 건곤가(乾坤家)를 중심으로 하는 무림세가들의 혈맹인 구궁회(九宮會)였다. 사파무림을 이끈 세력은 철혈마제 무패천이 영도하는 철혈마교(鐵血魔敎)였다.
정사대전을 승리로 이끈 구궁회는 철혈마교를 위시한 사파무림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다. 사파무림의 간부급 인물들은 몰살당했고, 예하의 무사들은 전신의 기혈이 철저하게 파괴당하여 무기력한 폐인으로 전락했다.
사파무림과 관련된 모든 무공과 무기, 비급과 물건들은 깡그리 불타 없어졌다. 이로써 사파무림은 강호무림에서 더 이상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로부터 삼백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강호무림에는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었다.
구궁회를 이끌던 건곤가는 태상가(太上家)로서 강호무림에 있어 절대적인 대의명분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 했다. 귀속된 여덟 개의 가문은 무림팔웅(武林八雄)이 되어 건곤가의 직할지를 제외한 무림전역을 팔등분하여 하나씩 통치하게 되었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이라는 강자존의 법칙이 엄연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완벽한 평화의 시대가 정착했다.
정사대전 당시 마지막까지 버티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파무림의 고수를 황천길로 보냈던 철혈마제 무패천은 구궁회주 건곤경천(乾坤敬天)과 일월산(日月山)에서 최후의 일전을 펼쳤다. 그리고 처음으로 패배했다. 그 패배의 댓가는 죽음이었다.
하지만 그대로 끝낼 수 없었던 무패천은 회광반조(廻光返照)의 순간, 마지막 힘을 짜내어 흑선진경(黑仙眞經)의 마지막 장에 나와 금단의 흑주술, 역체환혼마라술(易體換魂魔羅術)을 펼쳤다.
그 순간, 기골이 장대하던 무패천의 육체는 급격하게 쭈그러들면서 백골로 변해갔다. 그와 동시에 필생의 공력뿐만 아니라 모든 생기가 응축되면서 내단이 생성되었고 마침내 거기에 그의 혼백이 봉인되었다.
이제 누군가가 철혈마제의 내단에 접촉하는 순간, 운집되어 있던 철혈진기가 고스란히 당사자의 육체로 흘러들 뿐만 아니라 그곳에 봉인된 무패천의 혼백이 접촉자의 육체를 숙주로 삼아 부활하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삼백 년의 세월이 흐르도록 철혈마제의 무덤에는 아무도 방문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바로 오늘 한 작은 소년이 방문하여 잠들어 있던 철혈마제 무패천을 드디어 각성시켰다.
☞ 삼백 년만에 열두 살 소년의 몸을 통해 다시 강호무림으로 보내진 마도종사 무패천은 이번에야말로 군림무적 하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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