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 irrt der Mensch, solange er strebt.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예술을 시작한 그대들이 지금 길을 헤매고 있다는 건, 보다 나은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니 혹여 그대들이 걷는 그 길이 거칠고 험난하다 하여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하여선 안 된다.
나도 그대들처럼.
실의의 햇살을 맞으며 눈을 뜨고, 방탄과 좌절의 숨결로 방안을 가득 채웠고, 헤아릴 수 없는 헛된 욕망의 밤을 지새우기는 했지만 정녕 여기가 끝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론 흔들렸던 시절도 있었다.
감방에 갇혀있을 때였다. 철창으로 파고든 음습하고 칙칙한 안개의 숨결에 온 몸을 떨며 하루 종일 내 자신이 살아야 될 이유를 꼽아보았지만, 슬프게도 나에게는 이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이유 따위는 없었다.
겨울 가지처럼 앙상하게 금이 간 거울에 비춰진 나의 눈동자에는 버려진 꿈과 회한, 그리고 한 줄기의 희망도 맺혀있지 않은 잿빛 정체(政體)밖에 없었다.
그 당시 나는 자살을 동경하였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머릿속에는 사람들의 편견과 고정관념이 낳은 쓰레기로 가득 차있었다. 그 쓰레기더미들이 뭉치고 뭉쳐서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의 늪이 나의 길이 되었고, 빽빽한 가시덩굴이 나의 미래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세상만을 탓하였다.
그러나 어리석고 부질없는 욕정과 욕구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도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내적인 조화가 있었으니, 그것으로 인하여 내 눈동자에 비춰졌던 잿빛 정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정체란, 비단 멈춰있는 현상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참된 현상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었다. 이는 결국 그 어떤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마음에 길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절망을 할 때, 또 누군가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듯 나와 그대들은 비록 어두침침한 미래 속에서 한 줄기의 빛을 바라는 마음까지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어둠에 길들여지는 순간, 그때야말로 모든 것은 끝이 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방황을 절대 방황으로 보아선 안 된다.
단 한 명이라도 좋다.
나의 졸필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려는 욕심은 없다.
단 한 명이라도 좋다.
욕망을 소망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기적과도 같은 이 길, 예술이라는 이 길을 걷는 그대들이 흔들리는 자신을 직시할 수 있는 눈을 가져준다면 그것만으로 감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편다.
1757년 12월 27일 집필된, 악마의 지휘자라고 불렸던 블렛 반 디히티리쉬의 자서전 초본에서 발췌.
데모닉 카펠마이스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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