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선호작 베스트 목록은 없네요. 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새벽에 찾아본 3년전에 제가 썼던 추천글 하나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몇 달 전쯤 문피아 선호작베스트 순위를 보고 한탄했더랬습니다. 선작1위인 작품의 선작수가 만 개가 안 되더군요. 고무림, 고무판 시절 선작 1위라면 선작수가 2만개는 넘었습니다. 임준욱, 한백림 같은 인기작가들이 연재하고는 했을 때지요. 그런데 막상 생각해 보니, 순위권 아래 있던 글들의 선작수는 좀 더 늘어나지 않았나 싶더군요. 오늘 보니 요삼님 덕분에 선작1위 작품의 선작수는 만 오천 개를 넘었더군요. 그리고 말석을 차지한 선호작 100위 작품의 선작수가 1500개 정도 됩니다.
오늘 3년 전 제가 썼던 추천글 하나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때 그 글의 순위와 선작수를 추천글에 넣었죠. 59위의 작품의 선작수가 1000개가 못 되었더랬습니다. 오늘보니 59위 작품의 선작수는 2500개로 2.5배나 늘었습니다. 선작 1위 작품의 선작수는 줄어들었는데 말이죠. 한 마디로 선작 상위권 작품과 하위권 작품의 격차가 3년전과 비교해 보자면 엄청나게 줄어들었습니다. 그것도 한 쪽은 절대값이 줄고, 반대쪽은 늘어나는 이상한 방식으로.
선호작 1위의 선작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에서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접속하는 회원수가 줄었다는 것이겠지요. 운영자분들이 정확히 아시겠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100위권의 선작수는 대폭적으로 늘어났으니까요. 예전에 20개 작품 보던 사람이 이제는 80개씩 선작해서 보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저의 경우를 봐도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선작작품 수 자체는 별 차이 없습니다. 키리샤님 같은 분도 있지만, 예전에도 그런 분 있었습니다. 수설화님, 노란병아리님 등등. 연재작 수가 크게 늘어나기도 했겠지만, 회원 한 명이 보는 작품수는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이런 결론은 이미 티비채널에 관한 연구에서도 많이 나타난 사실이지요. 티비채널 수가 수십개로 늘어났다고 해도 주로 보는 채널은 몇 개 안 됩니다. 연재작이 많아진다고 해도 한 독자의 선작목록에 등록된 작품수마저 2~3배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회원수가 크게 늘어났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또 하나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있습니다. 선호작 1위 작품의 선작수는 왜 이렇게 감소했을까요? 물론 임준욱, 한백림, 금강님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얼마 전까지 1위의 선작수가 만 개가 안 되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예전에는 5위권 안에서 만 개 이상 선작된 작품이 여럿 있었던 것 같거든요. 요삼님 글이 나오니 1위 선작수가 만 개를 훌쩍 넘은 것을 보면 작품의 질이 중요하다는 말은 맞는 것 같지만 회원수가 크게 늘어났을 상황에서조차 선작수가 오히려 3년전보다 크게 감소했다는 것은 참 이해가 안 갑니다.
접속자수나 회원수 증가율과 비교해 봐야 더 정확히 결론내릴 수 있겠지만, 하위권 작품들의 선작수가 늘어나면서도 상위권 작품들의 선작수가 줄어드는 이 이상한 현상에 설명해 보자면 두 가지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첫째로 연재되는 작품들의 수준이 평균적으로 올라가는 경우입니다. 몇몇 작품이 독주할 정도의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지 않는 상황이지요. 1위작품의 포스가 강력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괜찮은 작품들이 경쟁합니다. 이 경우 한 사람의 독자가 선택하는 작품수가 늘어난 탓에 하위권 작품의 선작수가 늘어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읽는 데 소모되는 시간과 노력 등의 장애가 있기 때문에 과연 그런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저의 경우는 그렇지 않더군요. 그렇기에 회원수가 늘면서 커진 파이를 여러 작품이 나눠먹었기에 상위권과 하위권 격차가 줄었다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하향평준화일 수도 있지만, 글쎄요.. 회원수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3년전 59위 작품보다 지금 100위 작품의 선작수가 50%나 더 많은 현상을 설명할 정도는 아닐 것 같습니다. 볼만한 작품이 없다면 독자 개개인의 선작수가 줄어들겠지만, 저의 경우를 보면 그렇지는 않거든요.
두번째는 독자의 취향이 다양해지는 경우입니다. 예전에는 하나의 작품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면 지금은 선호작 상위권이라고 하더라도 일부만을 만족시키는 경우입니다. 반면 틈새시장에서 선전하는 작품들의 경우 선호작이 (회원수 증가탓도 있겠지만) 늘어납니다. 저도 이런 경우에 어느 정도 속합니다. 상당히 설명력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현상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하거든요. 실제로 문피아에 연재되는 작품들도 상당히 다양해졌다고 생각되고.
사실 한 가지 이유라기보다는 회원수도 늘고, 작품들의 수준도 평균적으로 올라가고, 독자의 취향이 다양해진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처럼 압도적인 포스를 자랑하는 작품이 없기도 하겠지만(요즘은 연재없이 출간도 하니까요) 이들 이유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장르계(출간된 작품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니 시장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가 거쳐온 3년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괜찮네요. 독자는 늘고, 작품의 수준은 좀 더 상향평준화되고, 무엇보다 독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여기에 맞춰 다양한 작품들이 공급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데이터가 없으니 제 분석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예전 추천글 하나 찾다보니 이런 결론까지 나왔습니다. 예전부터 장르시장 경향이 좋지 않다고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시장성이 아니라 작품의 질을 논하면서 출판계만 보고 한탄할 필요는 없겠죠. 출간작을 떠나 장르계라는 넓은 틀로 연재물들까지 포함해서 보면 지난 3년간 장르계는 괜찮은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연재한담에 적합한 글인지가 애매하네요. 아니라면 적합한 카테고리로 옮겨주실 것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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