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기반이란 과연 무엇인가. 바로 문장의 기본에 대한 이해입니다. 문장은 '무엇'으로 이루어 져있고, '어떻게' 이루어 져있는가. 그리고 나서, 문단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죠. 뭐, 제가 귀찮아서 문단의 영역까지는 쓰진 않겠지만요.
우선 문장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복잡하게 주어니 용어니 부사니 목적어 동사니 뭐니 같은 소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최대한 간단하게 4가지로 구분하도록 하죠. '주체' '대상' '행위' '장식' 이렇게 4가지로요. 이 4가지 요소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한, 각 요소간의 상호관계가 뚜렷하면서도 단순해서 이해하기 쉽고 혼동의 여지가 없어야 하죠. 마지막으로 각 요소는 문맥 혹은 상황에 맞게 설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주체'는 바로 말하는 화자를 의미합니다. '작가'가 말을 하고 있는가, 혹은 '인물'이 말을 하고 있는가 - 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작가가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을 넘어서, 독자가 글을 읽는 즉시 누가 말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거 누가 말하는 거야' 라는 생각이 약간이라도 드는 순간, 그 문장은 삼류 문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생략은 가능합니다만, 생략을 해도 독자가 즉각적으로 누가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네. 강조했다 시피, '주체'는 '누가 말했는지 명확히 알고, 알게 하는 것' 이거 하나만 지킬 수 있어도 삼류 문장은 면할 수 있습니다.
'대상'은 말 그대로 대상입니다. 그 문장이 누구를 대상으로 서술되어 있는가죠. 크게는 '독자'인가 '인물' 인가 부터, 글 속의 특정한 '개체'인가 아니면 일반론적인 이야기인가 까지. 이것이 명확해야 합니다. 이것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글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것은 곧 가독성의 하락을 의미하고, 글에 대한 흥미가 떨어짐을 의미하죠. 물론 중의적 표현을 통한 문학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한다면 예외가 되겠지만요.
'행위'는 주체가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하느냐를 의미합니다. 어떤 행위를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것은 보통 대충 써도 명확해지니 상관 없지만, '누구에게' 하느냐가 문제입니다. 누구에게 그 행위를 하느냐가 명확해야 합니다. 이점이 명확하지 않다면 독자는 글을 읽을때 쉬이 착각을 하게 되고, 그 착각이 후술된 내용과 맞지 않으면 혼동을 겪게 됩니다. 이는 곧 불필요하게 글을 여러번 읽게 하는 사태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독자는 그런 불친절한 글을 어지간하면 다 버립니다.
'장식'은 소위 말하는 수식어구입니다.문장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지는 않지만 문장에 들어가면 문장의 부피감과 생동감을 살려주는 녀석이죠. 이 녀석을 쓸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양' 과 '적절함'입니다. 장식의 양이 적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냥 좀 단조로운 문장이 되는 것일 뿐이니까요.(사실 그것도 굉장히 큰 문제긴 합니다만.) 다만 양이 많아지면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수식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독자는 그 문장을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그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소위 말하는 숨은그림 찾기마냥 찾아야 하니까요. 그 누가 그런 문장을 읽고 싶겠습니까? 적절함은 솔직히 굉장히 간단합니다. 상황에 맞는 수식어를 써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물이 끓는 상황을 표현할때 '보글보글' '부글부글' '뽀글뽀글' 정도의 수식어가 쓰이는데, 뜬금없이 '어흥하고 물이 끓었다.' 라고 하면... 누가봐도 이상하죠. 이런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거죠
이 네가지에 대한 이해가 되셨다면 이제 이 네가지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남았는데, 이 점은 작가분들의 재량에 따른 문제입니다. 소위 말하는 '문체'가 여기서 갈리죠. 다만 문체와 관계없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길이입니다. 문장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위에 말한 문제들을 범할 가능성이 커지죠. 문장이 길다는 것 자체도 독자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하는데 말입니다. 되도록이면 문장을 짧게 끊을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다만 지나치게 짧아지면? 문장의 깊이가 사라집니다. 문장으로서 이룰 수 있는 각종 장치와 미학적 가치를 실현 할 수 없게 되죠. 이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