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참대전을 마쳤습니다.
저에게는 정말 가혹했던 시간이었네요.
그래도 무사히 생존할 수 있었다는데 스스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만족한 만큼 잃은 것들도 있었네요.
한담이지만, 지금의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 짧은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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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까지 글을 쓰려하는거야?”
가정에 무심한 남편에게 아내가 가시돋힌 말을 내뱉는다.
“조금만. 이번주가 정말 마지막이야”
나는 그녀에게 우는 표정으로 또 한번 자비를 빌었다.
“도대체 뭔데, 이번주에 끝나면 뭐가 되는건데?”
“어? 음... 자기 만족?”
“뭐, 장난해? 나랑 진짜 장난하냐고!”
아내는 정말로 화가났다.
화가났을때의 특유의 독한 표정이 있다.
그 표정이 나왔을 때는 정말로 건들면 안되는 상황인거다.
나는 12시를 한시간 두고, 작성하던 글을 멈춘채 애들 방으로 갔다.
그리고 애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재우고 다시 돌아왔다.
글쓰로 방으로 움직이는 길에 여전히 아내의 매서운 눈이 나에게 달라붙었다.
“미안해. 진짜”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연참대전’
공모전도 아니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3주간 계속 글을 써야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영재의 비밀 1부를 마친 상황에서 막연히 미루고 있던 이상하 변호사 사무장을 연참대전에 맞춰 시작했다.
구체적인 내용전개도, 캐릭터도 잡지 않은 상황에서 쓰기 시작한 글이다.
그리고 동시에 가장 가혹한 환경에서 쓰게 된 글이기도 했다.
매일 매일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아침에 일찍 회사에가서 글을 쓰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글을 썼다.
회사에 마치고 10시가 넘어 집에들어오면 잠도 안자고 기다리던 두 아들이 나를 반겼다.
천사같은 아이들에게 억지로 재우려고 미운 소리도 해가며 쓴 글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을 앞두고, 연습을 쪼개가며 작성한 글이다.
휴가에서 부모님과 애들을 재우고 혼자 밖에 나와 길바닥에 앉아서 쓴 글이다.
‘왜 이렇게 까지 해야되지’
아내가 나에게 했던 질문처럼 나 스스로도 계속 해왔던 질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합리적인 이유가 없었다.
그냥.
쓸데없는 목표의식.
이거 하고 나면 막연히 달라질거란 헛된 희망.
어쨌든 목표를 달성했다.
오늘은 가족 휴가를 마친 날이었다.
식당에서 부모님과 애들은 식사를 할 때 나는 다른 테이블에서 글을 썼다.
아내와 애들은 놀러보내고, 혼자 카페로 가서 글을 썼다.
아무리 해도 이럴만한 이유가 없었지만, 유일하게 남은 끈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거.
그렇게 목표를 달성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18편의 글이 남았다. 14만자에 육박하는 글.
영재의 비밀만큼 많은 글을 단 3주만에 써냈다.
그것도 하루도 제대로 집중하고 쓴 시간 없이.
쓸데없는 목표의식을 뚫고 날린 화살이 어딘가에 분명히 꽂히리라는 헛된 희망을 품으며,
마지막 날의 글을 올렸다.
“왜 이렇게 까지 글을 쓰냐고? 그냥. 자기만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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