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마추어의 한담입니다. 이 글은 저를 위한 글이지만, 혹여 공감하는 분들이 계실까 싶어 이렇게 한담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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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남을 가르치려고 들 때가 있습니다. 글이란 글쓴이의 머릿속에 든 내용을 남에게 보여주는 행동이지만,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행동이다 보니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내 말이 옳으니 너희들은 그냥 내 말만 들어.’라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물론 온라인상에서 연재를 하다보면 ‘덧 글’이란 쌍방향 시스템으로 인해 글을 읽는 분들의 생각과 반응을 알 수 있지만, 고압적인 행동에 익숙하다보니 글을 읽는 분들의 생각 역시 ‘뭣도 모르면서 간섭하지 마.’라며 자신이 쓴 글만이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저는 한 가지 의문을 가져봅니다. 과연 글을 쓴다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라고.
물론 대단한 것은 맞습니다. 고래로부터 수많은 글쓴이들의 지적고통의 산물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들이 얻는 지적쾌감 역시 없을 테니까 말이죠.
다만, 글을 쓰면 쓸수록 저를 포함한 글을 쓰는 이들은 협잡꾼이 되어가고, 협잡꾼이 된 것에 대한 자그마한 부끄러움조차 없이 오히려 자존자대함에 물들어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창작.
참으로 멋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해서 이 말을 잘못 이해한 많은 글쓴이들이 이미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을 고작 알파벳만 바꾸어 놓고선 창작했다며 너스레를 떱니다. ‘무슨무슨 술’이라고 글안에서 등장시켜 놓곤 정작 ‘무슨무슨 술은 현실의 무슨무슨 술과 비슷합니다.’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으면서, 또 ‘무슨무슨 도량형은 현실의 미터법과 같습니다.’라고 밖에 설명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고, 자신이 그 세계의 창조신이라고 너스레를 떱니다.
물론 이미 존재하는 현실의 것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하는 글쓴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것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하면서도 정작 현실의 것들에 대한 충분한 공부가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그 소설 안에서만 적용되는 ‘고유명사’로 둔갑해 버릴 때가 태반입니다. ‘밥’을 ‘밥’이라고 써놓고 ‘빵’인 양 묘사했으면서도, 독자들이 지적하자 ‘이 밥은 현실의 밥과 다릅니다. 설정은 설정으로만 받아들여 주세요’라고 말이죠.
다소 민감한 부분입니다만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다름 아닌,
‘글을 쓰는 이라면 글을 쓰기 전에 먼저 교만부터 내려놓고, 언제나 겸손한 자세로, 또 배우는 자세로 글을 쓰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물론 이런 글을 쓴다고 해서 제가 뭐라도 된 사람인양 너스레를 떨기 위함이 아닙니다. 저 또한 지금도 여전히 제가 만든 세상의 조물주라고, 제가 쓴 글이 진리라고 으스대는 사람이니까요.
다만, 이제야 겨우 저의 주제를 조금씩이나마 깨닫고 있는 사람으로서, 또 재능 있는 많은 분들이 스스로가 쌓은 자존의 벽에 갇혀 좀더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감히 드리는 말씀이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으면 하네요.
그럼 어느 분의 말을 인용하면서 두서 없는 글을 마치겠습니다.
‘교만은 대인 관계에선 역기능을 가질 때가 많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야하는 작품 활동에선 순기능으로 작용할 때가 더욱 많다.
하지만 겸손은 대인관계는 물론 작품 활동에서까지 언제나 순기능으로만 작용한다.’
어느덧 봄기운이 완연하군요. 올해엔 꽃놀이나 가야겠습니다.
언제나 즐겁고 평안한 시간 되시길.
-에르체베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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