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에 들어와 흔적을 남기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라(사실 소설에 다는 댓글이 아니고서는 처음이기까지 합니다;) 어색한 느낌에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 한참을 고민하게 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게시판을 제 흔적으로 더럽히는 이유는,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 글을 소개해드리고 싶었던 탓이지요^^.
지금은 오후 열한시 오십오분. 이제 오분가량만 지나면 음력 설이 되네요. 정말로 2008년이 오고 마는건가 싶어 느낌이 이상해요. 그러고보니 2007년 연말(음력기준)은 입시탓에 정신없이 보내고 말았네요. 그게 무척이나 아쉽지만, 그래도 바쁘게 지내던 사이 차곡차곡 쌓인 글을 보자니 못내 흐뭇한 미소가 나오고 맙니다.
읽는것만으로도 입가를 위로 밀어올릴 수 있는 글, 심장을 쥐어뜯는 아픔도, 발바닥을 지상 30cm 위로 들어올리는 유쾌함도 없는 글, 그래서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그 편안함이 결코 정체되어 있는 편안함은 아니라는 게 놀라운 글.
제가 오늘 감히^^;; 추천해올리고픈 글은 바로 작가연재란에서 연재되고 있는 소요군님의 '내가 마법을, 네가 미소를' 입니다. 검색을 하실 때에는 '난마법넌미소' 란 제목으로 검색하셔야 나오지 싶습니다.
사실 이렇게 추천하기에는 연재되어있는 분량도 상당히 짧고, 그렇다고 연재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지만, 이 소설에는 전작(그림자군의 만행)이 있는 탓인지 초반부터 상당히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눈을 확 잡아끄는 화려함은 없더라도, 은근하게 젖어드는 부분이 무척이나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약간 다른소리같지만, 혹시 '동화' 좋아하시나요? 저는 어린시절 나이터울이 큰 언니와 자란 탓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까지 단 한번도 동화를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다섯 살 위인 언니가 읽는 책을 함께 읽었거든요^^;;
물론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백설공주며 삼총사(의 어린이판), 신데렐라며 콩쥐팥쥐, 아기돼지 삼형제나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동화의 홍수에서 허우적 댄 시기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제 시기를 놓친 동화란 참 건조하고 서늘한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이더군요; 동화라는 이름 아래 묵인되는 비현실적인 우연과 도움의 겹침, 틀에박힌 교훈 등 크게 유감이 생기지는 않지만, 손 거스러미처럼 조금씩, 그렇지만 계속해서 거슬리는 부분이….
그렇게 다시 동화를 보지 않게 되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중학교 2학년 무렵, 우연히 들어간 대여점에서 이 작가님(소요군 님)을 알게 되었고, 한순간에 매료되어 소요군 님의 작품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중2~중3 무렵즈음 해서 발견한 것이 바로 그림자군의 만행이었지요.
제가 매료되었던 작가님의 전작도 그러했지만, 바로 이 글 (이 글에서는 편의상 난마법…으로 호칭하겠습니다.) 난마법… 은 제게 있어 일종의 욕구불만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어린시절 선택의 여지 없이 강탈당해야 했던 판타지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굵어지기 시작했던 때와는 달리 짜증스런 손 거스러미도 느껴지지 않는, 그런 글이었으니까요.
이미 머리가 굵어진, 그렇지만 어린시절의 판타지를 다시 느껴보고 싶으신 분, 매일 시계 초침처럼 바삐, 같은 자리만을 맴도는 팍팍한 일상에 질려버리신 분, 평안함에 질려 자극을 찾아다녔지만, 이젠 천편일률적인 자극에 지쳐버려 뭘 어찌 해야 할 지 모르시겠는 분.
그런 분들께 이 이상 잘 맞는 처방전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아츠 브링로안의, 또 안개백작의 일상이(말 그대로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들때까지의 -보통의 소설에서 언급되지 않는 너무나 일상적인- 일상이) 눈 앞에 그려져 글을 읽고있지 않은 동안에도, 또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아 애태우는 동안에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에 안도하게 되곤 합니다.
특히 저는 안개백작이 책을 읽는 모습이며, 자신이 읽지 않은 책을 찾으려 낑낑대는 팬시 안개백작이 머릿속을 뽈뽈대며 돌아다니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겠어요^^;; 아츠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캐릭터이지만, 역시나 전 편애가 심한 편이라…. 별 수 없이 늘상 안개백작이 우선시되고 마네요.
사실, 오랜만에 문피아에 돌아와 습관적으로 기억나는 작가분들의 닉네임을 검색하다 소요군님을 발견했을 때, 그리고 작가님께서 올리시는 소설이 예전 읽었던 '그림자군의 만행'의 리메이크본이란 것을 알았을 때, 다시 읽을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열다섯~열여섯의 제게 너무나도 인상깊었던 작품이지만, 3년간의 공백은 절대 작은것이 아니니까요. 이제 열아홉이 된 제가 다시 작가님의 글에 젖어들어 잃어버린 판타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였으니까요. 그렇다면 기억만이라도, 추억만이라도 예쁘게 남겨놓는것이 낫지 않을까, 마우스 커서를 제목에 갖다 댄 채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지금은 왜 그런 고민을 했을까, 왜 조금 더 빨리 읽지 않았을까, 오히려 후회하고 있는 중이지요. 2년간 수능만을 보고 하루 서너시간씩 자 가며,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달리느라 퍼석퍼석하게 마르고 갈라진 마음에 너무나 효과 좋은 약을 처방받아버렸으니까요.
새해입니다. 하고싶은 말은 너무도 많고, 그렇다고 글을 한없이 늘릴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나름대로 말을 고르느라 어느새 정말로 새해가 오고 말았네요. 지금은 열 두시 삼십분. 2008년이 온 지 30분이나 지나고 말았습니다. 이제 다섯시간이 지나면 세배준비며 차례준비, 음복준비에 온 집안이 부산스러워지겠지요. 그러다 저녁이 되면 다시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가 명절음식이나 잔뜩 먹고, 배를 두드리며 다시 컴퓨터 앞에 앉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 그럴 것 같아요.
그리고 문피아에 접속해서, 난마법… 을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보겠지요. 마치 큰 호수의 수면처럼 느린 템포로, 그러나 끊임없이 계속되는 잔잔한 움직임에 다시 어떠한 안도감을 느끼고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요군님이 펼치는 글이란 '마법'에, 별수없이 '미소'짓게 되고 마는 요즈음입니다. 어떠신가요? 길고 긴 설 연휴기간동안, 난마법…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은.
난마법…만 생각하면 할 이야기가 자꾸 늘어가서 큰일입니다. 이 이상 글을 늘렸다가는 설 연휴 내내 읽어도 모자랄만큼 긴 글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네요; 아무래도 이만 줄여야지 싶습니다.
여기까지 차분히 읽어주신 분이 과연 계실까요? 의욕만 앞서 졸필이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글을 남기게 되고 말았습니다만…, 혹시라도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그 분의 무한한 인내심에 경의를 표하고싶네요^^
정말로, 정말로 마무리짓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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