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이후 민주주의가 대두되면서 각국마다 구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귀족들은 물론이고 권력의 중점에 선 왕가의 운명도 이 때문에 폭풍을 맞게 되는데요...
이렇게 폭풍을 맞고도 '국가의 상징'으로 간신히 살아남은 왕가들이 있는가하면, 처참하게 종말을 맞이하는 왕가들도 적지 않지요.
'처참한 종말파'의 선두 주자는 프랑스 부르봉 왕가 입니다.
베르사이유의 장미 보신 분 아시지만(뭐 만화는 마리 앙뜨와네트를 너무 미화시킨...), 국왕이 모가지 댕강 잘렸습니다.
이후 나폴레옹의 보나파르트 가에서 왕권을 잡기도 했지만, 이후 프랑스는 공화정 체제로 자리잡지요.(...라 하지만 부르봉 가문과 보나파르트 가문은 아직도 서로 진정한 '프랑스 왕가'의 후계자라고 머리 끄댕이 잡고 싸운뎁니다.)
'간신히 살아남아파'의 선두주자는 영국 윈저 왕가입니다.
뭐 윈저 왕가 이전에... 훨씬 이전에... 살라딘과 치고받고 우정어린 편지까지 주고 받은 사자왕 리처드의 동생 존왕의 실정이 영국 왕권의 쇠락을 가져오고 말았죠.
당시 영국 귀족들이 존왕을 다구리까면서 사인하라고 내민게 '마그나카르타(대헌장)'...
이로서 영국의 국왕은 무소불위의 권력에서 물러나게 됩니다...라고 하지만 엘리자베스1세 여왕 처럼 삽질 안하고 권력 잘 휘두른 왕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 대헌장이 개기가 되어, 영국은 왕이 조금만 엄한 짓을 해도 바로 방법에 들어가게 됩니다.
근데... 이건 희안하게도 권력의 핵심에서 물러나니 오히려 장수하게 되었지요.
일본도 막부 쇼군들이 정권 잡으면서 천왕은 마르고 닮도록 권좌에서 할일없이 놀고 있었는데... 섬나라는 원래 좀 이런 가 봅니다.(대륙권은 그냥... 권력 잡으면 내가 왕한다!...며 확 엎어버리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사라진 것이니 프랑스와 같은 케이스라고 하겠습니다.
나라도 망했으니 그 처참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는데, 광복 후에도 대접이 쀍스러워 많은 안타까움이 있다고나 할까요?
당시 이승만은 '같은 전주 이씨의 경선공파' 임에 불구하고 나라를 망하게 했다는 이유로 왕족들의 입국을 금지시킵니다. 영친왕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조국에 충성할 것'이라는 서약도 했지만 반응은 냉담했었죠.
웃긴게 말입니다... 이승만의 경선공파의 웃대 선조가 누군가 하면 '양녕대군'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조선왕가는 '충녕대군' 후손들이었구요. 웬지 음모론 적이라지만... 뭔가 관련이 있어보이지 않습니까? 참고로 이승만은 '효령대군'파인 부통령 이기붕과는 친하게 지냈고, 그의 아들을 양자로 삼기도 했습니다.(이를 더러 한국식 프리메이슨이라 칭한 분도 있습니다..--;)
아무튼...
폭풍에 휩쓸린 왕가의 운명들은 다들 저러한 것이라지만...
큰 폭풍에 휘말리고도 참으로 특이한 케이스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불가리아의 마지막 국왕인 시메온 2세인데요...
이 양반은 1937년 생으로, 1943년 아버지 보리스3세의 갑작스런 죽음(나치의 독살설이 있으나 실은 심장마비)로 왕좌에 오르게 됩니다.
철없는 어린국왕 대신에 그의 삼촌이 섭정으로 나라를 다스렸는데, 나치독일과 스탈린의 소비에트 사이에서 줄타리 잘못 서다가 된통 험한 꼴 당하게 되지요.(첨에는 독일 편들다가, 나중에 재빨리 중립 선언했으나...)
아무튼 이 어린 국왕은 1947년 퇴위되어 스페인으로 가게 됩니다.
그러나 스페인에서 이집트로 망명한 국왕은 거기서 머리 굵게 자라며 부르봉 파티마의 공주와 결혼하며 살아가게 되었죠.
근데 그 사이에 조국 불가리아에서 당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시뻘갱이 애들이 뭐 같이 나라꼴을 만들어 놨는지 몰라도, 공산화가 끝나고 1990년에 그가 귀국했을 때 전 국왕에 대한 인기가 장난이 아니었답니다.
그래서 몇년 있다가 불가리아 총선에 나와봤는데... 당당하게 총리로 당선!!!(지금은 물러났습니다.)
대통령이나 총리 해먹으면서 정권 잡고 왕이나 황제가 되는 사례는 많지만 이전 왕조의 국왕이 민주국가의 총리가 되는 유일무이했지요.
물론 복권까지는 못 했지만, 이 정도로도 참 멋진 반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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