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와 더불어 소위 \'발암\' 주인공의 양대산맥이 찌질한 주인공입니다. 진짜 많은 소설의 주인공 - 대부분 이고깽 주인공들이 찌질했죠. 요즘은 \'사이다\' 같은 전개를 선호해 오히려 이기주의적인 주인공이 범람하고 있디만 과거에는 이상할 정도로 찌질이와 호구가 많았습니다. 읽으면서 \'이거 쓰는 작가들은 안 답답한가? 왜 이렇게 쓰지?\'라고 속으로 욕도 했죠. 어제 예전에 읽다 말았던 이고깽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느낌이 달랐습니다. 분명 예전에는 읽다가 하도 답답해서 더 이상 못 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주인공에게 공감이 가더라구요. 대략적인 내용을 말하자면 차원을 이동하는 주인공을 따라 온 이세계인을 주인공이 소란을 일으키기 싫어해서 가만 놔두었다가, 다시 차원 이동을 한 순간 습격당해서 이세계 애인이 대신 죽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애인 시신을 본거지에 가져다 놓고 울다가 자기 고향으로 도피해 이세계인을 믿었던 자신을 자책하고요. 이 바보 같았던 주인공의 행동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갑니다. 그럼에도 이 찌질한 행동을 한 자기 자신을 자책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려왔습니다. 찌질한 행동 자체나 그 개연성보다는, 찌질한 행동을 한 주인공의 심정에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소위 이고깽 소설의 주인공에 제가 몰입했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보는 사람이 답답한 찌질이, 내가 저 주인공이 된다해서 저 찌질이처럼 행동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들었습니다. 딱히 그래서 제가 읽은 소설이 수작이라고 추천하거나 찌질이 주인공을 옹호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소설 속에 흔히 나오는, 그리고 이 세상 찌질함에 대해 약간 공감하게 되었다는 내용의 한담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뭔가 무협 소설 주인공이 평범한 일상에서 무공의 깨달음을 얻은 그런 느낌이라서요 ㅋㅋㅋ
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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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46 만홍
- 16.02.21 10:47
- No.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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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8 닭장속연어
- 16.02.21 10:47
- No. 2
결국 공감가는 캐릭터는 현실적인 캐릭터니까 그렇지 않을까 싶네용..
예~전에 한 10년 전에 그 눈먼 자들의 도시인가 그 책 쓴 작가의 단편 소설 중에 등기소 직원이 주인공이 소설이 있어서 그걸 읽었었는데, 거의 뭐 까뮈의 이방인 주인공 수준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땐 그 소설 읽으면서 너무 나랑 닮았다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나네용..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늙었는데(?!) 시간돼서 한 번 더 읽어본다면 (제목을 잊어먹었습니다 사실..;) 더 공감이 갈지.. 아니면 단지 불편하기만할지 궁금하네용..ㅎㅎ
일전에 수업 시간에 문학이 설령 전부 허구에 불과하더라도, 왜 문학 읽기가 가치를 갖느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 중에 하나로 제시되었던 것이, 문학은 인간이 상상가능한 무한한 종류의 성격을 제시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거였습니당.
장르 소설에서도 캐릭터라는 것이 빠질 수가 없고, 순수문학은 말할 것도 없고용.. 그리고 그렇게 수많은 성격의 조합 중에서 작가가 이것저것 선택해서 만들어낸 캐릭터 중 상당수는 독자에게 비록 자신이 직접 한 경험이 아니지만, 단지 책을 읽고 이해함으로써 그러그러한 성격과 그 성격에 따른 행동에 대해 미리 경험하게 한다는 문학의 고유한 특성을 만들어준다는.. 내용을 수업 중에 들었던 기억이 나네용..
사실 수업에서 했던 얘기는 결국 이런 문학의 특성 때문에 소설이 도덕적 판단에 대한 내용을 담는 게 중요하다는 거였던 기억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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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99 여행하는자
- 16.02.21 11:19
- No.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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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32 모난정
- 16.02.21 16:13
- No.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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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94 Girlswin..
- 16.02.22 14:28
- N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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