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에케일님의 리베,라미아.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안개와도 같은 문체입니다.
분명히 동일한 목소리로 읊어지는 이야기일진데, 때에 따라 이 안개는 새벽녘의 그것마냥 잔잔한 동시에 싱그럽기도 하고, 밤과 뒤섞일 때나 맛볼 수 있는 우울함과 끈적한 몽환감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특징이 분명히 드러나는 데가, 꽤 자주 등장하는 편인 성적 묘사부분입니다. 흔히들 생각하시는 그런 의미는 물론 아닙니다. 감각이 아닌 정서로 다가드는 장면들이랄까요. 순간 순간 주인공 리베가 품는 감정에 이입할 때면 상황 전개에 낯을 붉힐 겨를도 없습니다. 도무지 눈요기로는 치부할 수 없는, 리베라는 캐릭터를 표현해내기 위한 포석이라 봐도 무방하겠더군요.
댓글 가운데에는 '이런 장면을 꺼리지 않는 편인데, 작가분의 필체로 혐오감까지 느끼게 된다'는 내용의 것도 있는데, 공감이 갑니다. 리베가 갖는 타인에 대한, 혹은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이토록 감정이입되는 소설이 근래에 또 있었던가 싶기도 하고.
-_-; 이상하게 추천 이유가 지엽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데, 어디까지나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해주십사...
에-,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야기의 구성도 뛰어나고, 캐릭터성도 살아있습니다. 연약한 순례자 챕터 부분에 가서는 약간 어수선해진 감도 있지만, 흠이 될 정도는 아니라 생각하구요.
꼭 한 번 일독을 권해드리는 작품입니다.
Commen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