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고룡이 생각납니다. 그렇지만 무언가 다릅니다. 작가 자신만의 무공이라는 뜻입니다. 무협의 역사에 있어, 어쩌다가 천재가 출현, 자신만의 무공을 만들어 낸다는 그런 이야기가 고무판에 재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무공은 약간 괴이한 듯 하지만 소림과 무당, 그리고 화산으로 대표되는 정통 무공의 본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모든 캐릭터들이 약간은 편벽되면서 (흡싸 일본 만화처럼) 독특한 개성의 소리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것 같으면서도 한 번 씩 가슴이 먹먹해지거나 흠! 약간 우울해지는 그런 묘한 현실감이 있습니다.
무공 묘사나 전투 장면에서도 독특한 시각과 전개를 보여줍니다. 극도의 클로스업으로 대결자의 심리를 묘사하다가도 눈부신 속도로 초식의 전개를, 허망한 부상과 죽음을, 그리고 무언가 무상함과 여진을 남기는 그런 결말을 쓱하니 그려냅니다.
문장은 단연 최상급입니다. 캐릭터들의 개성과 조화도 단연 최고입니다. 무공(무언가 깨달음을 의미한다면)에 대한 묘사도 좌백(개인적으로 금전표에서 보여준 묘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이나 이재일(묘와동주/쟁선계)의 경지와는 또다른 세계를 보여줍니다. 최고 수준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잘 가꾸어진 정원이 아닌 들판에 우연히 만들어진 연못과 그 둘레의 갖가지 야생 풀과 꽃들. 그들이 울려내는 고졸하면서 재즈음악같은, 그런 독특한 무협의 세계를 들여다 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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