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산의 끝자락에서 이렇게 세상을 내려다 보니, 그간의 행보가 참으로 우습구나.
이제 나는 선계로 향한다.
그 일환으로 이 글을 후인에게 남긴다.
나는 태어난지 아홉해가 지나 천지의 숨소리를 듣는다.
내 주위에 살아 숨쉬는 짐승들의 생기가 느껴진다.
또한 그 모든 것들의 즐거움과, 성냄, 그리고 슬픔이 가슴으로부터 느껴진다.
내가 태어난지 열 한해가 지나 인과율의 법칙이 내 머리속을 스쳐간다.
세상의 모든 이치와 까닭이 자연히 생각난다.
또한 태어난지 열 네해가 지나니, 독사의 맹독도 나를 상하게 하지 못하더라.
하지만 해가 더해도 좋아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저주받은 육신이다.
그러나 내가 태어난지 열 여섯해가 지나 나의 몸을 관조할 수 있었으니, 그것이 희망이다.
나의 팔다리와 장기가 이 모양인 까닭을 그제야 깨달은 것은 참으로 어리석었음이다.
그 이유인즉, 구미와 거궐의 혈이 대거와 중극의 혈과 뒤바뀌어 있고, 연천과 선기의 혈이 유부와 중부의 혈과 섞여있다.
인체에 존재하는 삼백육십여개의 혈도가 범인들과는 달리 모두 제각각인바. 팔다리가 따로놀고 심폐가 허한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니, 그정도에 그친것은 날때부터 이미 반선의 신체를 가진 덕이라 볼 수 밖에 없다.
나는 곧 생각나는 여러가지 방법중 한가지를 택했으니 그것이 바로 무공이다.
한 가지의 신공을 창안하여 점점 뒤틀려 가는 팔다리를 바로잡고, 의지로서 산자에게 죽음을 내릴 수 있는 경지가 되니 그것이 약관이다.
하지만 스물 다섯해가 되던해에 천지간의 모든 법칙과 소우주를 깨달으니, 지난 날의 운명이 보임이다.
내가 이름지어 천마지체이니, 그것의 죽음은 이땅에 태어나 스무해라 하더라.
천마지체의 몸은 날때부터 이미 반선의 몸이니 그저 스무해를 넘기지 못하여 죽는다 한들 어찌 선계에 오르지 못하랴.
다만 우매한 나 자신이 하계의 미련에 끌려, 길고도 먼 길을 돌아 왔으니, 지난날의 행보가 우습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덕분에 두가지의 미련이 생긴바, 이리도 힘들게 선계에 오를 준비를 하는 바이다.
하나는 오래전에 죽은 나의 아내 당화령이다.
백년이 지난 이제야 대우주를 깨달아, 오래전 아내의 죽음이 거짓이었음을 알았으나 무슨 소용이 있으랴.
다만 이제 선계에 올라 영원히 그녀와 함께하리라.
다른 하나는 나의 후인이다.
형제들의 바램을 져버리지 못한 우매한 나 때문에, 천마지체의 씨앗이 두 땅에 뿌려졌으니, 하늘의 뜻이 어느 쪽에 설지는 천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후인을 위한 작은 안배를 남기어, 하계의 모든 미련을 버리고 선계에 오르려 함이다.
다음 대의 천마지체를 타고난 자여, 너를 위해 내가 창안한 신공을 형제들의 땅에 남기니, 인연이 닿아 이 글을 보게 됨이다.
신공은 범인이 감히 범접할 수 없음이니, 만약 범인이 이를 익혀 그 끝을 보려 한다면, 끝없는 폐단에 홀려 남는 것은 오직 피일 뿐이다.
신공의 연공은 기실 연공이라 할 수 없으니, 끝없는 깨달음으로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다만 한가지 명심할 것은, 후인이여, 굳이 먼 길을 돌아오려 하지 말 것임이다.
하계의 미련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스무해가 되는해에 선계에 오를 수 있으니, 어찌 미천한 세계를 떠돌려 함인가.
하지만 만약 먼 길을 돌아가려 한다면, 그 뜻 또한 존중해 주리라.
그렇다면 너의 의지가 곧 하늘의 의지이니, 깨달음의 끝에선 너의 손짓을 감히 범인들은 막을 수 없으리라.
신공의 시작이 곧 먼 길을 돌아가려 함이니, 모든 선택은 후인에게 맡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신공의 연공은 곧 깨달음을 통해 이루어 질 것이니, 잘못된 방법으로 너의 뜻과 달리 스무해에 선계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할 지어다.
이제 이 작은 안배마저 신공과 함께 형제들의 땅에 남기니, 하계의 모든 미련을 버릴 수 있구나.
선계에서 아내와 함께 너의 행보를 지켜볼 터이니, 어디 한번 그 뜻을 미천한 하계에 펼쳐 보이거라.
자유연재 - 무협 란에서 연재하시던 화무백일홍님의
마신이 정규연재란에 입성했습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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