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어제 설명 요청이 들어온 사항이에요. 댓글 보고 이 두 개를 어떻게 설명하나 아주 고심했습니다. 그런데 딱히 해법이 없네요. 뭔가 거창하게(?) 설명해볼까 했는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냥 단순하게 나가기로 했어요.
먼저 <-의>를 보겠습니다. <-의>는 영어로 따지면, 소유격에 해당합니다. 영어엔 조사가 없기에 명확한 구분법은 아니지만요.
<-의>의 사용은 아주 단순합니다. 모든 용례가 하나로 귀결되기 때문이죠. 바로, <'누구'의 '무엇'>입니다. '나의 바람', '너의 소원', '우리의 꿈' 등을 예로 볼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나의 바람>은 <내 바람>으로, <너의 소원>은 <네 소원>으로 줄여 쓸 수 있다는 것이 특이점이라면 특이점입니다. '나에 꿈은 하늘을 나는 것이다'라고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에겐 매우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에>는 영어에서는 전치사 to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어디에 무엇하다>라고 쓰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어디' 부분에 들어갈 수 있는 명사는 시공간적 장소, 어떤 행동의 원인, 행위나 규율의 기준, 행위나 물체가 이르는 곳 등인데, 문법적으로는 장황하지만, 실제로 접하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지요.
나는 여덟 시에 와서,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다.(시공간적 장소)
나는 신호를 위반한 차에 치였다. (어떤 행동의 원인)
그건 예의에 벗어난 행동이었어. (행위나 규율의 기준)
우주선이 무사히 달에 착륙했다. (행위나 물체가 이르는 곳)
위의 예처럼 우리가 신경쓰지 않고 쓰는 게 옳은 것이죠. 음, 뭐, 새로운 걸 설명하고 싶었는데, 딱히 새로울 게 없군요.
그런데, '우리 어법을 설명하는데 왜 영문법을 같이 언급하느냐. 완전히 다른 언어를 동일선상에 두는 것 아니냐.'는 맥락의 쪽지를 받았습니다. 그분께는 이미 답변을 드렸지만,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의문을 느끼실 분이 있을까 싶어서 입장을 밝힙니다.
쪽지 주신 분이 지적하신 대로 국어문법(어법)과 영문법은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꼭 영어와 비교한 것은, '국어문법' 자체에 낯선 우리 현실을 감안했기 때문이에요. <-에>만 해도, 그냥 설명하면 장황한데, <-에>는 <to>와 같은 거라고 하면 단순해지지 않습니까. 국어문법 혹은 어법책은 시중에서 찾기 어렵고, 있어도 학술지에 가까운 실정입니다. 이에 반해 영문법 책은 그간 많은 연구가 진행돼 쉽게 설명된 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요. 그래서 오히려 영어와 비교해 설명하는 게, 접근성에 있어 용이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겁니다. ('훈민정음언해'랑 취지만은 비슷......ㅡ쿠당)
어쨌든, 그런 건데,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시정하겠습니다. 그리고 건드렸으면 하는 어법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그럼 모두 좋은 나날 보내시길 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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