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제목없음 3편

작성자
Lv.52 녹슨
작성
05.08.25 23:23
조회
605

그냥 생각날때마다 조금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이런 일순간의 흥취로 적어가는 이야기는 호응이 오래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잠시 더위를 잊는 콩트 정도로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콩트라고는 해도 애초의 목표인 잡담보다는 대단한 격상입니다.

금강이 내민 새까만 덩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의 크기는 우황청심환 만하고, 별다른 냄새는 맡을 수 없었다.

약간 물컹물컹한것 같기도 한데, 힘주어서 눌러보고 싶은 감촉은 아니었다.

이거 누르면 터질지도 모르지.. 우엑.

금강이 먹으라고 내민 것은 식인마에게서 추출한다는 내단이었다.

내공을 익히는 사람들에게 있어 일종의 보약 비슷한 개념인 것 같은데

외계인 신체의 일부를 삼키라고 하는 데에는 정말 어지간한 비위로는 구역질을 참기 힘들었다.

난 원래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청년이라고..

"뭐해? 안먹냐? 물 줄까?"

무공을 익히겠다는 것을 밝히자, 금강은 시종일관 반말이다.

아니, 원래 나보다 연장자이기도 하지만 그의 미간에는 '나 정말 귀찮다'라고 써있는 것 같은 인상이 팍팍 찡그려 있어서 나까지 괜히 불쾌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어?

핸드폰도 빼앗기고 벌써 밤이 늦었는데 이런 이상한 곳에서 벗어나려면 시키는 거 다 들어주는 수밖에 없으니.

"아니요. 먹지요..."

군대에서 고참들이 주던 지렁이를 삼키는 기분으로 내단을 먹었다.

씹어먹어야 약효가 도는 종류의 물건이 아니라서 새삼 다행이었다.

울컥, 하고 무언가가 식도를 넘어가는 기분은 정말 더러웠다.

"좋아, 이제 태권도의 품세를 취해라."

"저 태권도 할 줄 모르는데요.."

"...너 군대 안갔냐?"

"그냥 정권지르기랑 앞차기 정도..."

"그거면 충분하다."

외계인의 내단과 태권도(정권지르기)를 통해 내가 무림인으로 거듭나는 데에는 한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세상 참 쉽다.

금강은 우리집으로 향하는 쿠페 안에서 쉴새없이 떠들었다.

많은 것을 교육받았고, 강요당했다.

내공을 가지게 된 것을 비밀로 하라는 것에는 전혀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나도 아버지한테 맞아죽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라는 것과, 무공이 어느 경지에 도달할 때까지 고무판의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라는 말에는 반감이 든다.

그에게 부모님을 설득하는 방법 같은 것도 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심정이다.

핸드폰도 해지당했고, 여자친구는 물론 일체의 교우관계 역시 해지당하고 말았다.

내가 무림인이 되는 첫걸음은 바로 사회로부터의 고립이었던 거다.

대체 왜? 이 말도 안되는 신체때문에?

금강의 말로는 내가 일월천룡극양신무일발역전로또지체를 가졌기 때문에 무공의 성취가 빠를거라 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라서,

그가 원하는 경지에 이르려면 적어도 3년은 고생해야 할 거라 설명했었고, 나를 또 한번 절망하게 만들었다.

하루아침에 나는 많은 것을 잃게 되었다.

그것에 대해 금강의 책임은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그가 미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고무판(孤武判 : 외로운 무림의 판관) 이라는 단체의 판주(判主)라는 그는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다.

내일부터 나는 그가 지정해주는 오피스텔에서, 그가 지정해주는 보호자와 함께, 그가 제공해주는 의식주로, 그가 가르쳐주는 무공을 익히며 3년여를 보내게 될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생명의 은인에 숙식을 해결해주고 강해지게까지 만들어주는 고마울 사람이었지만

어쩐지 그가 좋아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아."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난 후에는 파격적일 정도로 부당한 일을 강요하는 행동패턴을 보였기 때문에 새삼 긴장하게 되었다.

그는 담배연기를 훅, 하고 뱉어내며 조수석의 나를 돌아보았다.

"근데, 너 이름이 뭐냐?"

"......."

아버지의 설득은 쉽지 않았다.

내년쯤에 행정고시를 치를 계획이었던 것을 부모님께 평소에 밝혀왔기 때문에, 집을 떠나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거짓말을 할 수는 있었으나

숙식을 전부 친구의 집에서 동거하며 해결한다는 말에는 너그러운 어머니마저 난색을 표하셨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이 한푼도 없으니 부모님의 불신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아버지는 '이놈이 요즘 연애하더니 완전히 미쳤구나' 싶으신지 복지부동이었고

발랄한 여고생이자 친애하는 여동생은 '오빠가 웬 여자를 임신시킨 모양'이라며 집안의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어버렸다.

안그래도 착잡한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없다 정말..

소모적인 말싸움을 끝내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지금의 내가 얼마나 위험한 위치인지 알아버린 이상 가출이라도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할아버지가 남기신 무림인명록을 포함해서 이것저것 가방에 쑤셔넣었다.

무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물건이 어떤 방향으로 필요할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냥 되는대로 전부 챙기는 수밖에 없었다.

무단으로 가출하는 마당에 쪽지 하나정도는 남기는 것이 예의라서 컴퓨터 모니터에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다.

- 찾지 마요.

정말 몰개성한 인사말이지만, 다른 쓸만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국정원이 식인마를 감시하는 것처럼 외계인들도 국정원을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공권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고무판이지만, 판주인 금강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멤버가 함부로 움직이는 것을 꺼리고 있었다.

약속한 접선장소인 종로의 교보문고에서 만나게 된 사람은 무림인들 중에 거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그 사람은 아줌마였다.

뽀글이 파마머리를 하고, 어딘가 언밸런스한 투피스 정장을 차려입은 그녀는 이리보고 저리보고 아무리 잘 봐줘도 절대로 무림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긴 아줌마라고 무공을 익히지 말라는 법은 없었지만, 너무 심하게 안 위험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외계인이 감시하지 않는것도 조금 이해가 간다.. 라는 느낌일까.

양아치와 아줌마의 3대 공통점이 있는데,

1. 몰려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2. 친해지면 금세 '형님'이라고 부른다.

3. 잘 찾아보면 몸 어딘가에 문신이 있다.

는 것이다.

과연 오늘 만나게 된 아줌마도 눈썹에 진하게 문신을 한 상태였다.

아마도 10년쯤 전에 한 문신을 차마 지우지 못하고 오늘까지 살아오고 있겠지.

하여튼 딱 그런 이미지의 아줌마였지만, 그녀가 이름을 밝히자 나는 깜짝 놀랄수밖에 없었다.

진산.

그녀 역시 무림인명록의 첫번째 챕터에 자리하고 있는 무림인이었다.

할아버지가 남긴 무림인명록은 15년 전의 출판본으로 이 책에 실려있다는 것은 꽤나 오래전부터 이름을 날리던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진산.

독문무공 - 철혈키스공.

세계에서 유일하게 순강(脣剛 : 입술 강기)를 구사하는 여인으로 그녀의 강기에 적중된 자리에는 붉은색의 키스마크가 남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푸른 손바닥 모양의 멍이 남는 일반적인 장인(掌印 : 손바닥도장)과 달리

그녀에게 당한 상처에는 붉은 입술모양의 주인(朱印 : 붉은도장)이 남아서

무림에서는 그녀를 주인마(朱印魔)라고 부른다고...

그녀는 자신의 인정을 받은 사람 외에는 자신에게 명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고 한다.

얼마나 지독했으면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게 할까... 라는 것은 할아버지의 메모였다.

하여튼, 생사박 좌백과 삼일간의 생사투 끝에 정을 느껴 결혼했다는 주석이 있었다.

그리고 현 무림에서 그녀의 얼굴을 알 수 있는 사람은 10명도 되지 않는다는 것과, 그녀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금강과 좌백. 두명뿐이라는 것도...

이런 거물이 행차할 정도로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진 못했다.

단지 이런 거물이 행차할 정도로 내가 위험하다는 것을 새삼 느껴야 했을 뿐이었다.

나는 그녀의 그랜저를 타고 알수없는 장소로 가야 했는데, 그녀는 예상외로 매우 친절했다.

단지 곤란한 일이라면 그녀를 향한 호칭 뿐이었다.

금강의 경우를 보면 아주머니라 부를 수도 없었고,

이름을 부르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으니 진산님이라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주인마님이라고 부르는 수밖에는..

"저기 주인마님."

"왜 그러느냐?"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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