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판타지를 즐겨 보는 편이긴 한데 좀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어서 식상했는데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것과는 다른 형식으로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즉, 지금으로부터 무려 1600년 뒤의 역사가가 과거의 역사를 서술하는 형식으로 우리가 우주로 진출해서 겪는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어요.
그리고 필력 또한 대박입니다. 지금까지 문피아에서 연재되는 소설들을 봐왔지만 이 작품처럼 진지하고 세밀하게 거대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소설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대작의 냄새가 나요! 특히 제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사무엘에 대한 작품 속 서술자의 평가는 대박이었습니다.
-----------------------------------------------------------------------------------------------------
극소수의 사무엘 추종자들은 이렇듯 사무엘이 이상을 추구한 순수한 사람이었고 그가 저지른 행위는 사무엘의 반대자들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무엘이 과연 순수한 사람이었던 것일까?
그가 진정으로 정의를 생각했다면, 무력으로 세상의 해악을 뜯어고치려 들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설득하여 나라를 올바른 길로 이끌도록 유도했어야 했다. 그는 이미 그럴 기회를 부여받았다. 그를 대통령으로 세운 이들이 누구였는가? 미국 국민들이었다. 그의 진심을 알아준 이들이 누구였는가? 역시 미국 국민들이었다. 그가 목적을 다 이루지 못하고 물러나게 되었을 때 슬퍼해준 이가 누구였는가? 미국 국민들이다. 비록 미국 정치가 부패할 대로 부패해졌고 국민이 여기에 무감각해졌더라도 사무엘이 추구했던 꿈을 따르는 이들은 많았다.
만약 사무엘이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도 무리수를 두지 않고 지지자들과 함께 오랫동안 불의에 맞서 싸우는 길을 택했다면, 비록 오랜 시일이 걸릴지언정 미국에 만연했던 부정부패와 부도덕한 행태는 하나둘씩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사무엘은 단시일에 모든 일을 이루고 싶어 했고 그러기 위해 정당한 방식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몰아내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그는 정의를 이루기 위해 국민이 생각하는 정의인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말았다. 그 때부터 그가 생각하는 정의는 빛을 잃었다.
또한 사무엘은 미국에 대항하는 국가들을 불의에 가득 찬 나라로 여기고 이들을 굴복시키는 것을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그 국가들도 역시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정의는 결코 객관적인 개념이 아니다. 정의는 각자의 시선에 의해 다르게 해석되는 주관적인 성질을 가진 개념이다. 중국의 정의는 자신들과 함께 싸운 북한을 돕는 것이었고 러시아의 정의는 미국의 독주를 저지하여 세계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고 세계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또한 수많은 이들은 미국이 달의 다이아몬드 채굴을 독점하는 것을 불의로 여겼고 미국의 전쟁을 만행으로 여겼다.
하지만 사무엘은 이들을 악이라고 몰아붙이고 극단으로 치달아버렸다. 이것은 정치가로선 결코 해서는 안 될 폭주다. 그는 3억 미국인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지도자였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임무는 3억 미국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인들을 자신의 이상, 즉 미국 주도의 정의가 전 세계에서 실현되는 것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고 그들이 당하는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게다가 그는 핵무기를 동원하여 죄 없는 이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짓을 저질렀다.
그는 이것을 정의를 위한 불가피한 희생이라고 주장했지만 그에 의해 희생된 수십억 사람들이 여기에 동의할까? 그를 추종했던 이들마저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눈 것만으로도 그의 이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정의는 오직 그 만을 위한 것이었고 수십억 인류에겐 무익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인간으로 낙인찍힌 건 당연한 일이다.
==============================================================
진짜 보면서도 감탄이 절로 나더군요. 이런 분이 이제야 문피아에 오다니.... 개인적으로 이분 작품은 서점에 출판되면 당장 가서 살 생각입니다.
Comment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