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독자분들 생각이 어떤지 궁금해서 올려봅니다.)
제목은 저렇게 적었지만 사실은 괴선에 대한 개인적인 미흡함을 느껴서 한번 얘기를
해보고 싶어서요. 사실 글은 그 하나만 놓고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임준욱님 전작을 읽은 뒤라서 자꾸 비교가 되네요. 쩝. 뭐 그런 거 있잖습니까, 인기작가의 설움. 그런 비스무리한 걸로 생각하시되 너무 심각하겐 받아들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임준욱님 전작 중에서 저는 건곤불이기와 촌검무인을 제일 좋아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진가소전, 농풍답정록, 건곤불이기, 촌검무인으로 오면서 점점 더 발전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구요. 특히 건곤불이기의 처음 강변결투 장면이나 촌검무인의 우중혈투 장면, 그 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임준욱님 글을 보면 마치 눈앞에 화면이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촌검무인에서 포이종이 그 뭐였죠, 자하칠단공인가 하는 걸 완성했을 때 몸에서 뿜여져 나왔던 노을빛 같은 것도 그렇고, 길을 가는 모습이라든지 마치 눈앞에 살아숨쉬는 사람들이 활동하듯 느낍니다.
그런데 말이죠. 괴선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제가 오히려 어리둥절해진 게 뭔가 하면요, 느낌은 분명 이전 작들보다 못합니다. 그렇게 선명하게 떠오르질 않아요. 대신에 괴선에선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더 강합니다. 녹산과 금의대가 검을 찾으러 가서 싸우는 장면이나 이청수가 청산을 낳은 장면, 청산이 무공을 배우는 귀곡, 최근의 청산이 물질을 배우는 장면 같은 것을 보면, 햐~ 하고 감탄을 합니다. 이건 영화로 만들면 죽이겠다.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그럼 뭐가 미흡하다고 느끼냐구요? 글쎄요, 그걸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 전작들에 비해선 뭔가 좀 미흡한 거 같아요. 운녹산이 좀 밋밋한 캐릭터로 나와서 그런건지 청산이 처음에는 거의 말도 안해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촌검무인이나 건곤불이기처럼 등장인물들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아요. 상대적으로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빼어난 영상미 같은 건 느껴지거든요. 제가 돈이 있다면 괴선은 정말 영화로 만들고 싶어지는 그런 작품이라고 확신하거든요.
자,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고 하니, 이런 겁니다.
영화에서 느끼는 영상미와 소설에서 느끼는 영상미는 분명 다를 겁니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받아들이는 정보의 70%이상을 시각에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눈으로 본 것과 소설에서 읽은 것을 머리 속에서 눈으로 본 것처럼 느끼는 것과는 분명 차이점이 있을 거 같거든요. 소설에서 본 것은 자신의 상상력이 더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본인에겐 더 현실적일 수가 있다 이거죠.
즉 소설에서 영상미는 영화에서 추구하는 영상미와는 조금 틀리지 않을까, 틀려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괴선에선 영화같은 영상미는 느끼지만 소설같은 영상미가 (없다는 게 아니고) 전작에 비해 조금 미흡하지 않나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거구요.
저는 분명 괴선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다만 전작들에 비해 이런 미흡함이 있다고 느끼는 거구요. 근데 사실 제가 이렇게 느끼는 게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낌으로 다가올 지 궁금하거든요. 뭔가 제가 놓치고 있는 게 있을수도 있구요. 그래서 다른 분들의 느낌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의 댓글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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