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길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간단하게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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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동이, 을순이, 병철이, 정훈이로 구성 된 4명의 학생들이 한 조가 되어 지역 어린이센터 합동 운동회 행사의 진행요원으로 봉사활동에 지원하게 되었다. 갑동이들은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봉사활동 필수 이수시간과 함께 약간의 보람을 느끼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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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동이들은’
정말 탐탁치 않은 표현입니다.
일본에서 흘러 들어온 라이트노벨에서나 볼 법한 표현인데 여기에 물들어 중구난방으로 사용해대고, 정작 라이트노벨은 읽어보지 않은 이들도 그걸 읽고 또 이걸 사용하니 결국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인터넷소설 연재분야에서는 가장 윗줄에 존재하는 문피아에서만큼은 이런 옳지않은 표현은 모두가 사용하지 않도록 지양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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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철이는 공학초등학교의 팔씨름제왕이다. 그런데 이번에 전학 온 갑동이가 병철이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패기로운 도전자답게 갑동이는 소매를 거칠게 걷어 올리며 자신감을 뽐냈다. 같은 교실에 있던 을순이는 갑동이의 팔뚝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갑동이의 팔뚝이 마치 엊저녘에 TV에서 본 미스터코리아 아저씨들의 그것과 같아 보였다. 을순이는 쩍 벌어진 자신의 입에서 침이 한 방을 흐르는 줄도 모르고 갑동이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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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중 밑줄 친 ‘그것’이 가리키는 것은?
1.병철이의 팔뚝
2.갑동이의 팔뚝
3.을순이의 침 한 방울...
이건 장난이고...
그의 포효는 과연 사자의 그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미모는 마치 김태희의 그것과 같다.
그의 거친 성격은 마치 호랑이의 그것과 유사하다.
그의 허벅지는 거친 종마의 그것을 생각나게 했다.
아, 정말 탐탁치 않은 표현입니다. 이것도 아마 일본소설에서 흘러 들어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표현이 없습니다.
라이트노벨이 판치고있는 모 소설연재사이트나 요즘 여아들이 좋아한다는 인소(인터넷소설)에서나 볼 법한 유치한 표현입니다.
문피아에서 제법 인기몰이를 한다는 작품들을 읽어보면 이런 표현법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작가’ 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표현법에 통달해서 저런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저런 표현을 사용하면, 글을 쓰기가 쉽습니다.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보다 뭔가 더 깔끔해 보이는 듯한 착각도 일어납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어색한 저런 표현은 문맥을 끊고, 글의 흐름을 끊고, 문단의 분위기를 흩뜨릴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일반연재, 자유연재란을 자주 훑어보며 보석을 캐고 다니는데, 대개 댓글 하나 없이 인기가 없거나 기껏 달린 댓글이라 해봤자 ㅋㅋㅋㅋㅋㅋ 등의 성의 부족한 댓글만을 볼 수 있는 연재작들을 보면 저런 탐탁치 않은 표현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모든 졸작, 비인기작에 저런 표현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런 표현이 사용된 연재작들은 졸작, 비인기작이 대다수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인기를 얻는 훌륭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독자의 집중력과 작품의 퀄리티를 떨어뜨립니다.
문피아에 글을 연재중이신 모든 초보작가분들은 필히 참고하셔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보니 제가 말이 굉장히 많은 사람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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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다 읽어보신 분은 댓글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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