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메마르고 낯선 황무지에…
‘란의 검무’로부터 20여년…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죠?”
소년이 물었다. 자기 등 뒤에 서있던 그 사내에게.
‘화룡의 제국’으로부터 10년…
그가 대답했다.
“네 아버지는 죽었다… 네 어머니도…”
땅에 꿇어앉아 있던 소년은 선혈을 한 모금 토해냈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Written by 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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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북서쪽은 산맥들로 꽉차있었다…
혹한의 산맥을 넘어야만 하는 사람들
그곳에 도사린… 인간을 잡아먹는 마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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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안 되오. 일행 중에 젊은 여자가 끼어있단 걸 알면,
놈들은 죽어도 우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할 거요.’
그들을 인도하던 유일한 길잡이는 죽고,
그들은 칠흑의 산속에 고립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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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저씨의 손님이 아니라면서요…’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요…. 일어나시오. 이제 또, 걸어야하오.’
서로에 대한 불신과 대자연의 혹독한 위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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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들… 기사라고 점잖은 있는 대로 빼더니, 뒤로는 사람을 가지고 놀아?’
‘물러서라. 발두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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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당신들도 무사할 수 없소. 그러니 유언을 말해줘 봤자 소용없다는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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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벼! 나한테 덤벼! 이 괴물 놈들아!”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난 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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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고 싶은 건진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보다 더 급하진 않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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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러분한테 감사받을 만한 짓 한 적 없습니다.’
…길이 없는 곳에선 물을 따라가라…
…물도 없는 곳에선 바람을 따라가라…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라도 바람을 대적하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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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휄은 혼자 횃불을 든 채 협곡의 숲을 달리고 있었다.
더 이상 뛸 수 없을 만큼 숨이 찼지만, 살아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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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하게 움직이는 횃불들.
피와 함께 터져나오는 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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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필드가 눈땅에 쓰러진 채 그 놈을 떼어내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놈은 랜드필드의 몸 위에서 사납게 그들을 위협했다.
-똬르르르륵!
Two Moons
…두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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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애런은 바위틈새 속에서 몸을 돌려 놈의 면상에다 대고 발길질을 했다.
놈은 얼굴을 얻어맞으면서도 난입을 포기하려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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휙휙- 지나가는 나무들 뒤로, 수족을 다 놀려 그들을 맹렬히 쫓아오는 놈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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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은 마지막이 왔음을 직감했다.
그는 큰 숨을 들이마시며, 칼날을 자기 목에 갖다댔다.
Four species
…네 개의 영장(靈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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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진 횃불을 집어드는 장갑 낀 손.
늙은 셰르파가 그것으로 놈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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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나무들 사이를 수도 없이 직각으로 꺾어지며 허공을 질주해 눈 깜빡할 새 숲의 출구까지 이르렀다.
섬광이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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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바위가 놈들을 깔아뭉개며 개활지를 강타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부서진 눈더미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The six blades
…여섯 개의 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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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의 도주로(逃走路) 이곳저곳이 폭발하며 불길을 일으켰다.
그 불길에 휩쓸리거나 밀려서 나가떨어진 놈들은 또 금방 불덩이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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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을 든 청년이 달렸다. 그는 질풍 같이 빨랐다.
수십 마리의 마물이 그의 머리와 목을 노리고 일제히 몸을 날렸다.
청년이 놈들과 격돌했다.
The seven Ark
…일곱 개의 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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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달리던 라휄이 난데없이 넘어졌다.
그녀가 놓친 횃불과 유골함이 눈 위를 미끄러졌다.
그녀를 뒤쫓던 마물이 그대로 그녀를 덮쳤다.
The star
…그리고 하나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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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창궐한 하늘 아래, 그 짐승은 활갯짓을 하며 거대한 산맥의 머리 위로 끝없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신화(神話)처럼 울부짖었다.
This is the story of another world
…이것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다…
‘바람을 뛰어넘어라, 단…. 바람도 널 뒤쫓아 오게 만들어라.’
바람의 인도자(引導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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