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은 것도 물론 많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판타지나 무협 장르소설에서는 소위 먼치킨이라 불릴 정도로 강대한 힘을 지닌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런 그들은 정말 세계관 내의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특출나게 강하게 설정되어 있어서 때로는 그 개인 하나만으로도 역사를 가볍게 바꿀 정도죠. 이게 장르 소설에서는 지식이 아니라 순수한 전투력으로 그런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강대한 힘을 가진 주인공들은 대개 그 강대한 힘을 가지고 반드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그것이 의무라도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돌아오는 결과에 각오와 책임만 명확하게 질 수 있으면 자기가 가진 힘을 어떻게 쓰든지 하는 것은 본인 맘일 것입니다. 설령 그게 타인의 눈에 오만하고 교만하며, 아나꼽게 보이는 경우가 된다 할지라도 사용하는 권리 자체는 오로지 본인에게만 있을 것입니다.
근데 이것은 달리 말하면 본인이 굳이 쓰고 싶지 않다면 안 쓰는 것도 엄연한 본인의 권리라는 것이거든요. 그것을 누군가 침해하는 것은 뭔가 아닌 거 같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강대한 힘을 가진 자에게는 그 나름의 의무나 제약은 있어야겠죠. 사회적인 문제로는 말이지만요. 만약 힘을 가진 자가 멋대로 날뛴다면 그에 피해를 입는 이들이 나올 수 있으니 그걸 막기 위한 의무와 제약이라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이던가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라는 대사가 나름 명언이라고 나오죠. 이것이 위에서 말한 느낌의 의무와 제약이라면 그러려니 하는데, 스파이더맨에서 나오는 저 대사는 단순히 그런 의미만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스파이더맨에서 말하는 저 대사의 의미는 결국 큰 힘을 가진 사람은 상대적인 약자들을 위해 그 힘으로 봉사하며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도 가지는 것입니다.
뭐, 위에서도 말했듯이 저는 가진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각오와 책임을 다한다는 전제하에서는 본인 맘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르게 이야기하면 각오와 책임만 진다면 뭔가 해야 한다는 식으로 구속받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장르소설에서의 먼치킨 주인공들은 많은 이들이 극단적일 정도로 대리만족을 위해 소위 말하는 '호쾌함'과 '대범함'을 보이는 모습을 보이던가, 그도 아니면 상대적인 약자, 자기 사람, 대중들을 편애라 할 정도로 끔찍히 아끼는 모습을 보이는 거 같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마치 세계라도 정복할 것처럼 이것도 저것도 다 쓸어담으며 순식간에 모든 것을 손에 넣는 전개의 이야기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세계를 호령하는 황제가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캐릭터들은 때론 너무할 정도로 안하무인한 경우도 많습니다. 절대 다른 이들에게 얕보이지는 않겠다는 듯,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숙이려고 하지 않고 막말이 아니면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합니다.
가끔 먼치킨급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평범한 삶을 누리고 싶다고 은거했다 뛰쳐나오는 전개의 이야기도 있는데, 그런 경우도 이런 절대 굽히지 않으려는 캐릭터 성향이 영향을 주기도 하는 거 같습니다.
정말 조용히 살고 싶다면 그러지 않아야 할 텐데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거나, 그도 아니면 자기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 정도는 해도 되겠지 하면서 행동하다 본의든 아니든 일을 크게 벌리게 되는 거죠.
정말 어쩔 수 없이, 상황이 그렇다보니 나름 살기 위해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전개를 펼치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위 '세상이 날 내버려두지 않아!'라는 전개의 이야기는 이렇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습니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타인을 위해 봉사하듯 자신의 힘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경우는 글쎄요? 이런 경우는 주인공의 뭔가 사명감을 가진 경우가 가장 많은 거 같고, 그렇지 않으면 선악에 관계없이 제 사람만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야 한다고 믿는 경우겠죠.
그런 거 자체를 뭐라 하기는 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힘을 가진 주인공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오로지 본인의 의지로서 실행하는 경우여야 의미가 있는 것이겠죠.
만약 소설에서 강한 힘을 가진 자는 반드시 상대적 약자를 위해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전개를 끌고 같다면 그것은 좀 지나친 감이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저희 같은 일반서민으로서는 뭔가 높으신 분, 부유한 분, 잘나신 분들이 뭔가 하나라도 해서 직접적으로 그것이 자신에게 이득으로 돌아오길 원하는 맘이 당연히 들겠지만, 그런 봉사 같은 것을 법 같이 절대의무로서 강제하거나 혹은 그런 류의 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을 과연 글쎄요?
결국 뭘 말하고 싶은 것이냐면 장르소설에서 먼치킨수준의 힘을 가진 주인공이 그 힘을 가지고 무언가 적극적으로 하는 일이 없어도 그것에 비난받는 것은 아닌 거 같다 하는 것입니다.
뭐, 눈앞에 물에 빠진 사람이 있어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구할 수 있는데 못본 척 넘어가는 정도야 도덕적인 부분으로 뭐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시대를 풍미할 힘이 있는데 소시민적인 태도로 소극적으로 굴었다고 해서 그것을 찌질하다고까지 평하는 것은 솔직히 아닌 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주인공이 취향에는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취향은 사람 나름이니까요. 하지만 그 취향을 다른 이들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먼치킨이지만 진정한 소시민적인 캐릭터가 싫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 자체는 뭐라 할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주인공 설정 자체가 마치 심각한 설정오류라는 것처럼 말하거나, 나아가 그런 주인공으로 글을 쓰는 작가가 잘못했다는 식의 말이 나오는 것은 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독자가 읽으면서 즐기고 만족할 수 있는 면도 있어야겠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작가가 생각하던 것을 표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독자만의 것이 아니고, 독자에게 휘둘려야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고 무조건 비난부터 하고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원래대로 돌리자면 물론 캐릭터가 완벽한 인간으로 설정될 수는 없으니 진행되다보면 캐릭터가 충분히 까일만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게 되기 마련입니다.
소시민적인 캐릭터도 단점이나 약한 면이 반드시 있게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때론 진짜 찌질하다 해도 될만큼 갈등하고 못나게 행동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건 개연성과 일관성만 있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지 가진 힘에 걸맞지 않다는 식의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만으로 섣부르게 찌질하다는 언급부터 하는 것은 역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로서 쓴 글에 캐릭터와 세계관 설정등으로 오류가 나거나 일관성이 부족한 경우로 지적받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런 지적이면 앞으로 나중에 다른 글을 쓸 때 밑거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캐릭터 자체가 맘에 안든다고, 그 맘에 안 드는 캐릭터가 주인공이라고 필요 이상으로 쓰잘데기없는 비난을 하거나 작가마저 까는 것은 역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 간만에 흥분할 일이 좀 있어서 이렇게 글을 올리며, 일단 지금은 이것으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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