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한국 장르 문학이라고 할만한 글로 시작했던 작품들은
퇴마록, 드래곤 라자, 그리고 약간의 무협지였습니다.
완전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이렇게 재밌는 소설이 있다니!’
라며 판타지 소설 읽기를 취미로 삼았었는데, 어느 날부터인지
양산형 판타지 소설들이 도서 대여점을 가득 메우더군요.
그 때부터 손을 놨습니다. 판타지와 무협 소설에 대한 그리움이
생길 때면 이영도님이나 이우혁님의 글을 보면서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러다가 오래 전부터 시도해보고 싶었던 소설 창작을 시도했습니다.
당연히 위에 나열한 작가님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내가 상상한 이야기를 ‘문자화’시킨 하나의 완성작을 써보자’가
목표였으니까요. 그래서 문피아를 찾아왔습니다.
뭐랄까 충격 받았습니다. 주위에는 저처럼 소설을 써보려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 쓰는 사람들 별로 없겠지했는데, 문피아만해도
제 예상을 훨씬 웃도는 글쓴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파도타기 하듯 여기저기 다니며
그 분들의 글을 읽어봤습니다. 요 아래 글 작성하신 분처럼
양판소를 그대로 따라가는 글도 있었고, 오! 이게 뭐야 신선하고 재밌어!
하고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 글도 제법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양판소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양판소가 많고 또 그런 소설들이 많이 읽히니
한국 장르 문학의 앞날이 어둡다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양판소를 쓰시던 분들은 쓰시다보면 새로운 걸 써보고
싶을 때가 있으실거고,
양판소만 찾아 읽으시던 분들도 언젠가는
참신한 소설을 읽고 싶어질 때가 올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양판소가 많이 쏟아지는게, 아무 작품 안 나오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전 지금 쓰고 있는 글을 홍보할 때 놀랐던 것이
‘가상현실 어쩌고하는’ 줄거리 소개를 읽어보신 분들이
“게임 판타지네~” 라고 하면서 읽어보시지도 않고
내용을 단정짓는 반응이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연재하는 중에
게임 판타지라는 장르에 대해 알았습니다.
겜판으로 이런저런 말이 많은 ‘달조’도 최근에 알았으니까요.
주저리 주저리 말은 많았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양판소가 판을 치고, 눈에 띄는 볼만한 장르 소설이 없다고해서
부정적인 전망을 하시지 마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단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시각은
인기(문피아를 예로 들면, 선작, 추천, 조회, 순위)는 거의 없지만
‘뭔가 참신하면서도 실험적인 판타지(혹은 무협)을 써보겠어!’
라고 시도하시는 글쓴이 분들의 의욕을 저하시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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