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 조아라, 아이작가등 여러곳에서 활동하며 글을 좀 읽어 봤지만
저는 어릴적부터 ‘현실적인 심리묘사'를 한 작품을 좋아했습니다.
주인공이 막 깽판치면서 영웅이 되는 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는 그런 글들 말이죠.
그래서 간결체든 만연체든 심리묘사가 현실적이고 개연성이 깊다면 재밌게 읽는 편이었습니다. 지금도 물론 그렇고요.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만 하더라도 이상의 날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오노 후유미의 시귀, 우로부치 겐의 사야의 노래이니 말 다했죠.
제가 바라고 소망하는 환상을 작품이 대신 이뤄줘 대리만족을 하는 게 아니라, 뭔가 현실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주로 좋아했어요. 꿈을 잃고 좌절하며 자기 비판적인 작품들 말이죠.
그렇다고 대리만족용 문화를 소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꿈과 희망을 이루는 이야기들보다 현실적이고 아픔이 있는 것들을 주로 소비했고...
(예를 들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트루 티어즈 라던가...)
그래서 그런지 저는 글 쓸때마다 ‘현실적인 심리묘사'에 중점을 맞춰요.
설정 떡밥도 심리묘사 위주로 뿌리는 편이고, 또 심리묘사 위주로 회수하는 편이고...
그런데 글 쓰는 동료들 보면
어떤 사람은 유려한 문체, 어떤 사람은 간결하고 시원한 문장, 어떤 사람은 꿈과 희망이 있는 이야기, 어떤 사람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할 수 있는 자극적인 이야기, 어떤 사람은 독특한 설정에 신경을 쓰더군요.
오로지 그게 전부인것처럼...
솔직히 뭐가 옳은지도 모르겠고, 인기만 보면 제가 틀린거 같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래도 이십년 가까운 취향의 농축을 그대로 뿌리쳐 버리기는 힘드네요.
글 쓰다보면 어느샌가 제 스타일이 나오고 있고ㅋㅋㅋ
역시나 글이란, 그냥 배설해 내는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글쓰는게 뭐 별거라고 구약시대 서기관들이 성경을 필사하듯 쓰겠어요?
어차피 내 사상 베껴서 쓴 거...
이렇게 쓰나 저렇게 쓰나 냄새나는 거, 신랄하게 배설하는게 오히려 작가적 정신에 더 부합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요새 들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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