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또 한 편의 글을 추천드리고자 합니다.
저퀴님이 쓰신 ‘바하의 암살자들’!
이 글은 본래 지지난주에 추천글을 올리려 했습니다.
늦어진 이유는 제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지만, 뭔가 미진한 느낌에 한 번 더 읽어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겠습니다. ㅜㅜ
지난 5월 이후 4편의 글을 문피즌 분들께 추천드렸는데요..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판단입니다만,
‘너무 재미있는데, 대중적 인기를 끌지 못한 약점이 선연한’ 글들이었습니다.
‘강철의 군주’는 주인공 부재와 시점의 산만한 분산,
‘민왕국연애야사’는 19금 코드와 유치하진 않은 경박함,
‘바가바드 전사’는 낯설어서 난해한 인도풍 개념과 용어,
‘나는 좀비다’는 너무 인간적이라 찌질한(?) 주인공과 좀비물이란 장르적 한계..
그렇다 보니, 추천글 쓰기도 쉬웠습니다.
- 알아, 알아.. 이런 게 문제인데, 그것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정말 재밌다니까! –
항상 이런 식의 결론이었지요.
헌데, ‘바하의 암살자들’은 딱히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글의 주인공은 세 명의 암살자들입니다. 뛰어난 마법사인 그림테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면 가장 암살자다운 시라(이쁩니다. ^^), 암살자 집단에 속했지만 암살자는 아니었던 권법가 자한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요. 배경은 대재앙 이후 먼 미래의 지구,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열두 개의 도시가 있으며 열두 개의 도시를 지배하는 사악한 열두 명의 군주들이 있고, 이들 열두 군주의 흉계 속에 멸살된 암살자 집단의 생존자들(세 주인공)이 한 도시씩 찾아가 사악한 군주를 제거하는 이야기입니다.
큰 줄기는 그러한데, 확 줄여 요약하다 보니 왠지 평범해 보이는군요. ^^;;
하지만, 결코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장점을 열거해 보자면,
첫째, 구성이 대단히 치밀합니다.
끝나지도 않은 글인데 치밀하다 말할 수 있는 것은 꽉 채운 한 권 분량의 1부가 완성된 한 편의 글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옴니버스 식의 구성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암튼, 깔아놓은 떡밥 깔끔하게 회수하고 반전에 반전, 주제의식까지 선명합니다.
잘 쓰여진 중편의 표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둘째, 필력이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필력 좋은 분들의 글은 대사가 특히 압권이지요.
이 글도 대사가 좋습니다. 안드로메다나 스펙테이터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감칠맛 난다고 할까요? 혀에서 구르는 맛이 아주 탱글탱글합니다.
셋째, 설정이 탄탄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각 도시는 저마다의 특색이 있는데요. ‘말도 안돼’ 싶은 도시들인데, 읽다 보면 전혀 거부감이 없습니다.
세세한 부분까지 작가님 머리 속에서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봅니다.
좋은데, 참 좋은데…
조회수가 무척 낮습니다.
총조회수를 연재수로 나눠보면 대략 400 정도인데, 최근 화는 100 단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연독률도 아주 높은 편은 아닙니다.
일일 연재는 아니어도 2~3일에 한 번씩은 꾸준히 연재하셨는데 말입니다.
대체 문제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 또한 앞서 추천한 네 글에 비해 푹 빠져들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감히 자격은 없습니다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봤을 때..
초반 몇 화를 제외하면, 글의 퀄리티라는 면에서 앞서 네 작품보다도 반 수쯤 우위일 듯합니다.
그런데, 독자를 미치게 하는 뭔가 결정적인 요소 하나가 빠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바가바드 전사처럼 글의 분위기가 낯설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어떻든 그렇습니다.
그게 뭔지 몰라서 한 번을 더 읽었는데도 역시 모르겠습니다.
무겁고 진지해서 재미가 없다는 말씀은 아닙니다.
물론 진지한 면도 있지만, 위트도 살아있는 재미있는 글입니다.
다만, 몰입을 이끄는 결정적 한 방.. 캐릭터든, 주제든, 소재든.. 그게 무엇이든 딱 한 가지가 미진한 것 같은데.. 정말 모르겠습니다.
글에 점수를 매긴다면, 99점은 드리고 싶은데 말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순전히 제 취향 탓이란 겁니다.
대재앙 이후의 미래가 그려진 암울한 분위기가, 밝고 명랑하고 젊고 통통 튀는 저하고 안 맞았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
써놓고 보니, ‘결국 재미는 없나보네’란 인상을 심어드린 것이 아닐까 걱정됩니다.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자신 있게 일독을 권합니다.
1부의 끝까지 보신 분들은 취향과 무관하게 최소한 제게 욕은 못하실 겁니다. ^^
그만큼 이 글의 수준을 믿는다는 뜻이지요.
모쪼록 제 추천글이 좋은 글이 좋은 반응을 얻는데 일푼의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며 이만 마칩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
ps. 허락 없이 언급한 글들의 작가님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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