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소설] 누가 살인자인가.
꿈을 꿀 수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 누가 살인자인가.
감정이라는 것, 분노라는 것, 감동이라는 것, 그 모든 것에 무감각해 질 때,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희생양에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았기에 가장 나쁜 선택을 한 꼴이 되어버린 나다. 꿈을 꿀 수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을 뿐, 단지 그 하나로 나는 살인자가 되어있어 있었다.
‘나를 죽이는 살인마.’
- #1 prologue 中 -
“대박! 이아름 바지에 오줌 쌌어!!!”
“어디어디”
“내가 알켜줘? 이게 물인지 오줌인지?”
“내가 아까 리트머스 종이에다가 침을 묻혀봤거든? 그러니까 종이가 붉은색으로 변했어. 이게 오줌이라면 산성이니까 푸른색 리트머스종이가 붉게 변할꺼야. 잘봐.”
나는 주머니에 아까 과학시간에 숨겨둔 리트머스종이를 꺼내어 바닥 물기를 조심스레 묻혔다. 파란색 리트머스 종이는 서서히 붉게 변했다.
“대박 이아름 구라쟁이. 오줌 맞네!!”
교실은 미친 듯이 아우성였다. 다음 미술시간 친구들은 통일에 대한 주제로 포스트를 그리면서까지 수군수군 거렸다. 이아름은 통일 포스트를 그리며 울고 있었다.
“바지에 오줌 좀 쌌다고 울긴 왜 우냐, 과학 선생님이 화장실을 안 보내 준건데.. 울지 마 아름아.. 힘내!”
나는 아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토닥였고 이아름은 내 손을 재빠르게 밀쳐대며 붓으로 내 얼굴에 거침없이 ‘꺼져’라는 글을 써주었다. 뒤에 있던 용식이는 우리를 지켜보며 미친 듯이 깔깔 거렸다. 옆 분단에 있던 돼지 김수민도 나를 보더니 저거보라며 여기저기에 친구들의 이목을 잡으며 손짓했다. 나는 그때 알았다. 우울한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은 절대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 말은 나 혼자도 증명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내며 다시 그림에 집중했다. 통일이라는 주제의 포스터 표어에 대해 살짝 고민하다 이내 나는 가볍게 생각하며 붉은 색 붓으로 써 내려갔다.
‘이제 그리기도 귀찮다. 통일하자 대한민국 파이팅!’
- #10. 철학을 논하다(2)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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