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여 종이책의 끝단이 구겨지진 않을까 조심스레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던 시대는 저물다 못해, 소실 되어 가고 있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죠.
그런 문화적 흐름은 단순 영상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세상의 노래며, 예술이며, 모든 대중 매체가 짧은 시간 내에 청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쉽고, 강렬하고 중독적인 방향으로만 나아가고 있습니다.
화성에 낙오된 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보여준 처절한 투쟁과 이공학적, 생물학적 디테일들을 잔뜩 담은 소설이
X됐다.
로 서문을 열어야 했던 것도 이러한 연유겠지요.
늙고 뒤쳐진 저로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썩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잘 팔리는 것이 곧 좋은 것이다, 라는 기조 하에 대중의 니즈만 따라 가는 수많은 창조물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외려 반항하듯 자기 주장이 강한, 소위 안 팔릴 법한 작품을 찾아 다니는 것은 단지 제가 늙고 뒤쳐졌기 때문만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읽고 나면 생각에 잠기게끔 하는 것, 사람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 시킬 수 있는 것. 그럼에도 내가 무조건 옳다며 이를 강요하지 않는 것. 결정적으로 재밌는 것.
예전의 작품들은 그런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읽고 나면 고양 되고, 문장을 곱씹게 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주는.
그리고 이 소설은 충분히 그런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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