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노무라 미즈키
작품명 : 문학소녀 시리즈 1권 - 문학소녀와 죽고 싶은 광대
출판사 : 학산문화사 익스트림 노벨
이야기를 먹어버릴 정도로 깊이 사랑하고 있는 ‘문학소녀’ 아마노 토오코. 화려한 과거를 숨기고 지금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토오코의 간식을 만들고(?) 있는 이노우에 코노하. 그들이 속해 있는 문예부에 굴러들어온 의뢰.
‘제발 제 사랑을 이루어 주세요!’
단순한 연애편지 대필로 끝났어야 할 그 의뢰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고독한 ‘괴물’의 탄식과 절망의 이야기였다!
입에서 녹을 정도로 가볍지만 조금 쌉싸래한 맛의 미스터리 학원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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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물론 한국 인터넷에서도 호평이 자자한 문학소녀 시리즈. 제가 학산쪽 책은 별로 구입하지 않는터라 관심은 있었지만 못 읽고 있었지요. 그런데 동아리방에 기증되었기에 옳다구나 하고 뽑아서 감상 완료.
우선, 이렇게 술술 읽히는 책은 정말로 오랜만인 듯 합니다. 최근 책 읽는 속도가 많이 느려진 편인데도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군요.
일단 이 소설은 추리소설... 이라고 하는 듯 한데, 제게는 그냥 청춘 소설, 혹은 풋풋하고 애틋한 맛이 있는 가벼운 학원 코미디 같군요. 작가님은 시리어스라고 주장하시고, 확실히 본편은 매우 진지한 이야기지만, 코노하가 대충 쓴 글을 우적거리며 맛 없어~를 외치는 토오코 선배의 모습은 정말이지 웃음을 참지 못하겠습니다.
이 '죽고 싶은 광대'는 일본의 유명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바탕으로 깔고 있습니다. 작 중 등장하는 '편지'는 인간실격의 문장을 인용하고 문체를 따라가며, 이것은 작중에서 직접 들어나며 사건의 열쇠로 작용하지요. 하지만 딱히 '인간실격'을 읽어보신 적이 없으셔도 전혀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저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책은 매우 재밌게 읽었는걸요. 오히려 이 책을 읽고 나니 '인간실격'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본편에서 약간 아쉬웠던 점은, 마지막 반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인지, 전개부에서 해설부로 넘어가는 부분이 조금 뜬금 없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소설을 반쯤 읽었는데 벌써 사건의 해결이 보이니 '어라?'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마지막 반전에 지면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겠지만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광대가 되어야 했던 사람들. 그들의 인생은 어찌보면 작으나마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만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다들 작으나마 비밀을 가지고 있고, 그 부분을 필사적으로 감추고 있을테니까요. 누구라도 가슴속에 괴물 한마리 정도는 키우고 있을 테지요.
하여간 이 소설은 매우 기발하고 매력적인 소제들이 많이 나옵니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코노하의 과거는 우습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여 소설의 흥미를 돋굽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음식에서는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고, 각종 이야기에 맛을 느끼며 책을 씹어먹는 '문학소녀' 토오코 선배는 책을, 특히 '이야기'를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캐릭터더군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R.O.D의 요미코 리드맨이 본다면 길길이 날뛰며 화를 낼 것 같지만요;
하여간 토오코 선배가 마지막에 치아를 살리기 위해 말한 말들은 정말이지 가슴속에 때려 박혔습니다.
줄이면 대충 "'인간실격'만 읽고 죽다니 너무 아까운 짓이야! 다자이의 다른 소설들도 하나같이 멋져! 그것들을 다 읽을 때까지는 죽어선 안돼!" 이런 이야기.
아아. 코노하는 저 말이 참으로 말도 안되는 설득이라고 했지만, 제게는 저게 무지 설득력 있게 들려요. 이 '문학소녀'처럼 재밌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읽기 위해서라도 전 죽을 수 없습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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