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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08.02.22 09:49
조회
1,141

제목 : 어두컴컴한 물밑에서ほの-ぐら․い みず の そこ から, 1996

저자 : 스즈키 코지鈴木光司

역자 : 윤덕주

출판 : 씨엔씨미디어CNC MEDIA

작성 : 2005.07.22.

“역시 어떤 작품이든 한 작가의 작품은

쓰여진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것일까?”

―즉흥 감상―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가 정확히 언제였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두 달 정도 남은 군 생활 속에서 스지키 코지 님의 작품들을 접하고 있다 보니, 처음 읽었을 때와―‘낙원’과 ‘햇빛 찬란한 바다’는 이번 기회에 처음 접함―이번 기회에 다시 읽은 이 작품은 느낌이 완전 달랐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앞선 작품에서 말하지 못한 작가의 또 다른 상상력의 조각들을 읽은 기분이랄까요?

  아무튼 꾀나 흥미로운 기분으로 읽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한 일곱 개의 짧은 이야기를 조금 소개해보겠습니다.

  이사 온지 3개월 되는 모녀. 불꽃놀이를 하자고하는 어린 딸 이쿠코와 함께 옥상에 올라가게 되는 엄마 마츠바라 요시미. 둘은 옥상에서 ‘키티’가 그려진 비닐 재질의 빨간 가방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그녀는 자신의 결벽증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체 모를 ‘그것’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하는데……[부유하는 물]

  ‘메피스토’라는 디스코테크의 빈자리를 차지하게 된 연극을 위한 극장에서, 성공한 극단인 ‘해임환海臨丸’이 연극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로 인해 연극에 차질이 벌어지려 하고, 문제의 장소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던 음향효과 담당인 카미야리 유이치는 문제점을 찾기 위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탐험하기 시작하는데……[워터 컬러]

  기관사 조수로 어선 제7와카시오마루에 타고 있는 시라이기 카즈오는 자신이 탄 배의 진로를 방해하는 고급 순항요트에 옮겨 타게 됩니다. 사람들이 ‘유령선’ 같다면서 피하는―사람이 없는―배. 카즈오는 견인되어 가는 배 안에 홀로 탑승해 하루 밤을 보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항해일기. 카즈오는 그 일기의 내용으로 배 안에서 누군가의 존재를 느끼게 되고, 다음날 아침 자신이 배와 함께 바다 한가운데 홀로 남게 되었음을 알게 되는데……[표류선]

  붕장어를 잡는 다혈질의 어부 이나가키 히로유키는 어느 날 갑자기 아내의 부재를 알게 됩니다. 몇 일 동안 나타나지 않는 아내를 찾던 그는 다시 바다로 나가게 되고, 그는 자신의 배에서 죽은 아내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비극적인 가족사의 진실을 알게 되는데……[환영幻影]

  ‘MINAKO’라는 이름의 소형 보트에 탐승하게 된 에노요시 마사유키. 배의 주인부부의 외국자본계열의 다단계 판매조직 이야기를 듣기 싫어 빨리 목적지인 유메노시마에 도착하고자합니다. 하지만 이유 불명의 이유로 배의 시동이 꺼지고 주인부부 중 남편이 원인을 찾고자 잠수를 하게 됩니다. 그런 그가 극도의 공포에 빠진 체 다시 나와 키일(Keel. 용골. 주로 목선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배의 맨 밑바닥에 세로로 길게 뻗은 부재를 말한다. 크루우저의 경우는 깊게 수중에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에 어린아이가 끼여 있다고 말하는데……[유메노시마 크루즈]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교사 스에히로 켄스케. 그는 선배이자 은사인 사사키 선생의 연락을 받고 지금은 섬이 되어버린 매립지―‘제6다이바’로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곳은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임신한 애인을 버렸다고 했던 무인도. 그리고 답사팀의 일원으로 9년의 공백을 가진 기억의 장소에 들어간 그는 ‘그것’과 만나게 되는데……[고도孤島]

  산책을 즐기는 할머니 카요가 등장하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와 이어지는, 20년의 공백을 두고 죽어버린 아버지의 행적을 뒤쫓게 된 아들의 이야기……[바다에 잠긴 숲]

  이런이런. 정신없이 적다보니 또 줄거리만 잔뜩 적은 것 같습니다. '표류선'일 경우는 앞서 읽었던 ‘햇빛 찬란한 바다’의 이야기가 까메오처럼 등장해 신기한 기분이 들었고, ‘부유하는 물’편은 영화 ‘링’, ‘링2’를 찍은 감독인 나카다 히데오로 인해 한국에서는 ‘검은 물밑에서’라는 이름으로 영상화되었습니다.

  이번 스즈키 코지 님의 작품을 읽으면서―특히 뱃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그 현장감에 푹 빠져버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을 비유인 ‘물’과 별을 벗 삼는 뱃사람의 모습에서 동경심을 가지고 있던 ‘여행자’를 연상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또 뭐랄까요? 꿈꾸고 있던 이상향을 다른 사람의 노래를 통해 발견했다는 기분은…… 아아.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짧은 글 속에서 느껴지는 각기 다른―‘물’을 동반하는 공포. 그러면서도 어떤 ‘희망’을 암시하는 듯한 이야기들. 그럼 이번 작품의 감상 기록을 종료하며 스즈키 코지 님의 에세이 ‘새로운 노래를 불러라あたらし․い うた うたい’를 집어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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