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스마일 카다레
작품명 : 죽은 군대의 장군
출판사 : 문학세계사
우리의 시선은 과연 어디에 묻혀 있는가? ‘죽은 군대의 장군’
<당신의 눈길 속에 정복욕을 담아보라. 당신은 처절한 전쟁을 겪게 될 것이다. 당신의 시선 속에 따사로움을 담아보라.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두터운 우정을 얻게 될 것이다. 당신의 눈 속에 의혹을 담아보라. 각 돌들 뒤에는 붉은 감시병이 숨어 있는 것을, 각 문 뒤에는 경찰이 숨어 있는 것을 보게 되고, 길모퉁이를 돌 적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야만적인 일이 터지게 될 것이다. 당신의 눈길 속에 신뢰를 담아 보라. 그러면 ‘티라나’의 작은 카페들의 테라스에서는 음악이 들려오고 ‘코르세’ 양탄자 위에는 꿈의 색채가 펼쳐질 것이며 ‘페르메티’ 포도주에서는 포도 향내가 진동할 것이다.>
죽은 군대의 장군
가끔 충동적인 기분에 책을 살 때가 있다. 제목이라던가, 어떤 카피가 마음에 들어 내용이나 역자의 해설도 잘 확인하지 않고 사는데, 바로 이 책이 그렇게 산 경우였다. 죽은 동료의 시체를 모우는 장군의 이야기라는 짧은 카피에 의지 한 채, 읽지도 않은 책의 형태를 구상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 것은 사실이다. 당연히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 실제 책의 내용은 전혀 달랐지만. 그것은 상관없다. 이 책은 정말 굉장한 책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끝끝내 다가가지 못하는 어떤 아련한 감정처럼, 이 책에서 느껴지는 전달성은 독자의 의식을 뒤숭숭 하게 한다고 볼 수가 있다.
전쟁이 끝난 지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전쟁당시 사망했던 조국 군인의 시체를 수거하기 위해 알바니아에 온 장군과 사제가, 죽은 군인들의 시체를 수거하기 위해 알바니아 곳곳을 다니면서 이이야기는 흘러간다.
장군과 사제의 시선과 알바니아인들의 삶과 타인에 담긴 시선, 그리고 전쟁 당시 군인들의 시선과 작가 자신의 시선이 각각 다르듯이, 우리가 보아왔던 것들, 우리가 창을 겨누고 있던 것들, 우리가 느꼈던 타인의 시선과 타인이 우리에게 느꼈던 시선에 대한 것들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아니 그러한 오해역시 타인의 한 부분이라는 것은 이 책을 읽고 나면 충분히 이해 할 것이다. 알바니아는 단일 국가다. 우리와 같이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겪으면서도 퇴락한 자신의 문화를 끝끝내 유지하는 작은 국가이다.
알바니아의 실상이란 그렇다 그들의 피는 쓰린 맛이 나고, 목소리엔 우울함이 넘쳐진다. 결국 그곳 가장 깊숙한 곳 까지 파고들어가, 그 피에 맺힌 쓰린 맛과 우울함에 흠뻑 젖었지만, 처음과 같이 절대 섞이지 않는, 아니 섞일 수 없는 타인인 장군은 아마 알바니아의 실상을 바라보는 서구의 시각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지금도 세계는 내전이 있고,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우리는, 그 속에 죽어간 시체를 수거하는 장군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제3국 소설을 몇 번 읽은 적은 있다. 허나 대부분 번역의 미숙함에 의해 그 내용을 100%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소설역시 그러한 딱딱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장면에 사제의 존재여부가 애매한데, 번역의 오류인지 단순히 서술 상에 그것이 전부인지 아직까지 의문이다. 사제는 단지 환상이었을까?
ps. 나와 07년 말을 함께 한 소설. 그리고 07년 최고의 소설.
이 소설을 작가가 24살에 적었다니 혼절할 정도. 지금의 이스마일 카다레야 워낙에 노벨상 후보에 많이 거론되었기에 대단한 작가로 추대 받고 있지만, 단지 그의 처녀작이 이러한 작품이라는 것은 쇼킹하다. 절판이 되었지만 중고서점이나, 인터넷 중고 서점 사이트에서 싸게 파니 정말 한번 사서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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