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miro
작품명 : 매창소월
출판사 : 정규연재
안녕하세요 나훔입니다.
간만에 감상란에 뵙네요.
감상글을 쓰면 성실연재하겠다는 작가님의 말씀에따라(난 분명히 그렇게 해석했다구요''!!) 이렇게 즉흥적으로 글 하나 올립니다.
작품에 누가 되지 않길 바라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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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글 제목 그대로
매창소월은
창룡의 세계에 살아가는 꽃잎의 이야기입니다.
창룡이란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국가의 이름이자
북쪽에 살고있는 창룡이라는 정체모를 존재이자
주인공들을 억압하는 현실세계를 뜻합니다.
이 거대한 창룡의 아가리 안에서
조금만 건들면 그대로 져버릴 듯한 매화잎처럼
주인공들의 행보는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죠.
먼저 남자주인공 사유란.
보통 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글을 읽지 않는게 정상이겠습니다만,
매창소월만큼은 예외입니다.
태어나서 이토록 마음에 안드는 주인공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무공의 수위를 떠나서
지닌바 출생의 아픔을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사유란이라는 녀석
무협소설의 주인공들이 흔히 보여주곤 하는 '어른스러운 구석'은
손톱만큼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어찌나 자기중심적이고 유치한지.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사건에 당당히 맞서려고 하는 것에 비해
툭하면 어디로 도망칠 궁리만 합니다.
싸우기 싫어서 자신을 비꼬는 사람의 가랭이 사이를 지나가는
무협 주인공, 본 적 있으십니까?
유란은 가랭이 사이 지나기를 꺼려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의 약함이 글을 놓게 하지 않는 이유는
'공감'이 가기 때문입니다.
유란이 가지고 있는 '상처'가 눈에 보이기때문에
그의 행동이 과장되고 억지로 만들어진 캐릭터로 보이지 않고
세상에 상처입고 애정결핍증세를 보이는 주변의 안타까운 동생처럼 여겨지는 것이죠. 때로는 안쓰럽고 때로는 답답한.
그 모든 것들이 마치 유란이라는 사람이 현재를 살고 있는 듯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무협소설에서 가장 꺼려지는 것이 설정을 위해 억지로 만들어진 부자연스러운 캐릭터인데 미로님은 그 점에 있어 탁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까다로운 캐릭터를 이토록 자연스럽게 풀 수 있다니요!
아무튼 이 약해빠지고 제 멋대로인 유란이
'그녀'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해갑니다.
바로 남가의 희낭랑, 희미이죠.
태어날때부터 왕의 여자로 선택되었다고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북쪽의 창룡에게 제물로 바쳐질 운명인 여자.
모든 사람에게 땅님이라며 존경을 받았으나
결국에는 명예로운 죽음을 강요하는 쪽과 오랑캐 나라의 용에게 제물로 바쳐질 것을 강요하는 쪽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 여자.
희미 역시도 굉장히 까다롭고 억지스러울법한 캐릭터이지만
미로님의 탁월한 솜씨로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정말로 희미같은 삶을 산 사람이 있었고 그 전기를 작가님이 보지 않았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극단적으로 수동적인 캐릭터이나 그녀 역시 유란을 만남으로서 조금씩 조금씩 능동적인 캐릭터로 변해갑니다.
유란과 희미 모두 나름의 상처를 가지고 기형적인 모습으로 살아오고 있었는데 서로 만남으로서 각자의 삶에 변화가 찾아오죠.
그 과정이 결코 급하거나 천박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점은 유란과 희미가 아직 '어린 애'인 것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죠. 거듭 강조하지만 매창소월의 최대 장점은 난해한 캐릭터를 정말 자연스럽게 만들어놓은 데 있다고 봅니다.
흔히 입체적 인물이니 평면적 인물이니 하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제대로된 캐릭터라면 일관성 못지않게 입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만, 어설프게 그 부분을 다루면 평면적인 캐릭터보다 못하게 되죠. 매창소월의 인물들이 가지는 입체성은 흔히 말하는 '개연성'에 충실합니다.
사실 단점도 있습니다.
느린 연재속도!!!(작가님 뜨끔하시길!!). 하지만 일주일에 한편정도 올라오는 연재속도가 아이러니 하게도 매창소월의 호흡과는 아주 잘 맞는다고 봅니다. 탄탄하고 치밀한 전개로 글을 한 호흡에 읽게하여 몰입시키는 스타일이 아니라 한회 한회 올라온 것을 여러번 정독하며 문장과 쓰인 단어,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느껴가는 느린 호흡이 어울리는 글이니까요.
어려운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아름다운 문장이 다른 작품과 비교되지 않게 많은 대신
한번에 독해하기 난해한 문장도 간간히 눈에 띄입니다.
또 급박한 전개로 긴장감이 넘친다거나 뒷편이 궁금해 잠을 이룰 수 없는 말초적인 재미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대신 다음 글이 올라오기까지 며칠을 한 회와 몇 문장을 두고 곱씹게하다 다음 글이 올라오면 기어코 또 보게만드는 그런 글입니다.
쉽게 말해서
'콜라'류의 글이 아니라 '짙은 차'같은 글이라고 할까요.
현재 유란과 희미의 사랑(이라고 봅니다.)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고 그로인해 뭔가 뒤틀린 듯한 느낌입니다. 희미는 북쪽의 창룡이 도사리고 있는 땅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고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들을 모두 잃은 유란은 드디어 그녀를 찾고자 합니다.
무협이라하기도 로맨스라 하기도 무엇합니다.
제가 내린 정의는 무협과 로맨스의 틀을 빌린
'상처 입은 영혼들의 성장 소설' 정도입니다.
유란과 희미 외에도 생동감 넘치는 많은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넘쳐나는 콜라같은 소설에 이빨리 썩어가는걸 느끼는 분이라면
짙고 깊은 차로 함께 입가심을 하는게 어떨지요.
캐릭터 설명에 치중하느라 다른부분은 제대로 다루지 못했네요.
(즉흥적으로 새글쓰기 누르고 후달린 글이라 그렇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려요.)
그래도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정규연재란의 매창소월.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부족한 감상글 읽으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__)
......
미로님, 이게 무려 2500자 가까이 됩니다.
연참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지금처럼 일주일에 한편 페이스만
유지해 달라 이겁니다!!!버럭!!^^;;
몰랐는데 매창소월이 판타지 란에 있더군요.
카테고리 수정했습니다.
그런데 왜 판타지란이죠...판타지와 무협 둘 중에 하나로 선택하라면 아무래도 무협쪽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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