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만 달랑 써놓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생각만 드는군요. 어쩌다가 작가분께 감상글을 써드리겠다고 말을 꺼내서 제 무덤을 팠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감상 또는 비평 글을 쓰는 게 처음이라 어색하지만, 나름대로 용기를 내보는 것이니 너무 큰 돌만 던지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녀의 수호기사'는 백작의 영애인 로라가 전쟁으로 고아가 된 프라일을 보살피기로 마음먹으며 시작됩니다. 작가인 '강호이야기'님은 이 작품이 처녀작인 초보 작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지만 결코 긴장이 풀어지지 않는 속도로, 편안하지만 너무 늘어지지 않는 분위기로 가득찬 아름다운 장면들을 보여주며,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중간에 삽입된 시들이 프라일과 로라의 심정을 아름답게 표현해주는 점은 이 작품에서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입니다. 과거 '하얀 로냐프 강'의 퀴트린과 아아젠의 사랑을 기억나게 해주는 로라와 프라일의 사랑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처음 이 작품을 읽으며 이게 얼마만에 보는 중세풍 기사 판타지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기사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은 꽤나 많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기사들의 이야기보다는 주인공의 막강한 검술과 같은 -제 생각으로는- 주가 아닌, 부차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마법이 주된 세상이 아닌, 기사들과 검이 중심이 되는 판타지, 그런 판타지를 보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시켜준 작품입니다. 이건 오로지 제 개인적 취향에 따른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상하게도 제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던 소설들은 '마법'이 빠져있거나 나오더라도 보조일 뿐, 주는 검술이었습니다. '드래곤 라자'에서 아프나이델이 마법을 사용하지만, 그것은 3서클 이하의 아주 하위 마법이었고-시기적절한 사용만은 끝내줬습니다만.- '세월의 돌'은 마법이 봉인된 세계의 이야기였습니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 '하얀 로냐프 강'도 마법이 거의 사라진 것은 마찬가지였지요. '검이 중요시되는 세계' 이것이 제가 '그녀의 수호기사'를 처음 보고 마음에 들어한 점 중 하나였습니다.
이렇듯 좋은 모습을 보이는 소설이지만, 이 글이 '비평'의 탈을 쓰고 있으니 칭찬만 할 수는 없겠지요.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다른 분들께서는 동의하지 않으실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을 수 있으니 이점 관대히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우선, 이제 본격적인 판타지쪽의 이야기가 전개될 모양인데, 이게 참 미묘합니다. 저를 포함한 이 소설의 독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아마도 로라와 프라일의 가슴 울리는 이야기일 겁니다. '하얀 로냐프 강'의 퀴트린과 아아젠의 사랑과 같은 가슴 저리는 사랑, 독자들이 보고자 하는 것은 이런 모습이겠지요.-배드엔딩인 점은 닮지 말아줬으면 하지만요.- 하지만 본격적인 판타지, 즉 얼마 전에 나온 할머니의 일로 여행을 떠나거나 할 경우, 로라와 프라일의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고서는 소설이 될 수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주제넘게 한 마디 말씀드리자면, 왜 이 소설의 제목이 '그녀의 수호기사'인지 한 번 더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하얀 로냐프 강'-자꾸 이 소설을 예로 들어 죄송합니다만, 기사들과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한 경향이 많은지라 그런 것 같습니다. 이해해주셨으면.-의 퀴트린과 아아젠의 사랑이 감동적인 것은 퀴트린이 한 모든 행동이 아아젠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사로서도, 그리고 내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왕녀의 반려 자리까지 내던지고 아아젠에게 카발리에로를 신청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로젠다로의 깊숙한 산골로 들어갔던 것도, 그리고 마침내 그곳을 나와 전쟁에 참여한 것까지도 모두 아아젠을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아마 지금 '그녀의 수호기사'에 열광하고 있는 독자들이 원하는 것도 그런 소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설은 작가가 쓰는 것이고, 사실 제가 지금 이런 말을 드리는 것이 주제넘은 짓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만 무례를 무릅쓰고 한 말씀 드립니다. 소설뿐만 아니라 어느 것에도 장점은 최고로 늘리고, 단점을 최소로 줄이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수호기사'의 가장 큰 장점은 로라와 프라일의 사랑입니다. 이미 충분히 고려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이점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판타지쪽의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그에 따라 로라와 프라일의 이야기가 적어진다면, 참을성 없는 독자들은 그런 점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일부 독자들은 주인공이 자주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도 불평을 터뜨리곤 합니다.- 특히 여기 고무림이 아닌 ujoa의 독자들은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합니다. 한 마디의 리플에도 상처받으시는 작가분께서 이런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견뎌내실 수 있을지 염려됩니다. -악플들, 또는 악의를 담은 메일들에 상처받고 연중하신 작가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한 마디 드리자면, 리플들을 읽으시는 모습은 좋습니다만 악플들은 과감히 무시해주셨으면 합니다. 악플이 달리지 않는 소설은 없습니다. 너무 심한 내용의 리플이 자주 달리지 않는 한, 보고도 못본 척, 봤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종종 어색한 문장이 보이곤 한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주술 관계가 잘못되었다거나 하는 치명적인 오류는 잘 보이지 않지만 약간은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주는 문장이 보이는 등, 어딘가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문장들이 소설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로라의 납치 후 프라일의 절망감이 조금 더 잘 드러났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프라일이 로라를 찾아다니다 노파를 만나는 장면에서도 뭐랄까, 조금 감정의 표출이 약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조금 더 절박한, 그런 느낌을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프라일이 로라를 못찾고 3일만에 돌아오는 장면부터는 상당히 감정표현이 잘 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만, 그 전의 부분에서는 프라일이 너무 담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잡담 한 마디 하자면, 로라가 걱정이네요. 어찌되었든 귀족가의 영애가 일주일이 넘는 기간동안 납치당했으니 주위에서 말들이 많겠지요. 로라와 프라일이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합니다만, 어찌될지는 지켜봐야겠지요.
ps. 전 이유를 모르겠지만 제목에 민감하신 듯 한데 글쎄요, 이런 건 개인차겠지만, 전 그냥 '수호기사'보다는 '그녀의 수호기사'쪽이 훨씬 마음에 듭니다. '수호기사'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수호기사'쪽이 보다 다정한 느낌을 주며, 글의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ps2. 짧은 감상을 적으려 했는데, 쓰다보니 이렇게 긴 글이 되었군요. 조금 당황스러운 기분도 듭니다만, 뭐 이것도 좋겠지요. 그나저나 오랜만에 이모티콘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글을 쓰니 기분이 이상하군요. 사실 레포트를 쓴다는 기분으로 썼기 때문에 건조한 느낌의 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점 이해해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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