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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망연
작성
04.06.15 21:36
조회
1,546

  망연의 고무림 기행 (3) 장자몽, “취접”

  정규 연재란을 뒤적뒤적이다가, “취접”이란 글을 만났다. 필자가 이 글을 일독해 보기로 마음 먹은 건, 아마도 장자몽이란 작가의 운치 있는 필명과 … 혹 본명일지도 (-_-;;) … 그리고 무엇보다 “취접”이란 제목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연재의 변에 작가는 “간장과 막야가 숨겨져 있는 병기점에 부엌칼 하나를 던진다,”고 말한다. “취접”이라는 제목을 선택한 까닭도 단지, 그 단어에서 느껴지는 말할 수 없는 경박함 때문이라 말하는 장자몽은, 그러나 글의 서장부터 “전혀 경박하지 않은” 솜씨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일인칭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한 이야기의 서두는, 한 사람이 죽임을 당하는 순간을, 그리고 그 순간의 심리를 간결하지만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앞으로 전개될 “취접”의 행보를 훔쳐 보는 듯한, 정말로 기이하기 그지없는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시작부터 지금껏 독자들이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소간협담”의 주인공, 뇌류흔을 등장시킨다.

  간과 담의 기능이 선천적으로 약한 사람은, 겁이 많고 용기가 없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될 법한 설정이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설정 자체의 리얼리티 여부를 떠나서, 현재까지 이야기의 흐름 상, “취접”은 뇌류흔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로드 무협 + 복수 활극이 될 공산이 큰데, 이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변화하는 인물의 심리 묘사가 글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뇌류흔이 시종일관 “소간협담”의 겁 많은 성격인 채, 아슬아슬 강호를 떠돌아다니게 만드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면야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가 어떻게 치명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신체 결함”을 극복하고 “탈태환골” 하느냐, 는 부분에서 “취접” 전체의 개연성이 크게 위협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이 시점까지의 (06/15/04) 연재 분량에서 필자는 이와 관련된 눈에 띄는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고, 또한 언제나 강조하는 바, 글이 완결되지 않은 이상, 더욱이 “취접”처럼 이제 갓 한 권 분량이 채워졌을 뿐인 글을 두고 이러한 면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다만 이것은, 필자의 극악하도록 제멋대로인 취향을 거의 완벽에 가깝도록 만족시켜버린 “취접”이란 무협과 그 작가에게 드리는, 결국 필자의 노파심에서 불거진 흰소리라 보아도 좋다.

  자. 그럼, 필자가 이렇게까지 푹- 빠져버린 “취접”이란 무협의 매력은, 그래,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취접”을 접한 독자가 – 이건 전적으로 필자의 생각이지만 –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가장 큰 까닭은, 바로 장자몽의 “이야기 하는 재주” 탓이다.

장자몽은 이야기꾼이다. 이것은 다분히 좋은 의미다. 필자의 절대적이고 상대적이며 게다가 제멋대로이기까지 한 기준에 따르면, 이 “좋은 이야기꾼”에는 대개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현란하고 기발한 손짓, 발짓은 물론이요, 감탄할 정도로 미려하고 공을 들인 수사에다가 이야기 속에 감정의 굴곡을 진하게 섞는, 이른바 “촉산형”이 그 한 유형이라면 다른 하나는, 우리의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어린 시절 들려주던 호랑이 담배 피우는 옛날 이야기처럼, 수수한 듯 하면서도 묘하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래서 더 구수하게 느껴지는 소위, “장강형”이 그것이다.

  작가 장자몽은 “장강형”의 이야기꾼이다. “취접”이 분명 내용 상, 상당히 전개가 빠르고 거침 없으며, 때때로는 마치 제트코스터를 탄 것처럼 정신 없이 달려나가는 면이 확실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받은 전체적인 글의 첫인상은 “묵직하다,”였다.

  그가 말하는 강호는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결코 식상하지 않고, 마치 예전에 읽었던 중국 무협과 비슷한 향기를 안고 있지만, 고루하지 않다. 그리하여 결국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됨과 동시에 신선한 기대를 품게 되는 것이다.

  화려한 비유나, 참신한 문장은 없어도, 장자몽의 글은 그렇기에 이토록이나 매력이 있는 것이다. 아마도. 분명히. 그리고 그 실력이 한껏 발휘된 “취접”, 이 평범하지 않은 무협은 확실히 “고풍스럽기”까지 하다.

  언젠가 본 적 있는 권법 요결에서는, “내력의 공부가 정심하면, 내지르는 권에 실린 힘은 맹렬하나, 뜨는 바가 적고 가라앉는 바가 많다,”고 하였다. 억지로 비유하자면, “취접”의 내용 전개는 비록 거침 없고 시원한 바가 있으나 문장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묵직하고 짜임새가 있으니, 과연 작가 장자몽은 고수라 할 만 한 것이다.

  …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려면 밤을 새도 모자랄 터이지만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필자의 못난 글재주 탓에 오히려 사족이 될 듯 하여 몹시 저어된다. 마지막으로 본문의 한 부분을 살짝, 정말 살-짝, 보여드리며 정규연재란, “취접”으로의 초대장을 자격도 없는 필자가 감히 고무림 동도들께 전해드린다.

  … (전략)

  바람에 펄럭이는 백삼자락과 머리를 질끈 동여맨 머리띠와 어울려 같은 남자가 보아도 가슴이 사무치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럴 때 보는 뇌류흔은 그야말로 화려한 날개를 접고 고요하게 내려앉은 한 마리 나비 같다는 생각을 엽관은 지울수가 없었다.

  이럴 때의 뇌류흔을 목도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래서 뇌류흔을 취접(醉蝶)이라 불렀다. 모르는 나머지 대부분은 호부견자(虎父犬子)라 불렀지만….

  … (후략)

                                  - 본문 중, 第 二 章. 虎父犬子 (1) -  ①

  장자몽의 “취접.”

  고무림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좋은 글, 좋은 무협이다.

  멋진 무협을 읽게 해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와

  조악한 감상평을 쓴 것에 대한 사죄를 동시에 드리며,

  장자몽님의 건승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유월 십오일,

                    망 연   배상.

~ Works Cited ~

1. 장자몽, “취접.” Feb 29, 2004 “Go! 武林” June 15, 2004

<http://www.gomur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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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59 어흥으릉
    작성일
    04.06.16 00:23
    No. 1

    망연님의 글을 읽으니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네요...
    특히 장경형의 글이라는게 정말 마음에 듭니다..
    제가 장경님을 좋아하거든요...
    지금 바로 가서 한 번 일독해볼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송군
    작성일
    04.06.16 01:05
    No. 2

    재미는 물론이고..주인공의 설정 또한 좋은 글이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는 글입니다.(개인적 취향이에요^^;)
    명교의 등장부터 그리되었는데..
    거의 모든 무림세력이 명교와 관련되어..사건진행이 되다보니..
    뇌류흔의 능력으로 가문의 혈채와 음모를 파헤칠수 있을지..걱정겸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먼치키류의 무지강한 주인공으로 진행되다면..가로막는 장애물을 시원하게 깨부시고 나가겠지만..
    뇌류흔은 먼치킨류의 주인공과는 거리가 있지요.
    너무 막강한..적들..도움주는 사람까지 그세력과 이렇게 저렇게 관련이 있다보니...
    뇌류흔의 앞날에 대한 답답합이..(너무 감정 이입이 되서일까요??)
    전 아직은 글이 쌓일때까지..저장해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좀더 연재가 된후..뇌류흔의 앞길에 길이보이면..탐독할까 합니다^^;
    부디 강한 뇌류흔으로 다시 태어나야할터인데....
    망연님의 감상평이 마음을 움직이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서비
    작성일
    04.06.16 01:24
    No. 3

    소간협담이 아닌 취접은 더 이상 술을 입에 댈 필요가 없으니 취접이라 불릴 이유가 없겠지요. 고로 앞으로 뇌류혼이 취하게 할 것은 호리병 속의 술이 아닌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강호행과 인간사일겁니다. 그만큼 취접의 내용은 일견 어지러울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을 차근차근 뇌리에 새겨넣을 수 있는 것은 장자몽님의 자근자근하게 맛들어진 글 덕분일겁니다.

    제 경우에는 뇌류혼이 진실을 알고 주체할 수 없이 토악질하는 장면을 보고는 저마저 술에 취한 듯 몽롱했습니다.

    하지만 장중한 솜씨만큼이나 휘몰아치는 전개가 급박해 개인적으로 담배대 털어내는 여유 정도는 가졌으면 합니다. 나비가 날개를 접어버리면 제 멋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나, 취접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라갈 수 있도록 한 번쯤 쉬어주어도 좋다고 봅니다.

    차지하고, 취접의 아련한 향에 저도 취해버려 책이 나오걸랑 사서 저녁 시원한 창가에서 배깔고 파묻혀봐야 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67 한양
    작성일
    04.06.16 05:22
    No. 4

    어찌 이리두 감상과 댓글들을 멋지게 잘 다셨는지^^
    글들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야우랑사
    작성일
    04.06.16 09:11
    No. 5

    보러가야겠군요!!~ 초반부 좀보고 안 봤느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MixiM
    작성일
    04.06.16 23:20
    No. 6

    저에게는 답답하기만한 글입니다. 특유의 설정도 전혀 공감되지 않고.
    남들이 반전이라 하는것이 저에게는 어거지로 느껴지니...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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