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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1 신독
작성
03.06.06 13:19
조회
1,509

'영웅독보행'은 금강님의 작품 중 그리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닙니다.

창작 1세대 무협을 한꺼번에 다독하신 많은 분들은 '영웅'시리즈 중 하나로 기억하시고 계

실 겁니다.

주인공 이름이 '백수린'이라면 좀 기억이 나실까요? ^^

얼마 전, 이 책을 우연히 입수하였습니다.

어릴 때 읽던 생각이 나 반갑게 다시 보았지요.

창작 1세대 무협에는 그 시절의 '시대적 한계'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첫 번째로는 권수의 제한이 있고요.

그 다음으로는 출판사에서 요구하는 '공식-절벽씬, 기연씬, 남녀상열씬'이 있었다는 겁니다.

물론, 대다수의 독자들은 그 '공식'이 너무 빈번히 쓰이고 식상하기 전까진, 즐기면서 보았

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한계가 있지만 참 잘 쓰인 한 편이더군요.

스토리 구성이 무척 특이합니다.

이 글은 스토리 구성 방법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I. 총론

제가 구한 "영웅독보행"은 도서출판 뫼에서 95년 재간된 판본으로 총 네 권입니다.

이 글이 흥미있는 것은 서문이지요.

"이 영웅독보행은 처음 기획단계부터 마지막 마침표 하나를 위해 만들어진 소설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흔히 금강님 무협소설에는 '추리적 기법'이 동원되었다고 말하지요.

아마 그것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난 구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금강님의 구성방식을 흔히 '대맥(大脈)'기법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큰 맥 하나만을 따라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것이지요.

이것을 위해 주위의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거의 삭제됩니다.

창작 1세대 무협의 분량의 제한-지금 분량으로 3권이 채 안됩니다.-이 가져온 결과이기는

하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스토리의 응집력이 주는 힘이 대단하지요.

이 글은 그런 구성방식을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흔히 '대맥'스타일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치밀한 인과와 반전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떼지 못

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 칭해집니다.

제가 보기엔 "영웅독보행"은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대맥스타일'의 교과서라 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작품들보다 스토리 전개의 이른바 '비틀기-평온히 진행되던 이야기를 슬

쩍 비틀어 긴장감을 주는 소설상의 기법'라는 것을 가장 명확히 들여다 볼 수가 있거든요.

  스토리를 비튼다는 것은 한마디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글의 전개에 있어서 긴장감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지요.

II. 분석

"영웅독보행"은 이미 구상 단계에서 끝을 모두 구상하고 쓰여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잠깐 전체 설정을 요약해 보지요.

"영웅독보행"은 주인공 백수린이 이년 여에 걸쳐 강호의 음모를 분쇄하는 것이 가장 큰 줄

거리입니다. 철저히 주인공에 몰입해서 주인공만 따라가게 만들어진 소설이지요.

이것이 대맥기법의 한 형식이라 생각합니다. 초반에 독자의 시선을 모은 주인공의 뒤를 독

자가 계속 따라가게 만드는 방법으로요. 이러다 보니 다른 에피소드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

습니다. 철저히 한 맥을 따라서만 스토리가 움직이지요.

1. 전체 스토리의 비틀기

서막의 연기편을 보면 강호정세가 먼저 요약되어 있습니다. 이 강호정세요약 자체가 양파

까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행보에 따라 그 정세가 하나씩 더 깊은 속내를 드러내게

되어 있지요. (아마 기획시 강호정세를 먼저 구상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강호를 점거하고 있는 큰 세력이 있으니, '천하영웅맹'입니다. 이 곳은 정,마,사,녹림의 네

개 세력이 연합한 세력입니다. 각 네 개 세력의 절대패자인 절대사인방이 다스리는 곳이지

요. 이 천하영웅맹을 위협하는 세력이 '중양회'입니다.

즉, 처음의 구도는 이렇게 양자 대결구도이지요. 간단해 보입니다.

▶절대사인방이 암살당합니다. 중양회에 의해서. 이것이 주인공의 무림출도의 계기가 되지

요.

▶주인공 백수린은 절대사인방이 키운 후계자입니다. 절대사인방은 백인의 젊은이들을 훈

련시켜 놓았죠. 그리고 백수린이 출도하기 10년 전, 이미 '악마화'란 전설의 살수를 조작해

놓았습니다. 그가 바로 백수린의 강호 신분인 것이죠.

이미 이 흐름에 한 번의 '양파까기-양파껍질을 벗기 듯 한 번 벗기면 또 다른 이야기가 숨

어있는 구성방식을 가리킵니다.'가 있습니다.

강호를 암중지배하던 절대사인방의 암살과 그들은 이미 후계자를 정해놓았다는 데에 한 번

의 양파껍질이 벗겨져 나갑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양파까기가 기다리지요.

▶주인공 백수린은 혼자 출도합니다. 그가 죽은 후라야 나머지 동료가 등장할 것이라 되뇌

이면서요. 금강표 무협 특유의 영웅적 전개이지요. (제가 어릴 때, 홀딱 빠졌던 바로 그 부

분이기도 합니다. ^^)

▶백수린은 천하영웅맹에서 호법사자라는 직책으로 '정심무적대'라는 정파 쪽의 후기지수

모임에 참여합니다. 각파의 후기지수들을 모은 꽃같은 조직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절대사

인방이 죽고 신사인방 내부의 암투가 전개되고 정파쪽에 선 백수린이 다른 삼파를 좌충우돌

하며 공격합니다. 이를 통해 '정심무적대'는 백수린을 영웅시하게 되고 천하의 젊은이들이

그를 추종하게 되죠. 이렇게 초반에 대단한 카리스마를 부여해 주는 것이 또한 금강표 무협

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백수린의 활약에 큰 타격을 입은 나머지 삼개파가 자파 최고의 살수들을 기용해 악마화

백수린 처단을 노립니다.

▶천하영웅맹의 정보조직 영웅전의 전주인 남궁수범의 제안에 신사인방이 제가를 내려 천

하영웅맹은 다시 결맹을 하게 됩니다. 나머지 삼개파가 보낸 최고의 살수들은 사실은 백수

린의 동료들이었음이 드러납니다.(또 하나의 껍질이 벗겨지지요.) 이 네 명이 모여 '영웅혈'

이라는 조직이 탄생합니다. 이 조직이 바로 천하영웅맹을 대표하게 되지요. '정심무적대'가

했던 역할을 확대한 것이라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천하영웅맹의 내부투쟁이 종식되면서 정세는 중양회와의 양자구도로 압축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십전각'이라는 절대사인방이 남긴 조직이지요. 이 곳에서 새로운 껍

질이 벗겨집니다. 바로 중양회가 '영웅맹'에서 갈라져 나온 조직이라는 사실이지요. 여기서

정세는 복잡해집니다. '중양회'를 처음 만든 이가 존마라는 이인데, '대천신혈마경'이라는 무

공을 익히고 있습니다. 단지, 존마는 이를 대성할 수는 없었지요. 그래서 천하영웅맹과 중양

회가 양립을 이루고 있었는데, 초기재가 발견되어 대천신혈마경을 대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

다. 거기다 변황의 사대 세력을 끌어들여 차도살인지계를 꾸미지요. 할 수 없이 절대사인방

은 자결에 가까운 암살을 당하고 자신들의 숨겨진 힘을 남겨 놓은 것이지요. 바로 십전각과

백수린 등 백인입니다.

▶남궁수범은 영웅혈의 위상 때문에 백수린을 수뇌부에 앉힐 것을 제안하나, 신사인방에

의해 평의회에서 거부되고 백수린은 천하영웅맹에서 축출되지요. 주인공에게 시련과 위기를

주어 극복케 하는 것은 긴장을 높이는 한 방편입니다.

▶축출된 백수린은 십전각의 힘을 이용하여 중양회에 대항할 은밀한 힘을 모읍니다. 화기

명가라는 열화신궁을 손에 넣지요. 이 와중에 중양회의 정보조직을 관장하는 이인자 중양군

주가 이인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동안 백수린을 축출한 천하영웅맹의 위상은 형편없이

추락하지요.

▶중양회가 천하영웅맹에 합작을 제의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백수린은 합작의 자리에 침

투해 중양존을 죽이려 하지요. 이 시도는 실패하고 백수린은 중양군주의 대천신혈마경을 대

성하는 도구가 되어 동정을 빼앗(?)기고 빙옥에 떨어집니다. 이 빙옥엔 존마가 있었지요. 존

마와 백수린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집니다. 또다른 껍질이 벗겨나가지요. 바로 백수린이

천하영웅맹 이전에 중원을 수호하던 대륙천궁의 인물임이 밝혀집니다. 존마 또한 대륙천궁

의 인물이었죠. 천하영웅맹에 의해 무너진 대륙천궁의 복수를 하고자 만든 것이 바로 중양

회임이 밝혀집니다. 무공이 패쇄된 백수린에게 개정대법으로 대천신혈마공을 전해주게 되죠.

그리고 백수린은 빙옥을 나가려다가 폭약에 의해 추락하고...그 밑에 아무도 모르던 대륙천

궁의 발원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새로운 껍질이 벗겨지고 백수린의 무공은 업됩니다. 대륙천

궁의 라이벌이었던 흑도 천상회라는 조직이 새로 부각되지요. 암중에 천하정세를 요리하는

곳으로 암시됩니다.

(그동안 중양군주는 중양존을 밀어내고 중양회를 장악하지요. 백수린이 죽었다고 생각한 나

머지 구십구인이 출도해 악마천이라는 조직으로 중양회와 천하영웅맹을 난자합니다.)

▶출도한 백수린은 악마천과 조우하지요. 이제 백수린에게 직속 세력이 결집됩니다. 악마천

과 십전각, 그리고 열화천궁이지요. 신사인방은 악마천의 세력을 우려해 중양군주와 결탁해

상잔을 노리고 중양존의 거처를 악마천에게 알립니다. 당근 중양존만 죽지요. 악마천은 무

사.. 중양존이 죽으면서 중양회의 배후가 혈왕부라는 사실을 밝힙니다. 변황의 배후도 언급

되지요. 천상회를 생각했던 독자들은 다시 한 번 의아합니다. 이또한 스토리 비틀기지요.

이제 천하 정세는 양립이 아니라 삼분입니다. 중양회와 그 배후, 혈왕부...변황과 그 배후, 천

하영웅맹 이렇게요..한층 대결구도가 복잡해졌지요...

▶변황의 배후의 이름이 천외신루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독자는 그들이 천상회인가...합니

다. 천자 돌림이니까요..;;;

▶백수린은 이제까지 생환된 것을 극비리에 감추고 있었지요. 이 상태에서 십전각의 제일

부각주와 접촉을 시도합니다. 십전각의 정보를 총괄하던 중요 인물이지요. 이 세부 스토리

안에도 여러 비틀기가 있지만, 생략하고...그 제일부각주는 바로 영웅전주 남궁수범이었습니

다. 뜻밖의 반전이었죠.

▶중양회를 장악한 중양군주는 백수린의 아이를 잉태한 상태입니다. 그녀는 혈왕부에 거역

하기로 하고 천외신루와 손을 잡고 혈왕부를 칩니다. 그 정보를 입수한 백수린과 악마천, 십

전각은 혈왕부를 무너뜨리고 철수하는 변황세력을 초토화시키고 천외신루의 위치를 밝혀냅

니다. 백수린과 천외신군의 맞짱으로 승부를 내죠. 물론 백수린이 이깁니다. 여기서 천외신

루는 예전 대륙천궁에 패퇴했던 무영경이라는 변황의 세력임이 드러납니다. 천상회가 아니

죠.

▶이제 천하의 구도는 아주 간단히 정리될 것처럼 보입니다. 천하영웅맹의 신사인방은 고

립되어 있고, 십전각의 제일부각주가 남궁수범이기에 천하영웅맹은 단번에 악마천이 점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중양회와 연수했던 변황세력은 정리되었지요. 중양회만 없애면

천하는 조용해질 듯 합니다. 여기서 백수린은 혼자 중양회로 향합니다. 피를 덜 흘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은 뭔가 의혹을 갖고 있음을 복선으로 깔지요.

▶중양회를 파죽시세로 쳐들어간 백수린은 중양군주와 맞짱을 뜨고...이기지만, 자식 때문에

살려줍니다. 이 때, 신사인방이 등장합니다. 혈왕부는 멸망한 것이 아니라 신사인방으로 변

신해 있었던 것이지요. 전력을 고스란히 보존하고요. 이것이 마지막 반전인가...하게 됩니다.

백수린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이들의 포위를 악마천의 역포위로 물리칩니다. 신사인방

은 백수린에 의해 죽습니다. 끝...인 것 같죠.

▶마지막 장면은 남궁수범이 남긴 일지가 후일 한 서점의 점원에 의해 불태워지며 그 안의

내용이 나오며 끝납니다. 남궁수범이야말로 실은 천상회의 실질적 지배자이었던 거지요. 완

벽하게 계획을 짰으나 마지막 천상회의 사대회주(신사인방)가 백수린에 의해 한꺼번에 제거

되어 백수린을 제거치 못해 다시 지하로 숨는다는 내용입니다. 이것이 마지막 양파의 고갱

이인 셈입니다. (이렇게 전 4권입니다.)

이것이 "영웅독보행"의 전체 스토리 라인을 거칠게 요약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안

에 간간이 여인과의 인연이나 우정을 다루고 있지요.

이 스토리 요약으로 이른바 '대맥의 양파까기'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스토리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면서 전개되면 될 수록 그 안에 숨겨진 새로운 사실이 등

장하는 것이지요. 이것을 통해 전체 스토리의 긴장을 유지하며 독자에게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시켜 책에서 눈을 못 떼내게 하는 겁니다.

이러한 스토리를 짜기 위해서는 전체 스토리를 미리 머릿속에 구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스토리 구축은 앞에서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부터 해야하지 않을까요?

흑도 천상회의 후계자 남궁수범이 음모의 주재자이다->남궁수범은 절대사인방의 신임을

얻어 영웅전주의 신분으로 제일부각주가 된다->흑도 천상회는 중양회 설립을 배후 조정해

중양회를 장악한다->천상회처럼 보이는 천외신루는 전혀 다른 세력이다->대륙천궁과 천상

회의 대결이 진짜 주 갈등요소이다....이런 식으로 먼저 양파의 고갱이를 구상하고 그를 벗겨

내는 식으로 스토리를 구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를 통해 인과의 배치를 완성하고 장면들을 설정하는 것이 아닐까요?

(어디까지나 제 추측입니다...;;;)

  이제 좀 더 세부적으로 보죠...

2. 세부 스토리 비틀기의 실례

1권 1막을 볼까요?

항주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는 한가한 유생이 등장합니다. 백수린이죠. 귀가 길에서 첫 스토

리 비틀기가 나옵니다. 유의할 부분이지요. 이것은 첫 등장에서 긴장을 유발시키기 위해 많

이 사용하신 방법이기도 합니다. 잠시 볼까요?

『"빙아가 저녁을 해놓고 기다리다가 눈이 빠지겠군……."

백수린은 일조각이 저 멀리 보이자 무엇이 생각난 듯 가볍게 웃었다. 방립 사이로 보이는

그의 눈빛은 보기 드물게 맑았다.

그의 눈빛이 흔들린 것은 그 때였다.

휘적휘적 거침없이 옮겨놓던 그의 걸음이 천천히 굳어졌다.

어디선가 날카로운 호각소리가 은은히 들려오는 것을 들은 것이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니다!"

백수린이 막 걸음을 멈추려는 순간에 그가 돌아서려던 길의 모퉁이 부분에서 한 사람이 나

타났다.』

이 곳에서 스토리가 비틀리는 부분은 바로 '그의 눈빛이 흔들린 것은 그 때였다'라는 부분

입니다. 주의를 상기시키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으론 부족합니다. 그래서 '어디선가 날카로운

호각소리가 은은히 들려오는 것을 들은 것이다'라고 부연합니다. 바로 독자의 오감 중 청각

을 공략해 주의를 상기시키고 뜻 밖의 상황, 조용한 귀가길에서 느닷없이 피투성이의 노인

이 등장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금강님이 아주 자주 사용하셨던 기법이데, 여기서 유의할 점은 장면의 변화(귀가길에서 피

투성이 노인이 튀어나오는...의외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와 함께 감각적 전달(여기선 청각이

죠)이라 하겠습니다. 일단 주의를 환기시킨 다음, 급박한 흐름을 스토리를 비틀어 만드는 것

이죠. 편안히 흐르던 물줄기에 바윗덩이를 턱 올려 물의 방향을 살짝 바꾼다고 할까요? 물

론 물줄기는 계속 한 흐름을 타고 가겠죠...가끔씩 굽이치는 물살에 정신없이 흔들리면서요...

이러한 기법은 6막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영웅혈이 탄생하는 장면이지요. 천하영웅맹 사개 세력의 최고의 살수, 네 명이 한 데 모인

장면에 남궁수범이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남궁수범이라 칭한 인물이 네 살수에게 기세상으

로 압도당해 백수린이 의아해하는 장면 다음이지요.

『한데, 바로 그 때였다. 아무도 상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은!

"여러분은 그를 너무 곤란하게 하고 있는 것 같군."

느닷없이 장중에서 낭랑한 음성이 들려온 것이다.

모두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소리를 낸 것은 머리를 처박고 숨도 쉬지 못하고 있던 이 집의 주인이었기 때문에!

주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중략)...

고개를 든 그가 얼굴을 쓰다듬자 모습은 일변했다.

완벽한 또 하나의 남궁수범이 거기에 나타나 있는 것이다.』

역시 이 장면에서도 먼저 주의를 상기시킵니다. '한데, 바로 그 때였다.'라구요. 그리고 남궁

수범의 대사가 나오지요. 역시 독자의 청각을 환기시키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흔히 문장을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은 감각을 자극하는 묘사라고 말하지요. 묘사가 꼭 형용

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나의 상황을 머리 속에 그려볼 수 있게, 느낄 수 있게, 들

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모두 묘사가 아닌가...요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핵심은 독자의 주의를 확 끌어당기며 의외성을 준다는 데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엔 아예 한 장(이 작품은 장이 아니라 막으로 구분합니다.)을 뜯어 보도록 하지요.

4. 한 장의 구성

3권의 제 십 칠막, '영웅은 나락으로 떨어지고.....'를 보지요.

십칠막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뉩니다. 소제목이 둘이지요. '정염'과 '침공'입니다.

먼저 '정염'을 보지요.

#1. 중양군주 강려군이 혈마천신환이라는 약을 백수린에게 먹여 대천신혈마신공을 완성하

는 장면입니다. 8쪽이 이 한 장면으로만 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 '침공'을 볼까요.

#1. 강려군의 독백입니다. 빙옥에 백수린을 가두겠다는...다섯줄의 짧은 독백이 이어지고 '일

세의 영웅은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맺지요.

#2. 변황에 대한 설명부분입니다. 천외동맹이 탄생한 배경이 변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간략

히 이어집니다. 2쪽 정도.

#3. 천외동맹의 정보조직 '천마이'의 조사결과를 천마이의 주인인 슬곡이(나중에 이 사람이

천외신군임이 밝혀지는 4권의 또다른 반전이 있지요. 인물 배치도를 통해 적절히 안배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철사패왕에게 보고합니다. 중원침공을 권하지요. 뿐만 아니라 배후세력인

천외신루에서도 같은 명을 내립니다. 3쪽 정도.

#4. 변황이 중원에 침공한 상황이 설명되지요. 그리고 악마천이 등장해 중양회와 천하영웅

맹 양자를 공격함이 설명됩니다. 1쪽 반.

#5. 빙옥의 안에서 백수린이 존마와 상면하게 되는 장면입니다. 13쪽.

이로써, 대맥 구성의 또 한 면이 밝혀집니다. 바로 장면의 쪽 분할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주인공이 등장하는 장면이 이 장면의 가장 중요한 장면입니다. 13쪽이지요.

나머지 장면들도 길게 쓰려면 엄청 늘릴 수 있는 것들이지요. 과감히 짧게 설명으로 넘어

가거나, 기껏해야 한, 두 쪽에 그침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장면을 삽입하더라도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은 철저히 자

제하지요. 이것이 대맥 스타일의 전체 긴장을 유지하는 가장 큰 다이어트 기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주인공을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가 돌아가게 만들어 놓은 겁니다. 그 안에서 이

야기의 전개를 따라가며 눈을 뗄 수가 없지요.

III. 맺으며...

이상으로 제 나름대로 '대맥스타일'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이 '대맥'식의 구성 안에는 분명히 시대적 한계라는 것이 숨어 있습니다.

마지막에 분석한 쪽분할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설정한다고 해도 여러 다른 이야기들을 정도 이상으로 축약했

음을 알 수 있습니다.

3권에 끝내야 하는 이야기니까요.

지금처럼 분량을 조절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좀 더 유연하게 글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되

었지요.

하지만 이러한 구성방식은 확실히 매력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그러한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풍운연의'완결 출판되면 대풍운도 함 시도해보지요. ^^


Comment ' 7

  • 작성자
    Personacon 검우(劒友)
    작성일
    03.06.06 14:41
    No. 1

    오옷...! 영웅독보행 재밌죠..^^ 음, 금강님 작품 중에서 본 몇 돼지 않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백수린.. 멋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신독
    작성일
    03.06.06 15:02
    No. 2

    검선지애님(음...이제 정담에서만 아우라 부르겠소..ㅡ.ㅡ;;...여긴 공석이라 생각하고...쿨럭;;)이 이 작품을 보셨군요. ^^

    요즘은 참 구경하기 힘들어진 작품이라서...

    예전의 명작을 찾으려면 거의 순례에 가까운 행진을 벌여야 하지요...ㅡ.ㅡ;

    역시 또 보고 싶은 책은 사서 갖고 있는 게 젤 좋아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남채화
    작성일
    03.06.06 15:32
    No. 3

    아.. 금강님 글이었군..
    상당히 재미있게 봤었는데..

    금강님 껀진 전혀 몰랐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삼절서생
    작성일
    03.06.06 21:03
    No. 4

    금강표 무협 특유의 영웅전개...크크크 크하하하!
    한참을 이 대목에서 대굴대굴 굴렀습니다!
    금강표라...아마 이 이름이 가지는 상품가치는 새우깡이나
    쵸코파이의 명성에 전혀 꿀리지 않는다는..@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帝皇四神舞
    작성일
    03.06.06 22:39
    No. 5

    금강표....킥킥킥~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정상수
    작성일
    03.06.06 22:58
    No. 6

    전 아직도 백수린이 남궁수범을 몰랐다는 것에 의문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렇게 완벽히 속이면서 백수린을 이용할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그렇게 어렵게 일을 남궁수범이 꼬아야 할까하는 의문을 갖었고 이 작품으로 저는 사실 금강님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말도 사실은 백수린이 그런 식으로 끝내야 하는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 읽었지만 답답한 느낌은 지금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렇게 음모에 걸려드는지?
    답답한 무협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읽는 내내 씩씩댔던 기억이 이글을 읽다보니 불현듯이 떠오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신독
    작성일
    03.06.07 00:08
    No. 7

    에그...답답하게 보셨다니...쩝쩝...

    머...만약에 금강님의 작품들을 뚜루룩 열거하고 제가 별표로 재미를 매긴다면, \'영웅독보행\'은 첫번째에 오르지는 못할 겁니다.
    (제가 제일 재미있게 보았던 것은 \'뇌정경혼\'과 \'풍운대영호\'였죠.)

    다만, 이 글을 쓴 이유는 금강님의 스타일을 가장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글이다...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소설에서 \'비틀기\'라는 기법은 아주 유명하지요.

    이문열님이 \'세계명작단편선\'으로 주제별로 단편을 모은 적이 있는데 그 중 한 편의 제목이 \'비틀기와 반전-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책이 없는 지라..ㅡ.ㅡ;\'이었습니다.

    금강님도 자주 스토리를 비틀며 긴장감을 유발하시는 스타일을 갖고 계신데, 이 \'영웅독보행\'은 다른 작품들과 비교할 때, 그 \'비틀기\'가 훨씬 자주 사용되고 아주 심하게 비틀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글을 쓴 것이죠.
    비틀기를 연구하는 중이었거든요.

    과연 그 \'비틀기\'가 작품의 내적인 완성도를 도와주며 성공했나 실패했나를 평가하는 것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닙니다.

    제목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어디까지나 구성방식을 통해 본 스타일분석이 목적인 글이니까요.

    그러한 가치를 판단하려면, 따로 글을 하나 써서 분석해야 겠지요.

    그저 스타일 들여다 보기로 이해하시면 되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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