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말했다.
“어흥!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그래서 주었다.
히히덕 거리며 떡을 낼름 삼킨 호랑이는 온 것 만큼이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까꿍. 거, 허허. 참. 거, 참. 떡이 솔찬히 맛이네, 그려. 흠흠. 하나만... 주면 안 잡아 먹...지...”
고생으로 밭고랑 같은 깊은 주름이 강렬한 아낙은 덜덜 떨며 광주리를 내렸다 도중에 손이 땀이차 미끄러져서 쏟을 뻔했다.
“여기 있소.”
이마에 박힌 임금 왕자가 물결을 쳤다. 흡족해한 호랑이가 입을 헤죽 벌려서다. 혀를 내밀어 낼름 받아먹고는 다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안가 다시 나타났다.
“떡!”
“...”
체념한 아낙은 얼릉 꺼내어 던져줬다. 뻔뻔하기 짝이 없으나, 풍겨오는 범의 누린내 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하다.
냉큼 받아먹을 줄 알았더니, 호랑이는 잠시 앉아 아낙을 지그시 내려다 보았다.
집채 만한 대호가 조용히 자신을 응시하니 아찔했다.
“저... 여기.”
호랑이의 샛노란 눈은 그녀와 그녀의 손에 들린 떡을 번갈아 보기 두어번 천천히 걸어가 다시 혀로 낚아챘다.
처음과 두번과는 달리 호랑이의 상징이 임금 왕자가 아무런 미동이 없어 그녀는 아찔했으어나 아랫입술을 입안으로 말어 넣어 한움큼 깨물었다.
아들과 딸이 보고 싶다.
항상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진 호랑이는 숲풀 사이로 천천히 걸어가다가 몸을 휙 돌렸다.
“어리석은 인간아. 안 잡아 먹어. 약속은 지킨다. 그래서 네 볼품 없는 보잘것 없는 작은 어깨가 위아래로 움직이는게 그 증거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이번에는 안 잡아먹는다고 했니?”
호랑이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이번에는 임금 왕자가 격렬하게 요동 친다.
어 - 흥!
산이 흔들렸다. 새들의 날개짓이 요란하다.
양 귀가 멍멍하다 머릿속에 이명이 윙윙 거린다.
잠시나마 숨을 멎었다.
어느새 질끈 감긴 두눈이 떠지지 않는다. 안그래도 깊었던 주름이 더욱 깊게 파졌다.
아들과 딸의 이름을 크게 외치고 싶으나, 아래턱이 풍이라도 걸린 것처럼 심하게 떨릴 뿐이다.
자식들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리다.
‘양아, 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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