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정연월님 글을 보고 이래저래 생각이 많네요.
저는 오십대 중반을 지나 후반이 된 나이입니다.
시간, 세월 겁나 빠르네요. ㅠㅠ
살면서 몇 번의 인생 변곡점이 있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도전이었지만 실제로는 버티기였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10여 년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어느 날 때려 쳤습니다.
글이 쓰고 싶다는 내 개인적 욕망 하나로요.
아내는 결사 반대였죠.
어느 주 말에 회사에 사직서를 올려놓고 그냥 허허벌판으로 나왔습니다.
가정도 지키고 글도 쓰는 거, 금방 돈이 되는 거, 만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집도 나왔어요.
고시원 하나 찾아 들어 갔더랬습니다.
그리고 이틀 동안 세 권을 썼습니다.
당시 만화방 만화, 대본소 만화, 일판만화라고 하던 거죠. 대충 A4 12장이 1권 분량이었어요.
어쨋거나 쉽게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1년을 혼자 고시원에서 굶었어요.
이혼 얘기까지 나오구요. (지금은 행복한 중년 부부입니다 ^^)
하루 라면 한 개로 버틴 적도 많고요
부끄럽지만 몰래 꽁초 주워 피고 했습니다.
1년 새 72키로던 몸무게가 58키로 까지 가더군요.
어쨌거나 1년 고생 끝에 하X남 화실 스토리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만화스토리 작가가 되었지요.
그땐 제법 먹고 살만 했어요.
그런데 아시죠? 만화방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
일본 만화들이 정식으로 몰려오고 대여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대본소 만화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만화방 만화 대신 코믹스 형태의 만화가 명맥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만화 러시에 결국 대본소고 대여점이고 한국 만화는 고사 직전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들 중 소수는 당시 떠오르던 학습만화로 건너갔지만 많은 작가들이 죽어갔습니다.
저 역시 피할 수 없는 물결이었지요.
고료는 반의 반토박이 되었고 먹고 살기 빡빡해졌습니다.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그 때 만화를 접고 논술학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여전히 가슴 속에 남아 있었지요.
논술학원도 한 때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이X박 폭탄에 논술도 철퇴를 맞고......
이 참에 죽어도 글판에서 죽겠다고 각오를 합니다.
다시 만화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도전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그 생활이 다시 시작 되었습니다.
힘들었지만 버텼어요.
글판에서 죽자고 버텼어요.
새로운 장르로 떠오른 웹툰에서도 작품을 하기 시작했고요.
덕분에 대작은 없지만 몇 작품 남길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가 된 것도 있고 지금 판권 판 것도 있고요.
(그래봐야 스토리 작가는 돈이 안된다는 ㅠㅠ)
이현세 화백님과 여러 작품을 했습니다.
거장이신지라 고료는 먹고 살만은 했구요.
그런데 저도 나이를 먹어가니 젊은 만화가들과 팀을 구성하기가 점점 힘들어 지더군요.
아무래도 비슷한 세대끼리 하는 게 훨씬 효율이 좋겠지요.
올 봄에 이현세 화백님과 작품 하나를 끝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림작가와 협업을 하기엔 힘든 세대가 되었음을 절감합니다.
그리고 웹소설에 인생 마지막 도전을 시작합니다.
말했지만....
도전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꼬꼬마 고딩 때는 시인을 꿈꿨더랬습니다.
소설도 좋아해 많이 쓰고 읽었고.
그게 웹소설에서는 독이 되더라구요.
이번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쓰고 싶은 글과 독자들이 원하는 글은 틀림없이 거리가 있다는 것도.
문장, 문체, 문법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도요.
자유연재, 일반연재, 작가연재 유입수가 다르다는 것도 몰랐어요.
공모전을 통해 일반연재 승급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습니다.
나를 구원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이니까요!
지금 두 개를 쓰고 있는데
정말정말 외로운 서재입니다.
다녀 가는 분도 몇 없는데 점점 줄어 들기만 하고.
이제 곧 조회수 0을 주르륵 찍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버티려고 합니다.
연재 중단 없이 끝까지 달려보려고 합니다.
(신작도 두어개 구상 중입니다)
‘한 번 가 본 길은 쉽게 간다’
제가 웹툰 멘토로 멘티들한테 하던 말입니다.
이제 그 말을 제 스스로에게 합니다.
몇 개의 작품을 끝까지 달려보면 결국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하나만 갖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데 배운 게 이야기 만들고 글로 쓰는 것이라
인정 받던 못 받던
결국은 제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 길 위에 놓인 고통의 가시는 밟고 지나가 보렵니다.
저보다 인생으로 동료이거나 후배이신 작가님들.
웹소에서 선배이지만 아직도 무명이신 작가님들.
모두 같이 힘내 봅시다!
이 늙은 초짜 신인도 신경통 관절 꾹꾹 놀러 가며 꾸역꾸역 나아가겠습니다.
힘!
빩!
- 래몽래인 총총~
PS. 시간 남으시면 제 작품도 찾아와 흔적 좀 남겨 주세요~
Comment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