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북촌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분지 위에 호수가 있는 시골 마을로 이사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아이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입니다. 그림 속의 호수는 전체의 1/50도 안됩니다. 집에서는 안보이지만 왼쪽 구릉 너머에 엄청나게 큰 호수가 펼쳐져 있습니다.
마을에는 십 여 가구 밖에 없고, 3.7km 떨어진 인근의 학교는 초중고 통합 학교입니다.
각 학년에는 한 반 밖에 없고, 열댓 명 있는 학년도 대여섯 명 있는 학년도 있습니다.
스쿨버스가 집으로 데리러 오고, 방과후엔 집에까지 데려다 줍니다. 중고생 두 아이는 교복도 없고, 아침에는 집에서 8시 25분에 나가고, 오후 다섯 시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야자는 원하는 사람에 한 해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큰아이는 추석 지나고 한 번 생각해보겠답니다.
사방 20 킬로 이내에 PC방 같은 오락시설이나 주점 같은 성인들을 위한 유흥시설이 전혀 없는 곳. 아이들에게 쇠고기라도 사다 먹이려면 25km 정도 떨어진 군 소재지까지 다녀와야 합니다. 심지어는 면 소재지에도 정육점이 없네요. 농협마트 냉동육만 판답니다.... ㅠ
제가 시골로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두 아이 모두 아빠의 이사 계획을 반발 없이 받아들여 주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저 아이들에게 고맙지요 뭐... 다행히 아이들은 더 밝아진 듯합니다. 친구들이 모두 정말로 착하답니다.
서울에서는 글을 읽고 쓰는 것 말고는 다른 재미 거리를 찾지 못했는데, 이곳에서는 다양한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요일 쯤에는 산에 올라 버섯이 있는지 둘러볼 생각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능이와 싸리버섯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골로 이사 가면 마음껏 글을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제가 쓰던 작품에는 아직 눈길이 안가네요. 일단은 마음 가는대로 시골 풍경을 즐기고 아이들 돌보며 지내볼 생각입니다.
동네 주민과는 불가근불가원 이 원칙을 지킬 생각입니다만, 워낙 좋은 분들이어서 겨울에는 마을 회관에서 함께 놀 것 같습니다.
선호작 연재글이 대여섯 개씩 쌓여 있는데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안난다면 모두 지우고 네댓 작품만 남겨 놓을 생각입니다.
오늘도 독자님들은 좋은 작품 만나고 작가님들은 좋은 문장 만나고 모두 좋은 꿈 꾸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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