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진패랑
작품명 : 장랑행로
출판사 : 청어람
장랑행로, 말 그대로 장랑이라는 주인공의 행로가 내용이다.
불가피한 이유로 공동파에 적을 두게 된 주인공이
강한 무공을 익히고 나와서 과거의 인연을 해결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그런 이야기라 하겠다.
자잘한 단점이 다수 있고, 큰 장점이 몇 있었다.
장점이 커서 단점을 대다수 덮어줄 수 있었지만,
그래도 모자란 점이 보인다.
솔직히 장단점을 논하기 이전에 장랑행로는 재밌다.
적어도 쏟아져나오는 장르소설의 홍수 속에서
자기만의 재미를 갖고 있다 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작품중 하나일 것이다.
1권을 잡고, 2권까지 단숨에 다 읽는 소설, 요즘 몇 안된다.
우선 글이 안정적이다.
어디 하나 파탄 없이 부드럽게 잘 흐른다.
무협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거다. 무척 읽기가 편했다.
사실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설정이 자연스레 녹아있고,
무리한 부분이 없으며, 독자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이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요즘 소설 읽다보면 절실히 느낀다.
그리고 인물에 깊이가 있다. 있었다, 적어도 초반에는.
송진자는 장랑행로에서 가장 인상깊은 인물 중 하나다.
공동파의 장문인이었던 그는 사실 장랑에게
그리 잘 해준 것도 아니고, 몰래 무공을 전수해준 것도 아니고 ,
그 흔한 영약 하나 안던져준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서 명문정파의 장문인이
어떤 존재인가를 옅볼 수 있었다.
'장랑이란 캐릭터를 위해 창조된 장문인'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자잘한 단점도 많이 보였다.
장점에 가려서 사실 눈에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거기에 존재하고, 미묘하게 위화감을 준다.
그래서 완전히 몰입할 수가 없었다.
1.
주인공의 성품이 미묘했다.
손을 쓰는 것이 지나치게 잔혹한 것이 아닌가
하는 기분이 자꾸 들었다.
도가에서 자라 노자왈 장자왈 하는 분위기 속에서 컸고,
생명을 중시해야 할 의원의 제자로써 약당에서 거했으며,
어려서부터 제약된 공간 속에서만 자라서
사람은 커녕 닭죽는 것도 잘 못봤을 장랑이다.
명문정파의 제자로써 사마외도에 대한 척결의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것은 좋다. 악도는 철저하게 밟는 것도 좋다.
그렇긴 한데, 이건 뭐 여기서 발목 뽀개고 저기서 단전 뽀개고,
팔목 부러뜨리는 건 젓가락 부러뜨리는 것보다 쉽게 행한다.
2.
무공진전이 지나치게 빠르다.
아니 뭐 -_- 세게 만들겠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러나 기분좋은 리듬을 타다가 갑자기 급박자 타게 되면
얼떨떨한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실질적인 천하제일인인 운마행이 녹림의 도존인가 하는 넘을
천하에 서넛 정도만이 상대할 수 있는 강자라 평한다.
게다가 그 중 한둘만이 정말로 도존을 제압할 수 있다 한다.
근데 우리 위대한 주인공 장랑은 그 킹왕짱 센 도존에게
일시적이나마 우세하게 싸우다가 내공차이로 패한다.
이 나이에 이미 구대문파 장문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무공이다...
3.
운마행은 좀 빨리 나온게 아닌가 싶다.
160세인가 하는 노고수다. 실질적으로 압도적인 천하제일인이다.
이런 녀석이 옆에서 무공 가르쳐주고,
뒷배를 봐주면(적극적이진 않다만)
작품의 긴장이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장랑이 운마행에게 샤방거리는 것도 아니고,
운마행이 장랑에게 전폭적인 지원과 가르침을 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존재 자체가 이미 문제다.
긴장도 50% 하락, 이란 느낌이다.
위에 언급한 무공이 너무 급진전한다는 문제도
사실 운마행 때문이다.
4.
분광일초 전비와의 거래 부분은 좀 납득 안가는 부분이 있다.
전비와 장랑의 뒷거래든, 전비와 표국주 사이의 협상이든.
장랑이 전비에게 거래를 제안했을 때 장랑에게는
매우 추상적인 정보밖에 없었다. 그런데 제안은 극히 구체적이다.
소 뒷걸음에 쥐를 잡았다면 할말은 없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게다가, 거래의 상대는 마적떼다.
더군다나 그중에서도 악랄하기 그지없어서 지옥야차라는 놈이다.
이미 수많은 무고한 이들이 그 전비의 제자놈에게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태연하게 그의 신분은닉을 걸고 뒷거래를 한다.
(그뿐 아니라, 어차피 만날 일 없을테니
상관없을 거라며 책임회피까지 한다)
이 당시 거래에 쓸 정보는 매우 부족했고, 추측 뿐이었다.
전비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수틀리면 생사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정파인으로써 할 만한 거래도 아니다.
어디로 봐도 당시 장랑과 전비의 거래는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5.
전비 팔 한쪽의 양보로 표국과 마적단 사이의 분쟁이
해결되는 장면도 약간은 문제가 있었다.
이것은 설정의 문제다.
작가는 전비의 팔 한짝이 가진 가치가 엄청나서,
토벌을 위해 모인 많은 고수들과 구대문파인들의 체면을 세우고
100명의 인명피해를 대신할 만 하다고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럴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우선 싸우나 안싸우나 전비측 피해로 볼 때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점.
팔을 자르고 물러나든 부하가 없어 물러나든
어쨌든 전비를 격퇴시키는 게 최선이었을 거라는 점,
그리고 이쪽 피해는 엄청났을 거라는 점 등.
문제는 설명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아, 그렇구나 하고 독자가
자연스레 납득할 만한 장면 한 컷 정도는 넣었어야 하는거 아닐까.
6.
막소미와 막소연의 문제.
얘들 둘은 주인공에게 반한다. 그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대단히 갑작스럽고 이유가 없는 듯 느껴지는 게 문제다.
물론 찾아보면 많다. 중요한건 '찾아보면' 많다는 것이고,
달리 말하면 안찾아보면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라는 거다.
게다가 그 반대측의 이유도 대려면 얼마든지 댈 수 있다.
제일 큰 문제는 '독자가 의구심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 아닐까?
그들의 마음이 변화하는 과정을 조금씩 조금씩 단서를 흘려가며
잘 묘사했다면 모두가 납득하고 넘어갔을 터인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그 사실이 문제가 아닐까?
막씨 자매가 주인공에게 반하든 말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설명이 부족하다고 독자들이 느끼는 게 문제다.
적어도 나는, 물론 삭막한 무협에 주인공 옆의 꽃 한두송이 정도는
바라기 때문에 막씨 자매들에게 기대를 걸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호감은 곤혹스러울 정도였다.
'독자의 추리'에 맡겨두지 말고 조금 친절하게 작가가
이끌어나갔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다.
총평을 하자면,
장점은 크고 단점은 지엽적이다.
그러나 단점이 해결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거라 본다.
장랑행로는 1권에서 '수작'이었다.
2권에서는 '범작 이상'이었다.
3권에서는 어떻게 될른지, 두고봐야 할 일이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079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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