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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8 나카브
작성
14.08.21 06:58
조회
3,987

제목 : 리콜렉션

작가 : 이경영

출판사 : 자음과모음


먼저 이 책을 추천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6권으로 끝난다는 점이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1. 리콜렉션은 어떤 이야기? 

디젤펑크 세계관을 기반으로 S 랭커 드래곤 라이더 ‘반 나드람’의 공중활극 및 성장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소설입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소년의 성장 과정이라는 흔한 소재를 다뤘지만, 지상전이 아닌 공중전을 주로 다뤄 나름 차별성 있는 판타지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공중전 자체도 괜찮은 편이었고요. 화끈한 전투씬을 연출하는 중화기들, 드래곤이 사용하는 마법과 같은 스킬로 싸우니까요.  


덕분에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가즈 나이트 외전이 아닌 독립된 이야기로 나왔다 해도 충분히 경쟁력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뭐... 팬들의 요청 때문에 가즈 나이트 주인공들이 등장했단 사연을 듣긴 했지만요. 


다만.... 감상란에다 이 책에 대한 소감을 쓰고 칭찬만 하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점이 꽤나 많았습니다. 그 아쉬운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속이 근질근질할 정도라, 비평글을 써봅니다. 


2. 본론 요약. 구매할 만한가요? 

필력 때문에 거슬리지는 않을 겁니다. 취향에 맞아 떨어진다면 자유롭게 판단하시면 됩니다. 다만 미완결작을 구매하길 꺼려 하는 분이라면, 사지 마세요. 


왜 이런 말을 하냐면, 6권 분량에서 조기 완결을 준비하기라도 하듯 떡밥이란 떡밥은 모두 줄줄줄 설명하는 식으로 회수하고, 마무리 방식도 조기 완결의 왕도를 따랐습니다. 


그러니까... 좀 심하게 말하면  ‘소드 마스터 야마토’처럼 “간다 마왕 이야아아아압! - 지금까지 소드 마스터 야마토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식과 같습니다. 마지막 결전을 앞둔 장면에서 잘라버리고, 바로 에필로그로 넘어가는 식이니까요. 


그나마 후속작이라도 나와주면 다행인데.... 제가 알기론 이거 후속작인 ‘비그리드’는 출판사의 부도로 연재가 끊긴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 본인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잊어달라’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그게 사실이라면 ‘리콜렉션’은 미완의 이야기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되겠죠. 하여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여담으로 작가의 필력 문제로 완결이 급히 난 건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리콜렉션에서 발휘된 필력은 좋은 축에 속한다 봅니다. 뭔가 어른의 사정이 있거나, 아니면 가즈 나이트가 너무 잘 나가서 거기에 집중해야 했거나.... 이렇든 저렇든 제대로 된 완결이 안 났다는 점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이후부터는 다량의 스포일러 주의------------





3. 본격적으로 짚어보는 아쉬운 점들- 전작 캐릭터의 존재감이 너무 짙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아쉬운 점을 말씀드리죠. 일단 저는 가즈 나이트를 읽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전작 캐릭터들의 존재감이 너무 짙었다고 보였습니다. 지크 스나이퍼, 리오 스나이퍼, 그리고 프라이드가 드높은 어느 분까지 통틀어서. 


물론 이들의 등장을 꼭 나쁘다고는 할 수는 없습니다. 해결사 노릇을 해줘서 이야기에 호쾌함을 더해줬고, 주인공의 성장을 도와주는 역할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리콜렉션’이 가즈나이트와는 별개의 이야기로 발전하는 데에는 악영향을 줬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 이유를 들자면 


(1) 지크, 리오가 상당한 지면을 차지하면서 리콜렉션의 오리지널 캐릭터가 활약할 기회가 크게 줄었다.  덤으로 지크와 리오로부터 집중 케어를 받지 못한 조연 드래곤 라이더들의 비중이 크게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마지막에 합류한 로빈)


(2) 본래 ‘피티’라는 히로인을 구하면서 반이 모험길에 나섰는데, 존재감 강한 지크와 리오가 ‘피티’의 보호자 역할을 하면서 ‘피티’가 공기화돼 버렸다. 분명 주인공의 행동 변화에 가장 큰 동기가 돼 준 캐릭터였건만. 


전체 활약상을 10이라고 쳤을 경우, ‘리콜렉션’은 지크가 4를 차지하고 리오가 1, 반이 3, ‘레스베르그’란 드래곤이 1, 나머지가 1을 차지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크가 해결사 노릇에 반의 스승 노릇까지 해버렸으니까요. 


만약 리콜렉션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릴 생각이었다면....  반은 주인공이니 3, 드래곤들은 반의 성장을 돕는 스승 역할 겸 파트너 역할을 해야 하니 2, 히로인 피티, 동생 로라 친구 란츠, 카잔, 로빈에게 1씩  배분했으면 됐을 겁니다. (러브러브한 보이 밋 걸류를 쓴다면 드래곤에게 1, 피티에게 2 배분) 이러면 적절히 주연과 조연이 어우러져 다양한 캐릭터 보는 맛도 봤을 거에요. 


문제는... 작가의 설정 탓에 애초부터 주연과 조연이 어우러질 소설이 되긴 글러먹었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지만요. 



4.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적다 

일단 히로인 피티부터 마음에 걸렸습니다. 지크와 리오가 없었더라도 존재감이 나아지지 않을 법한 캐릭터성을 가져서요. 보이 밋 걸 계통의 캐릭터 중에서 가장 흔해빠진 천연계, 버프계 캐릭터거든요. 얘 중심으로 이야기를 썼다면 정말 흔하고 감흥 없는 보이 밋 걸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둘째, 설정 상 반은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밖에 없도록 돼 있습니다. 소설의 주요 떡밥과 사건들이 반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요. 그러다 보니 로라나 카잔, 로빈과 같은 다른 드래곤 라이더들이 활약하길 기대하기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물론 나머지 드래곤 라이더들에게도 문제가 있지만요. 카잔은 ‘아군이 된 적’ 컨셉인지라 주인공의 성장을 부각하는 희생양이 되기 딱 좋고, 여동생 로라는 지원 공격형 캐릭터라 지원 역할로 머무르기 좋고, 로빈은 햇병아리고 (...)  까딱하면 비중이 나락으로 떨어지기 딱 좋은 유형들을 기똥차게 모아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한 마디로 지크와 리오 때문에 오리지널리티가 떨어지는 소설인데, 정작 지크와 리오를빼면 캐릭터 보는 맛이 확 줄어드는 소설이라는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가장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5. 생각보다 주인공이 끝장을 본 전투가 적어 호쾌한 맛이 떨어진다

잘 살펴보면 주인공이 전력을 다해 적을 쓰러뜨리는 경우가 꽤나 적다는 사실을 알 수있습니다. 상대가 싸움을 포기하거나, 반이 상대를 설득하거나, 반이 고장난 장비를 들고 나간 바람에 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거나 등등. 


그러다 보니 전투 과정은 꽤나 흥미진진한데, 결말이 썩 시원하지 않아서 흥을 만끽할 수가 없더군요. 지상전 대신 공중전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다는 점은 참 마음에 들었는데 아쉽네요. 


여담이지만 반이 ‘피어싱 캐논’(레일건과 유사한 무기)에서 에너지 소드(드래곤 라이더용 검)로 장비를 바꾼 뒤, 공중전이 좀 더 밋밋하게 묘사된 듯한 인상도 받았습니다. 공중전 특유의 재미인 ‘3차원 기동으로 적의 공격이 미치지 않는 사각 지대로 비집고 들어간 뒤 쫓아가서 격추한다’는 묘사보다는, 지상전처럼 검을 맞대고 챙챙 부딪치는 묘사가 늘어난 탓이지요. 


뭐.... 작가님이 가장 멋진 공중전 묘사를 아껴둔 듯한 느낌이 팍팍 들긴 합니다만, 유감스럽게 이 책이 6권으로 마무리되는 바람에 더 좋은 묘사를 볼 수가 없게 됐네요. 



6. 상상할 여지가 없는 마무리 

앞서 언급했지만, 이 책은 막판에 가서 반의 정체나 반을 그렇게 만들어둔 제국의 야심, 배후를 설명조로 확 풀어버립니다. 덕분에 회수되지 않은 떡밥에 대해 궁금해 하는 고통은 없는데.... 대신 너무나 친절한 설명을 들은 탓에 뒷이야기에 대한 ‘호기심’도 싹 사라졌다는 게 흠이죠. 


뭐... 그런 친절한 설명을 ‘진정한 완결을 내지 못할 작품을 읽은 독자들을 위한 배려’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요. 허나 한편으로는 ‘나 이거 완결낼 생각 없으니 말 못한 설정을 다 설명해주겠다’고 작가가 강하게 선언한 듯한 기분도 드는지라... 사람마다 달리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전 후자 쪽의 인상을 받아서 상당히 아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론. 컨셉이 좋아 가즈나이트 외전에 그치긴 아까운 작품. 

하지만 아주 재미있게 읽은 것 치고는 미련이 덜 남는 작품. 가즈 나이트 외전에서 벗어나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다, 이미 작가가 모든 떡밥을 친절히 설명하고 완결내버린 탓에....


필력이 좋아 술술 읽는 재미가 있었는데 아쉽네요. 출간 당시 반응이 더 좋았다면 수작이 나오지 않았을까 홀로 상상하면서 아쉬움을 달랩니다.  



*덧1.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을 소개받았을 적,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저 또한 드래곤 라이더를 소재로 삼은 소설을 구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참조 삼아 읽었는데... 이야, 다행히 공중전 컨셉이 완전히 겹치지는 않았네요. 저는 3차원 기동으로 데드 식스 상황을 유도하는 데에 치중하고 있었거든요. 주요장비도 디젤 펑크류가 아닌 중세식이었고. 


만약 제가 생각하는 공중전 컨셉이 리콜렉션과 100% 일치했다면 엄청 좌절했을 듯 했네요. ^^;; ‘독자’로서 보자면 아쉬운 점이 남는 글이지만, ‘초보 작가’로서 보자면 감탄할 만큼 재미나는 글이라.



*덧2. 일반인들이 공감하기 힘들 거 알지만 그래도 밀덕으로서의 감상을 덧붙이자면... 주인공의 무기를 캐논에서 에너지 소드로 바꾼 건 좋지 않은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독자들의 요구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검 계열 무기를 소설에 등장시키면, ‘두 캐릭터의 검이 어지럽게 얽히는 상황을 표현해 전투의 치열함을 강조하는’ 묘사를 무의식적으로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방을 적당히 얼버무릴 수 있으니 쓰기 쉬우면서, 나름 긴장감을 줄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공중전에서 그런 묘사가 등장하면, 비행 묘사가 단조로워지기 십상이라는 겁니다. 공중전은  적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면서, 적을 자신의 공격 범위에 넣기 위해 입체적이고 화려한 기동 전술을 구사하는 묘미가 있는 전투입니다. 


하지만 검이 등장하면 그냥 제자리 비행하면서 치고 받을 수도 있게 되니, 고급 비행술로 적의 허점을 치는 묘사를 쓰지 않고도 전투를 묘사할 수 있게 되죠. 그래서야 말이 공중전이지 지상전과 다를 게 뭡니까 -_-; 개인적으로 전투씬은 후반보다 초반이 더 나았다고 봅니다. 하긴, 집필 당시에는 참조할만한 자료가 적어 공중전 묘사가 힘들었겠지만... 




Comment ' 2

  • 작성자
    Lv.99 금원
    작성일
    14.08.21 09:56
    No. 1

    가즈나이트 세계관에 질렸다는 점도 무시못하죠. 한 작가가 그렇게 많이 내다보면 아무래도 질리기 마련이죠. 그러면 다른 쪽에서 확 터뜨리는맛이 있어야 하는데 리콜에서는 굉장히 평이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슈퍼노바
    작성일
    14.08.22 20:16
    No. 2

    음.. 이책 15년전쯤에 나온 책으로 아는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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