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그 칠 주야(七 晝夜) http://novel.munpia.com/21797
작가 : 간수
출판사 : 문피아 연재
조금 자극적인 제목을 썼습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현재 5장 중반까지 읽었습니다.)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물음이었기에 제목을 이렇게 정했습니다.
...제목대로 입니다.
고증, 안 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한자 오기(군 편제 최소단위인 오(伍)를 五로 쓴다든가)부터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초나라 최대 곡창이라고 언급한 한중은 진시황 할아버지 대에 이미 진나라에 합병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한 척의 길이를 요즘 기준으로 쓴다든가) 등장하는 병장기나 구사하는 단어, 관작, 고사 전부 오류 투성입니다. 하지만 이 점만으로 실망한 건 아닙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무협소설이고, 자추를 하시며 작가분 스스로도 고증부분에 미흡한 점이 있다는 걸 인정하셨으니까요.
하지만 극 초반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합종군의 진나라 공격에 대해선 분명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목이 합종군의 일익을 이끌고 함곡관을 공격하죠. 이목은 합종군을 지휘한 적이 없습니다. 이목이 합종군을 이끌고 진나라를 공격하는 건 소설 열국지의 설정이고, 일본 만화 킹덤의 설정입니다. 아,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창평군이 갑자기 진군의 총대장이라고요?
창평군은 진군의 총대장이 아닙니다. 하고 싶어도 될 수가 없습니다. 작중에서 창평군은 휘하에 사사로이 천인대를 두고 병사를 부리고 있습니다. 이건 전국시대에 대한 몰이해에서 기반한 오류입니다. 승상이라면(해당 시기에 창평군이 승상이었단 증거도 없습니다만, 기록이 없으면 믿는 사람 마음이라고 이건 넘어가죠.) 당연히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나 제갈량 정도의 실권이 있으리라 짐작하고, 그럼 당연히 휘하에 대장군 좌우장군 만인장 천인장 거느리며 삼군을 지휘하는게 당연하리란 착각 말입니다.(사실 조조나 제갈량도 특수한 경우인게, 조조는 승상 이전에 군 최고 지위인 대장군이었고 제갈량은 북벌의 특수성으로 인한 점이 있고...)
춘추시대까지만 해도 경대부가 전시에 장군직을 겸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전국시대에 이르면 둘 사이의 구분이 엄격해지고 간섭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이 변화는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이행하는 주요 차이점으로 언급할 정도입니다.
창평군이 진군의 총대장으로 합종군을 격퇴하는 건 후일 창평군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만화 킹덤의 설정입니다. 애초에 승상(추정)인 창평군이 군권을 장악할 수는 없습니다. 전국시대의 장군들은 전장에 나서면 왕명도 듣지 않았습니다. 수틀리면 그대로 군대를 이끌고 타국에 망명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 강화된 군권과 행정권을 한 사람에게 내어줄까요? 그것도 당장 합종군 수장이 초나라 왕이고, 실제 실무를 보는 이가 초나라 재상인 춘신군인 상황에서 최대 적국인 초나라 왕족 출신에게요.(실제로 창평군은 후일 고국 초가 멸망할 위기에 처하자 상국까지 올랐던 진을 배신하고 초나라 왕을 칭하며 반란을 일으킵니다.) 이건 사실관계오류이기에 앞서 개연성의 파괴입니다.
이전까지 창평군이 합종군에 맞서 진나라의 총대장이 된다는 이야기는 없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창평군을 최종보스로 점지하고 일부러 부각시키려는 일본 만화 킹덤 이전에는요. 물론 ‘그 칠 주야’의 작가이신 간수님도 킹덤의 작가와 비슷한 생각으로 창평군의 설정을 짜셨을 수는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로요. 하지만 앞선 무고증 세례를 볼 때에는 거기까지 내다보고 잡으신 설정으론 보이지 않습니다.
그밖에도 기병-전차-보병-궁병의 작중 설명과 역할도 만화 킹덤의 냄새가 너무 짙게 납니다. 이건 전형적인 삼국지계열 일본 만화에서 -그리고 그걸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우리나라 장르소설이나 2차창작물등에서- 자주 나오는 오류이니 심증만 두고 넘어가가겠습니다.(진짜 불안한 건 초반 무대인 ‘최’에 만화 킹덤에서처럼 그곳에 있지도 않은 이목이 조군을 이끌고 습격하는 겁니다. 제발 그런 전개만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팬픽인가요? 혹 간수님이 이 글을 보셨다면 답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이야기는 무협이고, 창작의 결과물인 소설이기에 큰 그림에서 보면 창평군의 일화는 작은 설정에 불과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것이고 아무리 스쳐 지나가는 언급이라 해도 특정 작품의 설정을, 특정 작가의 가정을 허락 없이 가져다 쓰는 건 문젭니다. 작은 것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강한 어조로 비평을 해봤습니다.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견에 있어선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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