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저는 제가 보려고 글을 씁니다.

작성자
Lv.59 취룡
작성
13.04.18 01:55
조회
6,308

빈 말이 아니라, 제가 글 쓰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컴퓨터가 맛이 갔습니다. 인터넷, 워드, 동영상 재생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죠. 그래서 중학생 때부터 게임 만들어보겠다며 설정만 짰던 것들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연대기인데, 전 여태까지 그 연대기만 썼습니다.

 

첫 글이 인기가 무척 없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완결을 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끝이 보고 싶다.’였습니다.

 

여태까지 여섯 질을 완결 보았고, 지금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글을 쓰고 있지만 저 목적만은 예전과 같습니다.

아마 연대기 다 쓰면 글을 더 안 쓸 것 같기도 합니다.

 

글쓰기는 이제 거의 십 년이 다 되어가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며 스트레스 해소 수단입니다. 애당초 제가 즐기려고 쓰는 글이고, 그래서 저는 글을 쓸 때 크게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전업 작가를 할 생각도 없고, 딱히 제게 그 정도의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애당초 제가 보는게 목적이기 때문에 제 취향을 그냥 잔뜩 투입합니다. 운이 좋아 출판을 몇 번 했었는데... 그 때마다 제 취향을 죽이고 어떻게 시장을 신경 써 보려다가 이도저도 안되서 말아먹은 뒤로는 그냥 제 마음대로 쓰고 있습니다.

 

없는 시간 쪼개서 글을 쓰기 때문에 빠르게 쓰는 것을 추구했고, 그래서 정말 빨리 쓰는 편입니다.

 

가장 최근에 연재 완결 보았던 글의 경우 통상 15분에 3,000자 속도로 썼습니다.  이 바닥에서 빨리 쓰는 건 딱히 자랑이 아니죠. 그냥 그만큼 손 가는 대로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숙함의 증거일지도 모르지만, 저같은 경우 등장인물들이 저들 멋대로 행동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 장면 같은 것도 깊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큰 줄기와 핵심이 되는 사건 정도는 구상하지만, 나머지는 그냥 등장인물들에게 맡깁니다.

 

가장 최근의 예를 들자면...

 

주인공과 여주인공이 남쪽으로 내려가서 어떤 집단과 차근차근 싸우다가 그 집단의 우두머리를 무너트리는 시놉을 짰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글을 쓸 때 그 분기점에서 갑자기 여주인공이 “미쳤음? 여기서 남쪽으로 가자고? 북쪽으로 가야함” 비슷한 대사를 한 후 그 이유를 설명하더군요. 반박할 수단이 없더군요. 그래서 북쪽으로 갔고, 본래 짜두었던 시놉은 저 먼 우주로 날아갔습니다. 

저런데도 여태까지 별다른 탈 없이 매번 완결 지은 건 좀 신기하네요.

 

뭐... 이런 식으로 쓰니까 빨리 쓰는 거겠죠. 등장인물들이 제가 생각도 못했던 대사를 하는 경우도 왕왕있고요. 

 

저는 연필로 쓸 때랑 키보드로 글 쓸 때랑 문체나 전개가 다소 차이가 납니다. 키보드로 쓸 때는 그야말로 생각을 안하고 손가는대로 쓰는데... 연필로 쓸 때는 그게 안 되니까요.

 

뭔가 이 이야기를 지금 여기다 왜 쓰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진짜 취중한담인가.

 

아무튼 저는 제가 보려고 글을 씁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게 저입니다.

나한테 재미있느냐.

남들한테 재미없어도 저한테만 재미있으면 저는 일단 ok입니다.

 

그냥 문득 생각나서 끄적여 봤습니다. 한담란에 이런식의 글을 적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Comment ' 6

  • 작성자
    Lv.76 ACHT.W
    작성일
    13.04.18 01:59
    No. 1

    힘내세요. 응원드리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독자입니다만 제가 할 수 있는 응원이라도 드릴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멈춰선다
    작성일
    13.04.18 02:01
    No. 2

    바로 아래 이런 글이 올라왔네요!
    저도 취룡님같이 글쓰는 즐거움을 계속해서 가져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세뇨리따
    작성일
    13.04.18 02:04
    No. 3

    저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일
    13.04.18 02:18
    No. 4

    외향적 보수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쓰는 이와 내향적 보수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쓰는 이는 다르니까요. 그래도 내향적에 충실하셨는데 그로 인해 기회가 있었고 또 여전히 자기 글을 좋아하다니, 복 받은 분이시네요. 부러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4.18 20:53
    No. 5

    등장인물들한테 맡기다니;; 대단하시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4.18 20:54
    No. 6

    사실 등장인물이 살아 움직이기는(?) 힘들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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