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순수 소설과 장르 소설

작성자
SereneEye
작성
08.02.14 10:50
조회
396

몇 개월 간 장르소설 읽는 것을 그만두었는데, 무슨 발작이 일어났는지는 몰라도 고3 수험생이 된 지금 갑자기 판타지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특정한 한 소설을 읽었는데, 초반엔 전개가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정말 글이 뒤죽박죽이 되는 것을 저도 알 수 있더군요. 이 소설이 조아라에서는 상당히 인기가 많던 것을 생각해보니, 뜬금없이 '이런 것이 바로 장르 소설의 한계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도 한담으로 어떤 글이 올라왔던 적이 있습니다. 장르 소설이 순수 소설에 비해 소위 꿀릴 것이 없는데, 왜 장르 소설이 전문가들에게 무시받는 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 그냥 '심심하기도' 하고 뭔가 이런 글을 '써보고 싶기도' 해서 조금 끄적여 봅니다.

1. 작가의 전문성.

대부분의 장르 소설 작가들은 소설 집필을 취미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만은, 대개 그렇죠. 여기서 다시 한 번 순수 소설 작가들과 차이가 납니다. 순수 소설 작가들의 작업 환경과 장르 소설 작가들의 작업 환경부터가 다른 것이죠. 애초부터 소설 집필을 직업으로 삼는 이와 부업으로 삼는 이와의 수준은 비교할 만한 대상이 아닙니다.  순수 소설 작가들은 시점, 어조, 작가의 개입 등등 여러 요소들을 모두 도입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잘 표현하려고 합니다. 반면, 대부분의 장르 소설 작가들은 설명과 묘사 위주로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혹은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쉽게 말하면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문성에서 비롯되는 것은 작품의 완성도입니다. '기술'의 부족에 의해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치명적인 경우가 있으니, 바로 '사정'입니다. 흔히들 많은 작가님들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일찍 완결을 낸다.'고 말합니다. 전업과 부업의 차이가 결국 작가들이 자기 작품에 대해 가져야 하는 책임감까지도 무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반드시 작품의 완성도와 연결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많은 장르 소설들이 용두사미의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2. 장르 소설 자체의 한계.

독자들이 장르 소설을 읽는 이유는 재미에 있습니다. 즉, 장르 소설 자체는 재미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 재미란 독서의 즐거움이 아니라 '내가 겪어 보지 못한, 그래서 겪어 보고 싶은 세계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되는 즐거움이겠지요.

어떤 작가들은 이 소설을 쓰면서 '인간의 욕망을 철저히 해부해보고 싶었다.' 내지는 '인간미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했다.'라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는 장르 소설의 인기와 재미에 편승하려는 의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만약, 작가가 뭔가 자신이 표현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었다면, 그는 반드시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글을 써야할 것입니다. 그게 더 호소력이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봅시다. 어떤 무협지에서 누구누구 회의 삼류 무사들이 순박한 마을 사람들을 도륙하고 강간하고 납치하는 장면이 매우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어떤 소설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명품을 위하여 사람까지 죽이는 한 여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판타스틱 개미지옥) 두 사례 모두 인간의 욕망과 비인간성을 그리고 있습니다. 과연 독자들은 어떤 글을 읽고 '정말 인간이 가지는 욕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라는 느낌을 더 잘 받을까요. 당연히 후자입니다. 현대 사회의 모습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전자의 예는 아무리 묘사를 잘 한다한들, 결국에는 무림의 모습일 뿐 우리의 모습은 아닙니다.

뭔가 하나 더 쓸려고 했는데 잘 생각이 안 나는군요.-_-; 쓰다보니 장르 소설을 너무 비하하고 순수 소설은 극찬하는 글이 되어버렸는데,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가 장르 소설에 대해 느끼는 아쉬움이 투영되었다고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결국에 장르 소설이 하나의 진짜 소설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장르 소설 작가분들의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Comment ' 8

  • 작성자
    Lv.72 Milkymoo..
    작성일
    08.02.14 11:12
    No. 1

    저는... 그냥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때 순문학 작가를 꿈꿨던 사람으로서.. 어쩌다 보니 판타지쪽에 빠져서 글을 쓰고는 있지만,
    저는 그런 '장르'(판타지, 무협, SF, 순문학, 추리 등등으로 나누는 의미)가 단지 '도구'에 불과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현재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순문학이었습니다. 플롯도, 스토리시놉도, 설정도 원래는 그랬습니다. 아마 그대로 쭉 밀고 나갔다면 지금의 조금 장난스런(대체 어디가-_-;; 라고 이야기 하신다면 할말은 없지만, 쓰다보니 약간 편한(?), 위트가 조금 들어가더군요;) 글이 아닌 지금보다 몇배는 더 무겁고, 진중한 글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것을 뒤엎고 '판타지'로 만든 것은,
    현대배경의 글보다는, 판타지 쪽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더 쉽겠다.. 라고 생각해서 입니다.

    주제넘고 건방진 이야기이지만,
    저는 다른 글쓰시는 작가분들이, 자신을 한계에 가두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지금 판타지를 쓴다고 해서, 나는 판타지밖에 못쓰는 작가야. 나는 판타지라는 저급한(죄송합니다. 하지만 현재 인식이 이렇죠.) 장르밖에 못쓰는 작가야. 라고 자기자신을 비하하고, 가두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판타지밖에 쓸 수 없어서 판타지를 쓰는 게 아니고,

    내가 현재 쓰고 있는게 판타지라는 장르코드와 맞기 때문에 쓰는 거라고.

    전 항상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제 실력이 미흡하던, 미흡하지 않던 그것과는 상관없이, 장르는 글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르문학을 쓰시는 분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생길 때 그때 장르문학에도 수작이 나오겠지요. 지금도, 꽤나 나오는 분위기이고.

    p.s 자부심과 자만심은 다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지드
    작성일
    08.02.14 11:19
    No. 2

    에.. 순문학과 장르소설이라고 하면 인식의 무게가 틀려지지요.. 그러나 순문학에서도 마음에 차지 않는 글이 나오고 장르문학이라 규정지어지는 글에서도 이것은 작품이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글이 나옵니다. 확실히 두 장르에서 글을 시작하는 작가의 마음가짐의 '평균'이 다른 것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결국 작가본인의 노력에 따라 일회성 글과 작품이 갈리게 될것.. 이 마저도 장단이 다르니, 따로 잘라내 선입견을 갖지 말고 판단했으면 좋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아론다이트
    작성일
    08.02.14 12:06
    No. 3

    인제는 논쟁도 지겨운;;;1人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ether
    작성일
    08.02.14 12:09
    No. 4

    현재 문학에 대해서는 그런 장르적 격차는 거의 무너졌다고 볼수가 있습니다. 순수문학에 대해서 만큼은 여전히 엄격한 잣대를 메기고 있던 스위스 아카데미(그 늙은이들) 조차 도리스 레싱에게 노벨 문학상을 줄 수 밖에 없을 정도 니까요. 장르는 자신의 글을 표현 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레인아이
    작성일
    08.02.14 12:11
    No. 5

    장르문학 소설들은 인기가 없으면 도중에 이야기를 짤라 끝낸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후속권이 안나오는 경우도 많고
    소설 마지막에 얼버무리듯 끝나는 작품도 많이 있습니다.
    (마무리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 대게 이런 작품이죠.)
    저 역시 순수문학하고 판타지 소설하고 몇몇개 사서 보긴 하는데
    기술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별로 받지 않네요.^^;;
    제가 모은 것 중에 가장 잘 샀다고 느꼈던 SKT역시
    어떤 순수문학보다 더 아끼는 작품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엑소더스
    작성일
    08.02.14 13:43
    No. 6

    뭐 이것 저것 따질 필요 없이 개인의 역량에 달린 문제 아닙니까. 장르 소설에서 뛰어난 소설이 나온다면 그만큼 글쓴이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이야깁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는 좀 잔혹한 소리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키루미
    작성일
    08.02.14 15:16
    No. 7

    다른것은 몰라도 우선적으로 "재미" 라는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닌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악플쟁이
    작성일
    08.02.14 16:31
    No. 8

    짦막하게 몇글자적자면...
    1.작가의전문성
    장르문학 작가의 전문성이 순수문학 작가에 비해 떨어진다는말씀은 받아들이기 매우 힘드네요. 그저 전문성을 가진 작가의 '전체적인 비율'이 순수문학작가에 비해 낮을뿐입니다(이에 관한점은 적어갈려면 한도끝도없기에 줄입니다)
    2.장르문학은 흥미위주?
    글쓴분인지 저인지는 모르겠지만 둘중 하나는 소설의 정의를 잘못내리고있는듯합니다. 소설에 '재미' 가 없다면(장르든,순수든) 그건 소설이 아닙니다.
    몇글자 추가합니다. 위에 적은 '재미'는 단순히 '웃기는'것만을 말하는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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