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Etude에 대한 이야기 약간.

작성자
Lv.14 자건
작성
08.01.14 14:14
조회
948

계약한지가 한참 됐는데, 아직 마감을 하지 못했습니다.

회사 일이 바쁜 탓도 조금은 있습니다만 출판사에서 원하시는 분량 안에 제가 생각한 이야기들을 다 쓰는 것이 버거워서 요즘 좀 버둥대는 중입니다.

하지만 거의 마무리가 다 돼가니, 조만간 출간 공지를 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잘못으로 출간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라, 자칫하면 출판사에 누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간 공식적인 말씀은 드리지 않았습니다만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니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도리가 아닐 것 같아 몇자 적어봅니다.

미흡한 글 기다려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며 또한 죄송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煮豆燃豆箕 豆在釜中泣 本是同根生 相煎何太急.

+) “집에 갔었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수경은 제가 고른 캔 커피를 집어들더니 말없이 상원을 따라 나와 편의점 앞에 펼쳐져 있는 파라솔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는 상원이 새 담뱃갑의 비닐 포장을 뜯고 담배 한 가치를 입에 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집이요?”

“응. 딸애 보러.”

아. 수경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조용히 캔 커피를 따서 한 모금을 마셨다. 마치 그의 다음 말을 조용히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자주는 못 보시죠? 아무래도.”

“그렇지.”

상원은 조용히 대꾸했다.

“게다가 애를 누가 키울 건지 하는 문제도 아직 결론이 똑바로 나질 않았고.”

“네?”

수경이 놀라 되물었다.

“설마... 저기, 친권 분쟁 중이시라든가.”

상원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경 또한 알아들었다는 듯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같이 살 때는 눈 마주치면 용돈 한 푼씩 쥐어주고는 애비 노릇 다 했느니 하고 내뻗어 있다가 갈라서고 나서야 애 불러내서 밥 사 먹이고 핸드폰 사주고 하는 게 집사람 눈에 곱게 보일 리는 물론 없겠지. 집사람은 지금도 그래. 애가 저만큼 크는 동안 죽이 끓는지 밥이 넘는지 관심도 없었으면서 이제 와 무슨 낯짝으로 애를 키우겠다고 하느냐고. 뭐, 그런 소리 들어도 할 말이 없겠다 싶은 마음도 아주 없는 건 아냐.”

그는 씁쓸히 고개를 저었다. 술 한 잔 생각이 간절했지만 술을 떠올리자마자 위장 쪽에서 눅신한 거부 반응을 보여 왔다. 술 대신, 아직 뚜껑도 따지 않은 꿀물을 따서 한 모금을 마셨다. 질리도록 단 맛이 난다.

“이러니 저러니 이제 와서 말해 봐야 다 핑계고 변명이지. 같이 살 때 잘했어야지, 갈라서고 난 후에 이런 말 해 봤자.”

“......”

수경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서야 그녀는 매우 조심스럽게 한 마디 했다.

“부장님은, 이혼하신 게 전부 부장님 잘못이라고 생각하세요?”

“글쎄. 내 잘못이 대부분이겠지.”

상원은 조용히 대답했다.

“젊어서 한참 깨가 쏟아질 신혼 때는 날마다 야근하느라고 새벽에나 집에 들어왔고 서른 댓 살 넘고부터는 영업이야 접대야 하느라고 밤도 낮도 없이 술만 먹고 다녔고 주말엔 아랫목 지고 드러누워서 늦잠이나 자는 게 전부였으니까. 김장같은 거 도와주는 건 엄두도 안 내 봤고 쉬는 날 애 데리고 놀이동산 같은 데 가 본 건 손에 꼽을 정도니까. 그런 날을 15년이나 보내고 살았으니 이렇게 살 거면 뭐하러 결혼했나 싶기도 했을 거야.”

“그렇지만.”

수경은 어쩐지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저희 아버지가 늘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외손뼉이 소리 안 난다고요. 그럼 사모님은요? 사모님은 아무 것도 잘못하신 게 없는데, 오로지 부장님 혼자서만 다 잘못하신 거에요? 그래서 이혼씩이나 하신 건가요?”

“그 사람이 무슨 잘못이 있어.”

상원은 쓰게 웃었다.

“그 사람이야 가진 거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나한테 별다른 연애감정도 없이 시집와 가지고 이날 이때까지 고생만 하다가 무덤덤하고 재미없는 남편한테 질려버린 것 말고는 아무 죄도 없지.”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수경의 목소리가 순간 왈칵 커졌다. 상원은 흠짓 놀라 수경을 돌아보았다. 수경은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로 상원을 노려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잘못하셨는데요?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하셨길래 전부 다 부장님 잘못이라고만 하시는데요? 정말 두 분 그렇게 되신 게 전부 부장님만 잘못하신 건가요? 사모님은 눈곱만큼도 잘못하신 거 없는데, 부장님이 다 잘못하셔서 그렇게 되신 거에요? 네?”

“......”

상원은 순간 당황해 수경의 말에 이렇다할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는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수경을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자신이 저지른 짓을 깨달았는지 수경 역시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죄송합니다.”

한참만에야 수경은 짐짓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저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두 분의 결혼 생활이 그렇게 끝난 게, 어째서 전적으로 부장님 잘못이기만 할 수가 있는 건데요? 책임이 있어도 두 분한테 똑같이 있는 거 아닌가요?”

“봤어?”

상원은 씁쓸하게 웃으며 되물었다.

“내가 정말로 잘못한 게 있는지 없는지, 그걸 수경씨가 어떻게 알아?”

“그렇지만...”

“주식 같은 걸 하다가 집 재산을 다 날려먹었을 수도 있지. 술만 한 잔 들어가면 마누라랑 애 때리는 몹쓸 버릇이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조강지처 놔두고 바람을 피웠을지도 모르잖아.”

“그럴 리가 없어요.”

수경은 고집스럽게 대답했다.

“부장님... 그런 사람 아니시잖아요.”

“어떻게 알아? 그런 사람인지 아닌지.”

“그런 분이셨으면.”

수경은 고집스럽게 대답했다.

“제가 월급 못 받아서 방세 못 내고 쩔쩔맬 때, 제 방에 물 들어서 혼자 허둥거릴 때 그렇게나 많이 도와주셨을 리가 없잖아요.”

“그건 모르는 거지.”

상원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사람은 보는 것만으로는 모르는 거야.”

“그렇지만 이사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는데요. 부장님 잘못으로 이혼하신 거 아니라고요. 그리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부장님 이혼씩이나 당하셔야 할 만큼 큰 잘못 하신 적 없으실 거라고.”

거기까지 말해 놓고, 수경은 한참동안이나 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전에 없이 머뭇거리는 그녀의 태도에서, 상원은 이유를 알 수 없는 흔들림을 느꼈다. 어째서, 15년을 함께 살았던 사람도 가져주지 않았던 믿음을 이 여자는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두 분 사이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으셨는지 잘은 모르겠지만요.”

수경은 결연하기까지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는 부장님 믿어요.”

-17장, 건목수생(乾木水生)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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