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었다.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라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사내에게 말했다.
피식-.
입가를 비집고나오는 웃음은 사내의 입가에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자조가 섞인 웃음이 거짓은 아니었다.
대다수의 책들이 외친다.
차원이동의 절정은 꽃다운 10대, 고등학생들의 것이라고.
그러나 그들이 천년만년 10대인가?
그들이 아무런 노력도 없이 얻은, 한 장의 로또와도 같은, ‘드래곤’도 이겨버리는 힘이 천년만년 영원한가?
그들의 인생이- 잘 살고있는 거대한 대륙을 뒤흔든 그들의 등장이- 과연 죽음을 맞이할때까지 행복할까?
아름다운 여인을 옆구리에 끼고, 귀여운 아이들을 품에 안고서?
‘영웅’, ‘신의 대리자’...혹은 ‘황제’의 이름으로?
쯧.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가 어디에 있을까.
사내는 손에 들고있던 책을 미끄러트리듯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씁쓸한 기색을 띄우며 말했다.
“이봐, 그거 아냐? 이런 미친것같은 세상에 12년이나 처박혀있다 보니까 이젠 ‘지구’라는곳이 존재했던 곳인지도 의심스럽다는거.”
사내의 말에는 채 감추지 못한 감정이 녹아있었다.
30살, 이제 슬슬 아저씨를 외치는 몸과 한순간의 화려했던 불길처럼 사그라드는 힘의 잔해를 손에 쥔 채 그의 두 눈은 과거를 헤매고 있었다.
“명예도, 권력도, 힘도, 심지어 이젠 나 자신조차 사라져가는 기분이야-.”
12년.
강산이 변한다는 10여년하고도 2년이 더 흐른 지금 세상에 버려지고, 잊혀지길 원하는 영웅이 다시금 무너져 내렸던 몸을 힘들게 일으키려 한다.
그의 얼굴에는 이제 분노가 깃들어있었다.
순수하게 억울함을 외치는 그의 목소리에는 그를 집어삼킬만한 분노가 있었다.
“빌어먹을 맹약, 빌어먹을 약속-. 내가 살던 세계에서 그딴게 얼마나 가치가 없었는지 알아?!”
마치 자비를 구하듯 두 손을 허공으로 뻗으며 외치는 그의 모습에 거대한 세계가 발버둥치는 영웅을 내려다보며 조소했다-.
[과연 영웅은 영원한 존재인가?]
그 순수한 의문으로 시작한- 18살에 차원이동을 해 기적적으로 대륙을 재패한, 그러나 지금은 30살의 버려진 영웅일 뿐인 강민에 대한 이야기.
[과연 영웅은 영원한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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