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98 몽중정원
작성
15.11.07 03:28
조회
759

요즘은 현대판타지가 유행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장르가 맞질 않아서 회귀, 빙의, 기연 등의 소재가 없는 무협, 판타지 작품들을 들여다 보던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여 추천글을 써봅니다.

(이 글은 작품 내용과 떡밥 등을 위해 일부 내용을 틀리게 작성했습니다.)

작품 링크: http://novel.munpia.com/908


인연살해는 제목만 보면 무슨 얘기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소개글도 ‘신화시대의 끝자락’이라는 말만 있죠.

일단 기본적인 내용을 설명하자면 북부의 전사이자 상인 겸 수적 겸 용병인 ‘미친 빌’과 그가 이끄는 부하들의 이야기입니다. 초월자나 신화적인 존재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신화시대는 끝나버린 세상에서 냉병기와 화약으로 무장한 인간들의 이야기죠.

초월자나 신화적 존재가 있는데도 신화시대가 끝났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실 수도 있지만, 일단 이 부분에 대한 풀이는 작품을 읽으시는 게 더 재미있기 때문에 궁금하신 분들은 작품을 읽어주시길^^


1부는 빌이 복수권자와 피복수권자의 관계에 얽히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빌이 피복수권자이죠. 때문에 빌은 복수를 피하려고 골몰합니다.

이 작품이 ‘신화시대의 끝자락’에 있다는 소개글이 중요한 건 3부부터 시작되는 본편의 이야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 신화시대로 되돌아가려는 자들이 있는 것이죠.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빌이 신화시대로 되돌리려는 자들을 막으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빌은 그 자신의 목적이 있고 이 신화시대 부분은 딱히 관계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죠. 신화시대가 되든 안 되는 좋다라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가 주요인물 중 하나로 엮일 이유가 없었다는 의미에서요.

그러나 빌은 신화시대의 잔재나 그들과 관련 있는 인물들과 그런대로 가까운 인물 중 하나였고 의도치 않게 이 사건에 대해 가장 잘 알게 되는 입장에 처하게 되면서 빌 자신의 목적 달성 외에도 안 거들래야 안 거들 수 없는 중요한 일에 관여하게 되어버린 것이죠.



이 작품의 개성적인 설정들은 좀 더 아래에서 얘기합니다만 제가 이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는 설정 보단 다른 부분에 있습니다.

일단 작품 분위기가 독특합니다. (아래에 쓸 설정 부분에 부가적인 요소들의 설명이 있겠지만) 이 작품을 읽다보면 왠지 바이킹을 주인공으로한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듭니다. 주인공이 상인과 비슷한 활동을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야기 내에선 거의 수적 겸 용병이기 때문에 내용도 어둡다고 하긴 뭣해도 어딘가 지저분하고 난폭한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실제로 주인공과 그의 부하들 간의 관계도 기본적으로 전우이자 친구이긴 하지만 동시에 단순한 계약 관계라는 (서로 능동적으로 배신할 것은 아니나) 은근히 드라이(dry)한 느낌이 있습니다.


또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좋습니다. 이 작품은 여러 개의 ‘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각 부는 ‘서막’으로 시작해 ‘종막’으로 끝나는, 일본의 라노벨처럼 큰 이야기 자체는 이어지되 각각의 책은 그 자체의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분량도 대충 한 부 당 한 권 정도라고 할 수 있고요.

그리고 소위 설정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은 각 부에 필요한만큼만 언급되고 그렇게 전체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필요한만큼만 추가적으로 풀리기 때문에 괜한 설정 놀음이 없어 작가 분이 이야기를 쓰는데 긴 시간 생각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짧아도 1주일에 한 편 정도만 연재되었더군요. 요즘엔 거의 3~5주 정도에 한 편 정도 연재되었고요. 물론 이건 작가 분의 생활 때문입니다만 그렇게 연재가 느려지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작품을 어떻게 쓸지 고민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작품 제목인 ‘인연살해’ 조차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상태로 읽기 시작하지만 1부에서 이를 알 수 있는 등, 기본적인 작품 파악과 주인공 파악에 필요한 요소들이 1부에서 모두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떡밥이나 설정에 대한 요소가 잘 관리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임의 신’이라든가 ‘뉴 월드’ 같은 ~~특정 작품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 그냥 즉석으로 만들어낸 이름입니다~~ 작품의 개요가 파악 가능한 제목이 아닌 어디까지나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제목의 작품에 한해서 말입니다.)


이러한 구성 덕분에 작품 전체의 느낌과 기본적인 등장인물들에게 친숙해지기 위한 내용이라는 느낌이 있는 1, 2부를 제외한 3부 이후의 내용에선 이쯤이면 전체적인 스토리의 기승전결 중 대충 어느 쯤인지 알 것 같다는 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물론 3부를 다 읽고 나서야 3부가 본편 시작이라는 걸 깨닫는다는 점에서 3부를 읽는 중에는 딱히 기승전결에 대한 감이 잡히진 않습니다만.)

주인공의 목표나 기본적인 활동 방향을 알면서도 정작 이야기가 얼마나 진행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여러 작품들과 달리, 인연살해는 실제 분량이 얼마나 남았냐는 둘째치고 이 정도 내용이면 (후일 내용이 늘어지거나 이야기가 꼬이지 않는한) 대충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된 건지 느껴진다는 점에서 구성이 잘된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설정 부분:

일단 주인공 미친 빌은 젊은이가 아닙니다. 이미 다 큰 아들이 있고 (단순히 성인으로 인정 받는 나이라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집 뛰쳐나온지 오래된 성인입니다) 빌은 노병이라고 몇 차례나 언급됩니다.

빌은 그 경험만큼 노련하고 그의 유명세(또는 악명)만큼만 뛰어난 전사입니다. 최고의 현자나 최고의 전사가 아닌만큼 막무가내로 문제를 부수고 나갈 수도 없으며 혼자서 모든 문제를 풀어버릴 수도 없는, 능력만 보자면 그냥 인간일 뿐입니다. 덕분에 부하나 주변 등장인물들도 상당한 개성과 의미를 지니고 있는 좋은 구도를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능력에 제한이 있는 주인공이라면 어떠한 성장을 바라실 지도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론 빌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완성된 주인공이기 때문에 승산이 없는 상대에게서 도망치고 승산이 있는 적을 상대로는 싸우는 종류의 주인공입니다.

(주의: 이야기가 ‘부’로 나뉜만큼 한 문제를 질질 끌지도 않고 빌과 그의 동료/부하들의 노련함으로 생각치 못한 해결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통쾌함을 바라시는 분들에겐 답답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 작품에선 여자 등장인물들이 매우 개성적입니다. 캐릭터성이 강하다는 말이 아니라 모두 자신의 목적이 있고, 능동적이며,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잠시 쉬거나 풀릴 때는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입니다.

그로 인해 딱히 귀염성이 있다거나 인기가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바이킹이나 그들이 활동한 시대가 모티프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여자 등장인물들의 중요성이나 비중이 남자들에 뒤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여자들이 적지 않은 포지션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외 남자 등장인물들도 각자 개성이 있기 때문에 재미있습니다.

(장르소설 중엔 여자 등장인물은 아군이든 적이든 입체적인 반면, 남자 등장인물은 아군이면 착한 개념인, 적이면 이기적이거나 오만한 사람으로 이분되는 작품이 은근히 적지 않죠.)

(주의: 여자들이 주인공한테 들러붙어 먹거나 민폐를 끼치는 유형의 인물들이 아니지만 그녀들의 목적과 개성은 주인공 빌의 성격이나 경험과 맞지 않는 부분이 더러 있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선 흔히 나오는 고블린, 오크, 오우거, 트롤, 엘프, 드워프 등이 나오지 않습니다.

작가 님은 한 때 이중 일부를 넣는 것도 생각한 적이 있지만 이야기를 구상하고 연재하기 시작한 후에야 그런 생각을 한 거라서 따로 이런 판타지 몬스터나 이종족에 대한 떡밥을 놓치 않았기 때문에 그냥 포기했다고 합니다.

작품에서 나오는 인외의 존재는 있습니다만 이들은 이 작품 고유의 것이나 적어도 흔히 볼 수 있는 이름 있는 괴물들은 아닙니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괴물들이 자주 사용되는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이 다양한 괴물들을 잡거나 교류하는 몬스터 헌터 부류이기 때문입니다만 해당 작품 세계관엔 그런 직종이 가능할 정도로 인외의 존재가 많거나 다양한 것 같지도 않고 미친 빌 본인도 그러한 일은 하는 자가 아니기에 작품 고유의 괴물들이라고는 하지만 설명에 분량이 잡아먹히는 설정 놀음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법은 신비입니다.

일반인도 낮은 수준(예> 3서클)으로 읶힐 수 있다든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구입하고 배울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닌 신비의 일종으로 나옵니다. 돈을 주고 마법사의 환심을 사거나 협력을 구할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돈으로 마법 자체를 살 수는 없는 것이죠. 실제로 작중에 자주 나오는 마법도 유명한 파이어볼이 같은 공격 마법이 아닌 신비하고 기괴한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파이어볼 같은 것이 없다기 보단 작품 내용 상으로도 작중 세계의 사회관으로도 그런 개인 단위의 공격 마법을 쓸 일이 없다는 것이 좀 더 적절한 설명 같습니다.)

물론 마법 스크롤 같은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거의 설정의 일종으로 주인공 미친 빌이 활동하는 북부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인지라 90화까지 연재된 현재에도 단 한 번밖에 나온 적이 없습니다.



쓰다보니 말이 정말 길어졌군요. 하지만 요즘 대세의 현대판타지가 아니더라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작품이기에 추천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연재가 느리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이게 유료 작품인 것도 아니고 구성이 잘 되어 있어서 현재 끝나지 않은 6부는 읽지 않고 5부까지만 읽고 기다린다고 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흔히 사용되는 설정들에 지치신 분들께 한 번 읽어보실 것을 권해봅니다.^^


작품 링크: http://novel.munpia.com/908


Comment ' 7

  • 작성자
    Lv.50 한혈
    작성일
    15.11.07 03:47
    No. 1

    오오... 멋진 작가의 멋진 작품에는 멋진 독자들과 먼진 팬이 있는 게 당연한가 봅니다(저도 그래요..^^)

    선작해서 들어갔다가, 좀 준비해서 다시가자고 기다린 게 벌써 두 달이 되어 가네요. 가긴 가야 하는데...

    아직 몇 화 보지 않았지만, 독자의 수준을 높여주는 명작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명작이 베스트작이 되는 건 분명 이상적이겠지만.. 그런 날이 올 지 기다려 봅니다.

    나와라, 추강!!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zacks
    작성일
    15.11.07 06:06
    No. 2

    추강.
    추천란에 올리시면 좀 더 많은 분이 볼텐데. 여기는 조회수가 무척 적어서리...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8 몽중정원
    작성일
    15.11.07 07:33
    No. 3

    연재한담의 추천글을 말씀하시는 것 같지는 않군요.
    댓글 보고 난 후에야 독자마당에 추천하기라는 게 따로 있는 걸 이제야 알았네요.
    조금 얍삽한 것 같기도 하지만 공들여 쓴 추천글이니 독자마당의 추천하기에 복붙해도 괜찮겠죠?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4 palmaris
    작성일
    15.11.07 09:32
    No. 4

    선작하고는 아껴 읽어야지 생각했던 작품이네요.
    저도 추천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와따꼴라
    작성일
    15.11.07 10:10
    No. 5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지는 글이죠.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이엠
    작성일
    15.11.07 14:17
    No. 6

    멋진 글이죠. 연재주기가 좀 길어서 묵혀두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오타의제왕
    작성일
    15.11.08 02:23
    No. 7

    재미있긴한데 월간지라 ㅡㅅ;;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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