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4 코나투스
작성
12.11.10 18:35
조회
3,078

이 글은 밑에 이슈가 되고 있는 몇 몇 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장르 소설이라는 분야는 확실히 상업적인 부분을 놓을 수 없고 그러면서도 보통 '문학 소설'이라고 불리는 소설들에 준하는 작품성을 원하는 분도 많은 굉장히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판타지 소설의 계보에 대해서 잘은 모릅니다만 이러한 역할에는 이영도 씨와 같은 풍의 소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향이 꽤 크다고 생각합니다.

즉,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런 분들은 양산형 판타지 소설들에 대해 굉장히 불만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왜 남자 주인공의 근처에는 도대체 영문을 알 수도 없이 눈에 하트가 씌워진 여자 인물들이 많은가. 왜 대부분의 악당들은 주인공을 얕보다가 주인공의 진정한 능력에 당하는가. 주인공은 언제나 기연의 주인공인가.

물론 모든 양산형 판타지 소설이 이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가 읽어본 소설은 전체로 보자면 굉장히 적은 양일테니까요. 하지만 대다수의 소설이 이러한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상업성과 작품성이 병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거나, 작품성을 굉장히 높게 보는 사람들은 이러한 기류를 쉽고 상업적이며 옳지 않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장하며, 전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유행은 희석되지 않고 오히려 계속 늘어만가는겁니다. 양산형 판타지 소설은 출판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결국 독자의 비판의식은 좀 더 강하게, 텍스트 외부로 뛰쳐나오게 됩니다. 글의 작가에게 '왜 너는 이렇게 쓰느냐?' '이게 현실적으로 말이 되느냐?' '너는 사회생활을 해보거나 연구를 철저히 하지도 않고 이런 글을 쓰느냐?' 라는 질타를 던지게 됩니다.

하지만, 글을 봤을 때 충분히 상업적이라고 느껴지는 (여기서 상업적이라는 건 투자 대비 효율이 높은 글을 지칭하겠습니다) 글은 애초에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글입니다. 그런 글을 가져다 놓고 너는 왜 현실적이지 못하냐고 물어보는 건 조금 번지수가 다르다는 겁니다. 작가가 이미 상업적인 부분에 치중했다면 그 글에선 상업적인 완성도를 가지고 비판해야하지 갑자기 작품성을 들먹이면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 논쟁은 소모적으로 변한다는 것이지요.

또한 텍스트가 아니라 텍스트의 작가에게 넘어가기 시작한 일부 비판들의 모양새도 결코 어울리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여자 인물들이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남자 주인공과의 섬씽이 많은 글을 설명하며

'이건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는 거다. 실제로 이렇게 사귀어 본 사람 있냐? 여자는 뭐가 좋아서 주인공만 좋아하나? 글쓴 사람은 연애 한 번도 안 해 봐서 그런가보다. 사회 경험이 부족하다.' 라는 비평과

'다수의 여자 인물을 등장 시켜 현실성이나 개연성에 대해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기 전에 이미 캐릭터 위주의 소설로써 텍스트 존재의 의미를 완성 시켜버렸다. 육체미에 의존하는 근세적인 형태로 가부장적인 남성상의 잔상이다.' 라는 비평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글을 쓴 작가를 비판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텍스트를 비판하는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글을 보며 글을 쓴 작가의 의도가 올바른지 그렇지 않은지가 아닌 글의 의미를 분석하고 그것이 잘 이루어지는지 그렇지 않은지 분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철학자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이라는 걸작을 내면서 텍스트는 해석하는 자의 것이라는 해석을 만들어냅니다. 텍스트에 작가의 의도는 불필요하고 오직 해석하는 자에 의해서 재구성된다는 이야기지요. 물론 텍스트를 온전히 곡해하는 관중의 의도를 존중해야 되는지 반발하는 철학자도 있습니다만.(질 들뢰즈일겁니다. 아마도...) 텍스트에 해석하는 자의 입김이 굉장히 강해진 건 사실입니다. 이런 비평의 풍토에서 글의 내용이 떨어진다고 작가를 비판하는 모습은 결코 시대에 맞게 흘러가는 모습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나는 시대에 뒤떨어져서 갈건데요? 라는 말은 좋은 판단이 아닙니다. 이건 유행이 아니라 보다 진보한 형태의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작가 비판을 지속하고 싶다면 최소한 자신만의 철학적인 의미를 담아둔 채로 하셔야 할겁니다.) 글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고 그 텍스트 자체를 비판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할 게 아니라 그런 비현실적인 텍스트가 만약 마술적 리얼리즘과 연관이 되어 있다면 칭찬해줄만한 일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양산형 판타지 소설이 마술적 리얼리즘을 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럴때는 이러이러해서 이런 경향을 보이지만 이러이러한 부분에서 의도했다고 하긴 힘들다. 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을 내는 것이죠. 이렇게 해석해도 될만큼 텍스트에 대한 독자의 영향력이 강해졌다는 겁니다.

한담에 올라온 몇 편의 글을 읽으면서 '글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어감이나 표현이 과격하다'라는 류의 댓글을 봅니다. 물론 올바른 에티켓의 측면에서 중요하지만 제가 본 그 글들은 이분법적인 논리를 가지고 주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실적이여야 되냐? 현실적이지 않아도 되냐? 영문과 한문의 혼용이 올바르냐 올바르지 않느냐? 양산형 판타지의 요소들을 지양해야 되냐 그렇지 않느냐?

이런 부분은 글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그 효과가 다릅니다. 그런 주제를 가지고 한담에서 텍스트 없이 논하면 분명 소모적이고 결론이 나지 않을 논쟁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글을 읽고 본능적으로 논쟁이 길어질 것 같다는 예감에 글마다 조심스러워 하는 부분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다른 커뮤니티라면 이미 폭발했겠죠.

보통 이런 걸 '떡밥'이라고 많이 부릅니다만, 대부분의 '떡밥'들이 이런 식의 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 의견과 다른 의견은 타협없이 날이 설 수 밖에 없도록 주제가 주어졌기 때문에 설득 당한다는 건 내 의견을 완전히 버린 채 상대에게 진다는 뉘양스를 풍기며 더군다나 온라인이라는 익명성의 공간에서 상대의 글을 읽고 설득 당하는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경우 거의 없습니다. 글을 올린 분들도 읽으시는 분들도 내 생각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전에 이 주제 자체가 올바른 주제인지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문학을 배우는 사람으로써 이런 커뮤니티가 있다는 건 굉장히 즐겁습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글에 관한 주제들이 올라오고 자연스럽게 논해지고 있거든요. 요즘은 대학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드문데 반해서 신기할 정도입니다. 마무리 하기가 애매하군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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