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에서 ‘신의 노래‘ 추천한 걸 보았습니다.
댓글에서 주소를 보고 습관처럼 따라 들어갔다가 아주 제대로 꽂혔네요.
5월1일에 가입한 새내기가 이런 멋진 글을 추천하는(그것도 인상평으로) 것이 누가 되지나 않을 지, 좋을 글에 대한 추천은 명망있는 고참 회원의 추천을 받아야 할 것 같기도...
태어나자마자 초유 한 번 못 빨고 고아원에 버려진 아이, 신으로부터 특이한 귀를 받았고 소리의 아름다움을 어릴 때부터 감각하며 자신의 안에 녹여 그 무엇으로도 터뜨려낼 수 있는 아이. 천재 음악가의 이야기입니다. 얼핏 영화 '어거스트 러쉬' 스타일인가 싶지만, 그건 아닙니다. 영화의 그것처럼 고통과 감동을 강제하지 않고, 장르문학의 전형처럼 천재라는 판타지를 통해 독자의 만족감을 가장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작가는 의식적으로 쉬운 언어를 골라 씁니다. 일상의 언어들을 절제하여 문학의 틀 위에 배열하면서 능청스럽게, 어때? 하고 묻습니다. 독자는 사실 어땠는지 되짚어 볼 수도 없습니다. 완전히 몰입되었기 때문이죠. 연재된 글을 모두 다 읽어야만 비로소 작품에 대해, 혹은 작가에 대해 생각해 볼 틈을 갖습니다. 그만큼 몰입을 강제합니다. 무협지에 가끔 나오는 미혼약이나 음약 같은...
전 하모니카를 좀 다룹니다. 하모니카를 잘 분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웃죠. 기타도 잘 친다고 하면 어? 하며 반응을 보입니다. 플루트나 피아노까지 잘 연주한다고 하면 전혀 다른 눈으로 저를 보겠지만, 피아오는 뭐... 그러니까 우리들은 그냥 범인인 거죠. 하모니카,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우린 알게 모르게 악기의 등급으로 재능을 재단합니다. 작가는 그걸 깨뜨립니다. 철저하리만치 현학적인 어휘나 미사여구, 복잡한 문장을 쓰지 않습니다. 그것마저도 독자의 호흡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주 대단한 작법 하나를 산경님으로부터 배웠습니다.
모짜르트가 한시간 전에 처음 배운 하모니커를 당신에게 들려줍니다. 아마 사람들은 놀랄 겁니다. 연주 기법 때문이 아니죠. 모짜르트는 하모니커에도 마음을 담고 오케스트라 못지 않은 전달력을 선보입니다. 우리들은 그의 하모니커를 듣는 순간 무언가에 강제되겠죠. 이 글 '신의 노래'가 그렇습니다. 하모니커처럼 가장 쉬운 언어와 4/4박자 발라드같은 예측 가능한 스토리로 독자를 이끕니다. 그럼에도 독자는 작가의 재능을 재단하지 못할 겁니다. 작가가 워낙 철저하게 배열했기 때문에 독자는 작가가 원하는 위치에 발을 딛어 한 걸음 나아가고, 작가가 원했던 지점에서 숨을 쉽니다. 길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숨조차 내 뜻대로 쉴 수 없습니다. 독자는 오늘자 38회까지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내 걸음 내 호흡을 찾을 수 있습니다.
흡입력, 장악력. 작가는 참 부러운 재능을 가졌습니다. 장르문학 혹은 라이트 노벨의 이정표가 되어 길을 제시해 줍니다.
저는 산경님의 '신의 노래'가 유료화 되지 않기를, 대신 문피아가 이 작가에게 높은 수준의 고료를 제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문피아의 떨어진 격을 세워줄 작품이고, 문피아의 미래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작가 산경님에게 고맙고, 가난한 추천글이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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