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좌백
작품명 : 비적유성탄
출판사 :
비적유성탄을 획으로하여 한국의 무협은 새로운 경계를 맞이할 것 같다.
이 책은 한국무협소설상 드물게 제대로 작품성있는 책이다.
-물론 위의 말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단편적인 이야기이기에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리라 여긴다. 그리고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무협소설이 훨씬 많기에..-
돌멩이로 천하의 절정고수를 암살하여 이름을 날리게 된 비적유성탄, 그는 기존의
무협이 바라는 명예와 여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강함에 대한 추구를 철저히 외면하는, 기성 무협의 관점으로 보자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인물이다.
비적유성탄, 그는 열정적인 젊은 무도인이 아니라, 죽은 마음을 지닌 방관자다.
그렇기에 비적유성탄은 왕필(王必)이라 이름으로 자신을 급조해도 아무 문제가 없
다. 능동적인 주인공이 아닌 수동적인 관찰자 입장이기에.
그를 통해 좌백은 오늘을 이야기한다. 아주 명쾌하고 직설적으로 무협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중국 시를 인용하거나, 중국식 명칭을 사용하여 그럴듯함에 치중하기 보단, 엄밀한
고증과 방대한 지식을 기본으로 하지만 적절한 국어사용으로 독자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만약 철저한 고증으로 무협소설을 쓴다면 우리는 대화 한 줄, 지문 하나를 읽기 위해 몇 페이지에 달하는 주를 보며 머리를 싸매는 수고를 해야 할 것이다.
좌백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글을 쓴다고 하는데, 이는 독자의 즐거움과 연결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적어도 비적유성탄에서는 기존의 무협과는
다른 산뜻하면서도 순수한 맛을 오랜만에 느꼈다.
이는 분명 100점짜리 김용의 소설과는 다른 100점짜리 좌백의 글이 탄생했음을
선언하는 작품이라고 본다.
아직까지 이렇게 소설로써 완벽한 무협소설은 김용을 제외하곤 본적이 없다.
-물론 아직 안 본 것이 더 많지만.-_-;; -
대도오에서 시작된 독창성이 점점 발전하여 이제는 좌백만의 글이 완성된 듯하다.
무협의 세계에 많은 잘 읽히는 작가들이 있고, 광팬들을 몰고다니는 작가들이 있다.
좌백은 위 두 가지에 모두 해당하는 작가이다. 그 이외에도 몇몇 있지만, 좌백만
이야기하기로 하자.
그가 혈기린외전을 기점으로, 아니 본래부터인지 몰라도, 방향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비적유성탄에서는 더욱 확연히..
무협의 세계에 발 담그고 있으면서 그 지향하는 바는 순수인 것 같다.
술술 잘 읽히면서 거침없다. 어디 끊어지거나 어색한데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그러나 쉽게 건너뛰고 읽지 못한다. 문체에, 흐름에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생각을 하게 한다. 왕필의 삶과 다른 주인공들의 삶에 대해..
특히 마무리가 아주 자연스럽다. 무협소설에서 보기 어려운 그럴듯함이-현실과 닮은- 아주 그만이다. 이는 언제 마쳐야 할지 아는 작가의 큰 미덕이다.
처음 책을 뽑아 들면서 느낀 왠지 모를 경외감은 읽으면서 자연스레 재미로 바뀌었다. 아마 많은 독자들이 좌백의 글을 흘끗 보고는 일반 문학서 같기에 읽지 않을 듯하다. 특히 혈기린 외전과 비적유성탄 -무협이 주는 스피드 감이 떨어질 것 같기에.- 하지만 책장을 계속 넘기면서 "필"이 꽂힐 것이다. 잘 선택했다는...
왜냐고? ^^ 재미있으니까.^^
그럼 여러분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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