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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광인
작성
08.08.07 04:01
조회
2,447

작가명 : 성상영(골렘)

작품명 : 테페른의 영주

출판사 : 마루출판사

(편의상 평어로 하겠습니다.)

테페른의 영주가 11권으로 완결난지도 석달이 지나가고 있다. 테페른의 영주를 접한 것은 작년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성상영님의 작품을 좋아하기에 성상영님이 낸 작품들은 즐겁게 읽는 편이다. 그러나 그분의 책을 2~3종 읽는다면 그 내용과 형식이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세계의 이념(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테페른의 영주의 배경은 요즘 판타지 소설이 그렇듯, 중세암흑기를 시대배경으로 하고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왕이 최고 권력자이며, 그 밑으로 공후백자남의 귀족들이 있다. 테페른의 영주의 주인공 페인 테페른은 남작으로 최하위 귀족에 속해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페인 테페른이 죽음을 통해 전생의 기억을 각성하면서 시작된다.

페인 테페른이 점차 강해지면서 그는 대의를 추구하게 된다. 작가는 '대의'라는 이름하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집어 넣는다.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이다. 페인 테페른은 그 두 이념을 위해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다. 그러한 과정에서 성상영 작가님 특유의 광대한 세계의 충돌이 발생한다. 인간과 초월자, 뱀파이어, 드래곤, 심지어 신까지 등장해서 페인 테페른이 만든 혼돈속으로 말려든다.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그는 그의 대의를 성취하고 사라진다.

그러나 과연 작가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말하려 했는가?

적어도 중등교육과정을 마쳤다면, 근대사의 흐름은 대충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근대 민주주의의 시발점이된 서양의 제국(諸國)들은 어떤 과정을 거쳤던가? 그리고 그들이 피흘려 얻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가? 지식인만이 아닌, 경제적 하층민에게까지 민주주의라는 이념이 녹아들기까지 2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한국에서 조차 끊임없이 독재와 싸워 얻은 민주주의가 정착한지 20년이 넘지 않았다.

그렇다면 작품속에서는 어떠했을까? 그 세계는 페인이라는 선구자 아래에서  너무나 이른 시간만에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페인이 최고 지도자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민중이 선득 '자신이 자신의 주인이다'를 인식할 수 있을까? 그리고  후일 페인이 사라진다면 민주주의가 중우정치화 해서 히틀러와 같은 새로운 독재자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작가는 그러한 가능성을 닫아둔 채, 무사히 민주주의가 정착되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민(民)이 주인(主人)됨이다. 선구자가 그 이념을 제시하고, 사회 현상이 그것을 지지하면서 서서히 한 제도가 정착되는 것이다. 작품속에서 과연 그 세계의 민(民)들은 민주주의에 동의했는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성상영님의 작품들은 독자로부터 한가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과연 정치체제에서 민주주의는 최고의 제도인가? 그리고 주인공들이 만드는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인 것인가? 테페른의 영주는 그 의문을 더욱 강하게 이끈다. 페인의 행동은 대의의 내용을 떠나서 본다면 독선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며, 어쩌면 엘리트 주의의 또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러한 의문을 독자로부터 떠올리게 했다면...하고 조심스레 의문을 가져본다. 그렇다면,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어떤 절대적 지도자가 경제나 정치를 바로잡아주길 원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일 것이다. 박정희를 거쳐온 세대가 그렇듯, 경제가 힘들어질때면 그를 그리워 한다. 심지어 전두환 대통령의 시대를 그리워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러한 독재라 이름지어진 지도자들이 이끌어온 결과는 어떠했는가? 긍정적인 면이 있을지언정, 그것은 반드시 부작용을 가져왔다. 그들의 뒷면에 숨어있는 갖은 비리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의 목적은 정의에 걸맞았다. 그렇다면 페인 테페른의 '대의'는 분명 정의롭다. 다수의 행복을 위한 체제. 그러나 그 과정은 페인, 그만의 독선으로 이루어진다. 소설이기에 '세계는 행복하게 되었습니다.'로 끝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페인은 경제체제를 자본주의로 이끌고자 한다. 작가의 여러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 결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분리해서 서술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관계는 필연적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페인이 대의에 따라 세운 국가의 경제는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한다. 공산주의에 대한 가능성은 생각지도 않는다. 자본주의만이 경쟁을 가속화시키며 모든 발전의 근원이라며 자본주의를 예찬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한국이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세뇌시킨 '경제체제는 자본주의가 최선이다'라는 말은 진리가 아니다. 자본주의는 자멸해가는 경제체제며, 반드시 그 이면에는 인간의 희생을 요구한다. 그것은 분명 페인 테페른이 말하는 다수의 행복이라는 정의에 합치되지 않는다. 소설속에서 표현했듯이 페인의 국가가 얻은 부의 이면에는 페인이 없는 국가의 다수 국민들의 희생이 있었다. 페인이 주장한 정의는 세계적으로 본다면 소수의 자국민을 위해 나머지 다수를 희생시켜버린다. 이는 필연적으로 모순을 부른다. 수천수만의 생을 거쳤다는 페인에게서 어떻게 이러한 경제체제가 최선이라는 말을 할 수는가? 그리고 소수의 행복을 위해 다수의 행복을 말살해 버리는 이러한 체제가 어떻게 정의일 수 있는가하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러한 것은 망상일지도 모른다. 판타지 속의 판타지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세계는 '마법'이라는 기적을 통해 지구와 다른 결론에 도달해서 에필로그에서 말하는 '신세계'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작가는 여러 생각을 하게 해준다. 하나는 부자들이 요구하는 빈자들의 '부자를 위한 제도'가 최선임을 맹신시키며 세뇌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몇겁의 윤회전생을 한 존재마저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최고라고 할 만큼, 결국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끝으로 인류는 멸망한다는 필연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것은 과연 그러한 제도가 최선이며, 혹은 필연적으로 멸망을 부르는 최후의 제도인가이다. 평범한 장르소설이지만, 그것을 통해 국민의 사상의 일면을 볼 수 있고, 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 성상영님의 작품은 훌륭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늦은 새벽에 잠결로 적은 것이라 내용이 중구난방이군요.)


Comment ' 5

  • 작성자
    Lv.86 몰과내
    작성일
    08.08.07 05:13
    No. 1

    잘 읽었습니다. 현체제가 확실히 평가받으려면 아직 반세기는 더 지나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더군요. 삐끄덕 삐끄덕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도루모
    작성일
    08.08.07 06:13
    No. 2

    민주주의가 한나라에 뿌리를 박으려면 아무리 빨라도 반세기는 걸리는데.. 우리나라를 예로 들고자 하시는분은 없겠지만..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7 하늘까시
    작성일
    08.08.07 15:50
    No. 3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걸리적 거리던 것은 민주주의가 대의라면서, 자신의 대의와 다른 뜻을 가진사람들은 다 죽여버리는 행태와 민중의 계몽에 의한 민주주의 확립이 아니라 힘에 의한 확립이라는 점이 었습니다.

    현재 지구상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정치 형태를 민주주의로 선택했다고, 민주주의가 최고의 정치형태는 아닌데, 민주주의가 최고인 것처럼 대의를 외치는 건 너무 근시안적인 시야를 가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오린
    작성일
    08.08.07 18:48
    No. 4

    민주주의는 소설에서 말하는 대의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코끼리손
    작성일
    08.08.10 11:42
    No. 5

    영국의 공리주의는 최대 이익을 따질 뿐 다수의 행복을
    지향하는 이념이 아니죠.
    이걸 알면서도 교과서에도 잘못 싯는 겁니다.
    공리주의에 따르면 최대 이익을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일부분의 희생 따위는 감수한다는 겁니다.
    이것이 실용주의로 계승되는 데 한마디로 인간 개개의 존엄성 따위는
    무시되는 셈이죠.
    실용주의의 대가라는 존 듀이라는 양반도
    교육학자라면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인간적인 실험을 자행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인간을 도구화하는 과정입니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
    자본주의는 자본이 주인이지 인간이 자본을 향유한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인본주의로 정치이념이 발전하면 자본주의는 철폐될 수밖에 없죠.
    자본주의가 깨진다고 시장이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극히 짧아요. 근대의 산물일 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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